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학 방학기간임에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로에는 상당한 인파가 찾아왔다. 서울시는 지난 1월부터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을 일시정지하고 신촌상권 매출이 증가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 사진=조윤찬 기자
27일 대학 방학기간임에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로에는 상당한 인파가 찾아왔다. 서울시는 지난 1월부터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을 일시정지하고 신촌상권 매출이 증가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 사진=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신촌=조윤찬 기자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정지 실험이 진행되는 가운데 신촌상권 매출이 올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은 신촌상권 매출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에 서울에 하나뿐인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해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효과 있어”… 반대하던 식당 “점심시간 손님이 몰린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신촌상권이 침체기에 들어선 건 2018년 이후부터다. 게다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하락한 매출은 상인들을 더욱 괴롭혔다.

서울시는 올해 1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신촌 연세로 일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한시적으로 지정 해제했다. 이는 서대문구가 요구해 이뤄졌다. 서대문구와 신촌상권 상인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상권 활성화를 저해한다고 말했다.

2014년 개통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는 버스, 16인승 이상 승합차, 긴급차량, 자전거 등만 통행할 수 있었다. 현재는 서울시의 실험으로 오토바이를 제외한 모든 차량이 통행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촌상권 매출이 상승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효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나이스지니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신촌상권의 월평균 매출액은 501억원이며 2019년 1분기 480억원 대비 21억원이 증가했다. 16일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 기간 BC카드 이용은 2019년 동기 대비 카드 이용액이 12.1%, 결제건수는 14.3%가 늘었다.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26일, 27일 양일간 기자가 방문한 연세로에는 대학 방학기간이지만 인파가 상당했다. 식당에는 손님이 많았다. 중장년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앞서 지난 3월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한 상인은 “신촌상권은 방학에는 손님이 적고, 학교 학기 중에는 손님이 많은 곳”이라고 평가했던 바 있다.

연세로에서 만난 대학생 A씨(25)는 “방학인데도 사람이 많다. 코로나 이전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서대문구가 추진하는 상권 활성화에 대해 그는 “상인들에게 도움이 됐다면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사가 잘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세로 B음식점에는 점심시간에 손님이 많아졌다. 해당 식당은 지난해부터 ‘일반차량 통행이 허용되면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해당 식당 관계자는 “최근 점심시간에 손님이 많다”고 전했다.

샤브샤브 메뉴를 판매하는 C음식점 사장은 “우리 식당은 겨울에는 매출이 더 오르는데, (여름인 현재) 지난해보다 매출이 확실히 올랐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효과가 있다고 보는지 묻자, 그는 “일상회복 영향은 지난해 매출을 보면 된다. 올해 매출 상승에는 일반 차량 통행 효과가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답했다.

서대문구는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근 연세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와 주차장 공유 협약을 맺기도 했다. 주차 수요 증가에 대비한 조치다.

소비력을 높이기 위해 상품권도 발행됐다. 지난 4월 5일 서대문구는 창천동과 대현동에서 사용 가능한 ‘신촌이대사랑상품권’을 3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10% 할인이 되는 해당 상품권은 대형점포, 사행성업종, 프랜차이즈 직영점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서대문구 관계자에 따르면 상품권은 5일만에 모두 판매됐다.

◇ 중대형 상가 공실률 하락 추세… 소규모 상가, 임대료 높아 공실률 여전해

신촌 상권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연세로에 위치한 소규모 상가다. / 조윤찬 기자  
신촌 상권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연세로에 위치한 소규모 상가다. / 조윤찬 기자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신촌·이대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 1분기 6.9%이며 전년 동기(13.8%) 대비 6.9%p 하락했다.

