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감독 미야케 쇼)이 한국 관객을 찾는다. / 디오시네마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감독 미야케 쇼)이 한국 관객을 찾는다. / 디오시네마

시사위크|건대입구=이영실 기자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감독 미야케 쇼)은 선천적 청각 장애를 가진 프로 복서 케이코(키시이 유키노 분)가 혼란과 고민 속에서도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선천적으로 두 귀가 들리지 않는 몸으로 프로 복서가 된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일본 영화계 새로운 세대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미야케 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제96회 키네마준보 일본 영화 대상‧제46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제77회 마이니치 영화 콩쿨 일본 영화 대상 등 일본 내 영화 시상식을 휩쓴 데 이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제66회 BFI 런던영화제‧제35회 도쿄 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7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국내 취재진에게 소개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작고 느리지만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주인공 케이코의 성장을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 진한 울림을 전했다. 16mm 필름으로 촬영한 아름다운 색감과 독특한 분위기 등 감각적인 미장센도 돋보였다.

케이코로 분한 키시이 유키노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프로 복싱 선수로서의 면모는 물론,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인물의 감정을 내밀하게 전달하며 몰입을 높였다. 참고로 키시이 유키노는 이 영화로 제46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오는 1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영화의 두 주역 미야케 쇼 감독과 키시이 유키노는 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국 관객을 만나는 소감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개봉 기념 내한한 미야케 쇼 감독(왼쪽)과 키시이 유키노(가운데). / 이영실 기자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개봉 기념 내한한 미야케 쇼 감독(왼쪽)과 키시이 유키노(가운데). / 이영실 기자

-한국 관객과 만나는 소감은.  

미야케 쇼 감독 “한국에 오게 돼 매우 기쁘다. 예전에도 영화 홍보를 위해 해외에 방문한 적이 있지만, 이번 한국 방문이 가장 감격스럽다. 전작 개봉 당시 한국에 오고 싶었는데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오지 못했다. 이렇게 극장이 무사히 열리고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된 것, 스크린에서 작품을 볼 수 있는 세상이 된 게 기적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복싱을 다뤘지만 복싱만을 다룬 영화는 아니다. 하루하루 링 위에서, 또 링 밖에서 살아가면서 싸워나가는 한 사람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키시이 유키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아시아 프리미어로 선보였는데, 당시 한국에서 꼭 개봉을 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 이렇게 한국에 와서 여러분과 함께 영화를 보고 공유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연출 계기가 궁금하다.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

미야케 쇼 감독 “일본 최초 프로 복서가 된 청각장애인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키시오 유키노를 주인공으로 두고 영화로 만들고자 한다고 제안을 받았다. 자서전을 실제로 읽어보고 꼭 연출을 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오가사와라 케이코라는 여성이 크고 작은 고난을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면서 자신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 인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영화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어떻게 접근했나.

미야케 쇼 감독 “원안인 자서전을 설명하자면 오가사와라 케이코라는 인물이 태어났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다 담고 있다. 가족과 벌어진 일들, 일반적인 가정과는 다른 교육 환경, 10대 질풍노도의 시기 특유의 고민, 타인과의 충돌, 또 복싱과 만나게 된 과정 등이 그려져있다. 인물의 인생 전체를 다 훑어보는 회고록이다. 누군가는 일대기를 다 하나의 영화로 영상화하는 것을 생각하기도 하겠지만, 나는 2시간짜리 영화 안에 한 사람의 인생을 다 표현하는 것은 축구 경기의 하이라이트와 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계속해서 골만 넣는 신이 이어지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있었다. 축구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고 하이라이트만 있는 게 아니잖나. 하이라이트를 향한 과정, 그 과정을 꼼꼼하게 그려내는 게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원안에서 ‘시행착오의 나날들’이라는 챕터가 있었고, 그 부분을 영화화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면 전에 겪은 시행착오도 다 표현될 거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었다.”

감각적인 영상미가 돋보이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 디오시네마
감각적인 영상미가 돋보이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 디오시네마

-영상미가 돋보였다. 연출에 주안점을 둔 부분은. 

미야케 쇼 감독 “16mm 필름으로 촬영했는데, 특유의 질감이 보기만 해도 만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다. 눈으로 만지는 듯한 감각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이 영화에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만지는 것은 아니지만 소중하게 바라본다는 터치, 질감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영화를 만드는 우리도 배우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관객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필름을 택했다.”

-무성영화처럼 자막을 연출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감독의 의도 궁금하다. 

