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운수권 배분 ‘0’… 경쟁력 약화 우려
산은, 합병 심사 진행 중에 분리매각 불가 입장
부산시, 합병 전제로 통합 LCC 본사 위치 유치 노력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 불가 시 분리매각 목소리 커질 듯

부산 지역 사회에서는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주장하고 있으나,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은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 에어부산
부산 지역 사회에서는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주장하고 있으나,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은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 에어부산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에어부산이 2년 연속 국토교통부로부터 국제항공운수권을 단 하나도 받지 못해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지역 사회에서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 KDB산업은행이 채권단 대표로 들어오면서 에어부산도 산업은행 관리를 받게 돼 분리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에어부산이 2년째 운수권을 하나도 얻지 못한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과정에서 노선 독과점을 지적하는 것을 의식해서 국토부가 에어부산에 운수권 배분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추측이다.

실제로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3곳의 허가만 남은 상태지만 EU와 미국 경쟁당국에서는 합병에 부정적인 의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의 합병에 대해 미국과 EU, 일본 등이 모두 허가를 하더라도 최종 합병까지는 2∼3년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과 내후년 운수권 배분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부산 지역 사회에서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부산 지역 산업계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측이 분리매각을 허용해준다면 인수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산업은행도 지역 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지만 현재로서 당장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를 통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산업은행 측은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심사가 진행 중인 과정이라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청을 수용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 사회에서는 꾸준히 에어부산 분리매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이뤄지게 되면 양사의 자회사 및 계열사의 합병이 자연스럽게 거론될 수 있는 만큼 이 과정에 통합 저비용 항공사(LCC) 본사를 부산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합병 승인을 전제로 통합 LCC의 본사를 인천에 두는 것을 검토 중이다. 반면 부산시를 비롯한 부산 지역 산업계와 시민단체는 ‘지역 기반 항공사(지역항공사)’ 존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둘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부산 지역에서는 통합 LCC 본사 유치가 불가하다면 분리매각을 통해서라도 부산·경남 거점 지역항공사를 존치해 지역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현재 사업을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이 개항한다면 이곳을 허브로 하는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것도 부산·경남 지역 산업계의 주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분리매각을 주장하더라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일단은 양사 합병을 전제로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를 추진할 것”이라며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가 불가하다면 부산시에서는 지역항공사 존치를 위해 분리매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별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불발되면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자금 회수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에어부산을 매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때문에 부산 지역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여부와 무관하게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주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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