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항공사들 사이에서 ‘국제항공운수권(이하 운수권)’은 성장동력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런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운수권을 2년 연속 하나도 받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임의로 배제시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두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 및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향후 대한항공과 합병이 완료되면 특정 노선 독과점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운수권 배분을 총괄하는 국토부에서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기준에 따른 평가 과정에서 타 항공사와 경합 끝에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해명에도 에어부산·에어서울 운수권 패싱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가 운수권 배분과 관련한 평가 결과를 비공개처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서는 매년 연초 정기 운수권을 배정받기 위해 국토부에 신청서를 접수한다. 국토부는 접수된 운수권 신청서를 노선별로 분류·검토하고 위원회를 구성해 항공사별로 평가를 진행해 점수를 매긴다.

현재 외부로 공개된 운수권 배분 관련 평가 기준은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 규칙 평가지표’에 따라 △지방공항 활성화 기여도 △안전투자 및 안전개선 노력 △항공기 사고·준사고 여부 △과징금·과태료·벌금 부과 건수 및 금액 △항공기 안전장애·보안점검 시정명령 건수 △운수권 활용도 등이 있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운수권 배분 신청 시 각 항목에서 몇 점을 획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각 항공사는 운수권 신청에서 떨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부족했던 점은 어떤 부분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운수권 심사위원회 구성원도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다.

사실상 항공사 운수권 배분 심사과정 및 결과 등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는 셈으로, 항공업계에서는 ‘깜깜이 평가’라는 지적과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운수권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간 운수권 배분을 여러 번 (신청)하면서도 국토부로부터 운수권 배분 채점(평가) 결과지는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기업에서도 취업준비생들이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본 후 최종 불합격을 하는 경우 지원자에게 채용탈락 사유를 고지한다. 지원자가 왜 탈락했는지, 어떤 점이 미흡했는지, 합격 기준 점수는 몇 점인지 등을 알려주고 이를 스스로 보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기업과 취준생의 관계에 빗대보면 국토부 역시 운수권을 신청하고 탈락한 항공사에 탈락사유를 투명하게 고지하는 것이 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것 역시 항공사들이 먼저 요구하지 않는다면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국토부가 갑(甲)의 위치에 있는 절대적인 권력자이기 때문에 국토부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실제로 과거부터 항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토부 장관 및 실무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이나 불만을 제기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국토부의 결정에 불만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화를 속으로 삭이는 게 최선인 셈이다.

이번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2년 연속 운수권을 단 하나도 얻지 못해 노선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타 항공사 대비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 놓였음에도 국토부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에서도 항공업계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기에 운수권 배분 평가 결과와 관련해 ‘비공개자료’라는 이유를 내세우면서 탈락사유 및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운수권 배분 평가 결과에 대해 국토부가 계속해서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숨긴다면 의혹제기는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국토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도 함께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운수권 배분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항공사들이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등 항공업계의 건전한 경쟁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요소도 존재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토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올해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 운수권 배분에서 떨어진 에어부산의 경우 2022년 항공교통서비스평가에서 △국내선 시간 준수성 ‘A’ △국제선 시간 준수성 ‘A**’ △안전성 ‘A*’ △소비자보호 충실성 ‘A**’ △이용자 만족도 ‘만족’ 등 전 부문에서 모두 ‘매우우수’에 해당하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7년 연속 국제선 정시성 최고 등급 △국적 항공사 유일 최근 10년 항공기 사고·준사고 0건 △국토부 ‘가장 안전한 항공사’ 표창 3회 수여 등 국토부로부터 최고 수준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갖춘 항공사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단 하나도 획득하지 못한 점은 항공사를 비롯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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