다만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신촌 상권 현장에 가보면 비어있는 매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신촌 상권 골목뿐만 아니라 중심부인 연세로 일대 상가에도 공실이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에 따르면 신촌·이대 상권 조사는 중대형 상가는 31개의 건물, 소규모 상가는 20개 건물 표본을 선정해서 진행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는 표본 건물 안에 있는 상가의 평균이다.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2017년까지 신촌·이대 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0%다. 2018년부터 상가 공실이 발생했고, 2019년 4분기에 다시 공실률이 0%가 됐다. 이후 1분기 공실률을 보면 △2020년 7.3% △2021년 5.5% △2022년 13.8% △2023년 12.3%로 나타난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상권의 매출은 하락했지만 오히려 소규모 상가들의 임대료는 상승했다. 소상공인들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신촌 상권에 남아있기 어려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분기 신촌·이대 지역 소규모 상가의 ㎡당 평균 임대료는 △2018년 3만8,900원 △2019년 3만9,000원 △2020년 5만2,100원 △2021년 5만2,800원 △2022년 4만7,700원 △2023년 4만7,300원으로 집계됐다.

임대료는 계속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상권이 활성화돼도 소규모 상가는 계속 공실 상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음식점 사장은 “향후 입점이 늘어나 중대형 상가는 계속 공실률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형 상가에 입점하는 브랜드를 보면 프랜차이즈 직영점이 많다”며 “자본이 충분한 사업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소규모 상가는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기에는 크기가 작다”고 덧붙였다.

소규모 상가가 필요한 것은 소상공인이다. C음식점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연세로 일대 1층 16평 소규모 상가는 월세가 800만원 가까이 돼 소상공인이 들어오기 어렵다. 신촌·이대 상권 평균 임대료로 16평 상가 임대료를 계산하면 평균 월 250만원이 나온다. 가게 위치에 따라 임대료 차이가 크다. C음식점 사장은 “소규모 상가를 하려면 월 매출이 3,000만원 이상은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촌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몇 년째 공실인 곳은 자리가 좋지 않고 매출이 낮아 부동산에서 소개하기도 어렵다”며 “임대료는 주인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 서울시, 9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해제 여부 결정

이대 앞 상권은 현재도 침체된 상태다.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상가를 철거하고 오피스텔을 건축하고 있다. / 조윤찬 기자
이대 앞 상권은 현재도 침체된 상태다.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상가를 철거하고 오피스텔을 건축하고 있다. / 조윤찬 기자

신촌 상권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바로 옆 이화여자대학교 상권은 여전히 침체된 상태다. 연세대학교 앞의 연세로와는 풍경에 차이가 있다. 이대 앞에는 엔데믹 전환으로 일상회복이 됐음에도 인적이 드물다.

이는 지난 2013년 서울시가 의류·잡화 소매점과 이·미용원으로 업종을 제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서대문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종을 음식점, 병원, 학원, 공연장, 노래연습장 등으로 확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업종제한을 사실상 폐지한 셈이다. 이에 인근 부동산 업체들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대 인근 D부동산 관계자는 “3월 업종제한이 풀리고 나서 상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식당 문의가 있다. 앞으로 문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대 앞 상가는 팔리게 되면 철거 후 오피스텔로 건축되고 있다. 상가는 1층에만 작게 있고 위로는 주거 형태의 건물로 만드는 것이다.

업종제한이 사실상 폐지됨에 따라 상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 인근 F부동산은 “개업한지 한 달 정도 됐다”며 “업종 제한이 풀렸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곳에서 개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여부는 6월까지의 ‘신촌 연세로’ 지역 매출액 증감과 교통량으로 판단한다. 이대 앞 상권은 신촌 상권과 연결돼 있지만 연세로에는 속하지 않아 매출액 증감 등의 평가에는 제외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9월말까지 연세로 운영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매출변화와 교통량 두 가지를 종합해서 판단하겠다. 매출과 교통의 비중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교통부문에 대해 그는 “아직까지 교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보행에 방해를 준다거나 교통지체가 발생하는지를 위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서대문구는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완전 해제되더라도 특별 행사가 있으면 차량을 통제해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2014년에 개통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올해 막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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