미야케 쇼 감독 “기존 영화들처럼 수어와 동시에 아래쪽에 자막을 달 경우에는 수어를 모르는 분들도 바로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스피드하고 편리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 작품은 조금 시간을 들여서라도 상대를 이해하는 부분, 상대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SNS를 통해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가 매우 빠른 시대다. 영화관이라는 것은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등장하는 인물들과 마주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영화는 속도를 추구한다기보다 잠시, 기다림의 미학이 중요한 작품이다. 평소보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상대를 바라보는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잠시 뜸을 들이고 무성영화처럼 자막이 들어가는 연출을 했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뿐 아니라, ‘이윽고 바다에 닿다’도 상영 중이다. 두 작품을 동시에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하게 됐는데, 기분이 어떤가.

키시이 유키노 “주연을 맡은 두 작품 동시에 한국에서 개봉하게 돼 상당히 기쁘게 생각한다. 전혀 다른 성향의 작품이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이 먼저 크랭크업했고 이틀 후에 ‘이윽고 바다에 닿다’가 크랭크인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육체적으로 케이코가 절반 정도는 그 작품에 들어가 있지 않나 싶다.(웃음)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삶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본인의 삶과 오버랩 해서 보지 않을까 싶다. ‘이윽고 바다에 닿다’는 일본영화라는 느낌이 강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 관객이 어떻게 볼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케이코는 어떤 인물이었나. 

키시이 유키노 “케이코가 곧 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영화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영화를 정말 사랑해서 제작 환경에 종사하는 입장인데, 사랑하는 마음에 내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거기에 지고 싶진 않다. 아마도 케이코에게도 복싱이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었다. 케이코가 복싱을 사랑하면서 강해진 것처럼 나도 영화를 사랑하면서 함께 강해진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케이코는 나였던 것 같다.” 

청각장애인 복서의 성장을 담은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 디오시네마
청각장애인 복서의 성장을 담은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 디오시네마

-캐릭터 구축 과정은. 

키시이 유키노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케이코라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과 프로듀서 한 분만 정해진 상황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나 자신이 스타트라인에 서게 된 느낌이었다. 어떻게 임해야 할지 방법을 전혀 몰랐는데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감독님이 정해지고 스태프들이 꾸려지고 배급사가 정해졌다. 그 과정에서 복싱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그러면서 캐릭터와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캐릭터를 구축했다기보다 내 안에서 그녀의 인격이 형성된 게 아닌가 싶다. 정신론에 가까운데, 내 몸 안에서 케이코가 점점 형성되는 것을 느꼈다. 케이코가 복싱에 쏟는 열정, 그 마음에 있어서 내가 영화를 사랑하고 쏟고 있는 애정이 닮아있다고 느꼈다. 그 마음을 잘 담고 연기한다면 감독님이 잘 담아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갖고 작품에 임했다.”

-복서라는 것도 어려운데, 청각장애인이라는 설정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컸을 것 같다.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키시이 유키노 “복서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육체를 만들어가는 부분이 상당히 힘든 작업이긴 했다. 증량을 했다. 트레이닝도 매일 했어야 했고 힘이 들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결과가 눈에 띄게, 알기 쉽게 드러났다. 내가 들인 노력이 형태로 드러나서 다행이지 않았나 싶다. 반면 마음이 강하고 약한 것은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케이코는 말로 하는 대사가 없었다. 그렇다고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어떤 설명이 달려있지 않잖나. 그럼에도 감동을 받는다. 복싱도 말로 표현하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대사가 없다고 해서 크게 좌우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인위적으로 연기하지 말자는 마음이 컸다. 케이코로서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에 집중했다. 만약 내가 감정을 각색해서 표현한다면 이 작품과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겉으로 드러내는 것보다 확실하게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게 중요했다.”

-이 작품으로 일본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어떤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고 생각하나.

키시이 유키노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케이코라는 인물을 전력을 다해 만들었다. 그런 노력을 평가받은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오히려 연기상보다 기술적인 부분을 인정받아 기뻤다. 나는 표현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노력하면 눈에 잘 드러난다. 스태프들도 전력을 다해 이번 작품에 임했고 그것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노력들이 하나하나 다 보인 덕에 좋은 평가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촬영상과 녹음상도 수상했는데, 그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내가 받은 상은 차치하더라도 기술적인 부문에 대한 상을 받은 것에 대해 해냈구나, 알아줬구나 하는 기쁨이 상당히 컸다.”

-끝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키시이 유키노 “이 작품을 촬영한 게 2년도 더 됐는데 아직도 내 안에 케이코가 있다는 것을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알게 됐다. 내가 케이코에게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싶다. 작품을 계기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됐구나 강하게 느꼈다. 한국 관객들도 많이 봐주길 기도하겠다.” 

미야케 쇼 감독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작업했다. 이제 OTT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영화를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영화는 역시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관객들도 꼭 극장에서 즐겨주길 바란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친구들과 대화도 나누고 작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이 작품을 소중히 여겨주면 좋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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