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e-2008 GT는 가성비 전기차로 평가되지만 일부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 제갈민 기자
푸조 e-2008 GT는 가성비 전기차로 평가되지만 일부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푸조 e-2008’은 수입 전기차 중에서 3,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한 모델이다. ‘가성비’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수입차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약 800㎞를 시승하는 동안 소비자 입장에서 개선이 됐으면 하는 부분을 생각해봤다.

◇ 운전자부터 동승자 전부 불편해… 푸조 e-2008, 판매 저조한 이유

이번에 시승한 푸조 e-2008 GT는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지난해 8월 출시한 연식 변경 모델이다. 2022년형 푸조 e-2008은 이전 모델 대비 배터리 완충 시 주행가능 거리가 11.8% 개선돼 환경부 인증 기준 260㎞ 주행이 가능하다. 복합 주행 전비는 4.9㎞/㎾h다.

주행거리가 요즘 출시되는 전기차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시승 간 전비는 6∼6.2㎞/㎾h로 계측됐다. 푸조 e-2008 배터리가 50㎾h임을 감안하면 이론상 주행가능 거리는 300㎞ 수준으로 환경부 인증을 넘어섰다. 300㎞ 정도 주행할 수 있으면 일상 활동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푸조의 자체 할인과 국고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합치면 3,344만∼3,544만원에 구매할 수 있어 ‘합리적인 수입 전기차’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푸조 e-2008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약 800㎞를 시승하는 동안 푸조 e-2008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 몇 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푸조 e-2008. / 제갈민 기자
푸조 e-2008 GT는 3,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한 수입 소형 전기차로, 가성비 모델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 제갈민 기자

푸조 e-2008은 ‘수입 소형 전기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상품성이 뛰어나다. 상위 트림인 GT에는 △조향 연동 전방 안개등 △정차·재출발 지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차선 이탈 방지 경고·보조 및 주행 조향 보조(LKAS) △알칸타라 시트 등을 탑재해 안전부터 미적인 요소까지 잡았다.

하지만 눈이 높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편의사양을 일부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먼저 하드웨어 부분은 △1열 시트 등받이 각도 조절 방식 △1열 콘솔박스 부재 △2열 팔걸이(암레스트) 겸 컵홀더 부재 등이 있다.

다수의 자동차 브랜드는 1열 시트 측면의 레버를 당겨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게 설계하고 있지만, 푸조는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으로 등받이 각도를 조정할 수 있다. 다이얼 조절 방식의 장점으로는 미세한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그러나 등받이 조절 다이얼이 B필러와 1열 시트 사이에 위치해 돌리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힘이 많이 든다.

굳이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달리 다이얼 방식 등받이 조절을 고집하는 건 고객 니즈를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브랜드 엔트리급(입문용) 모델에 전동시트나 통풍시트까지 요구하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조작이 불편한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푸조 e-2008. / 제갈민 기자
푸조 e-2008 GT 실내. 1열 시트는 세미 버킷 시트를 탑재해 탑승자의 몸을 잘 잡아주고 착좌감이 뛰어나다. 그러나 1열 콘솔박스 및 2열 암레스트 겸 컵홀더 부재가 아쉬운 점이다. / 제갈민 기자

소형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납공간이 많지 않는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국산 소형 SUV인 현대자동차 베뉴·기아 스토닉에도 있는 1열 시트 사이의 콘솔박스가 푸조 e-2008에는 없어 팔걸이로만 사용을 해야 한다. 콘솔박스를 작게나마 만들어서 소비자가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 그나마 센터페시아 하단에 스마트폰 충전패드와 수납공간을 2단으로 나눠 구분한 점이 콘솔박스 부재를 보완하는 부분이다.

2열에는 팔걸이조차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2열 탑승객은 컵홀더도 마땅치 않는 상황이다. 보통 2열 시트 중앙의 등받이 부분을 팔걸이 겸 컵홀더로 활용하도록 설계하지만 푸조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모습이다. 2열 팔걸이가 없는 만큼 2열 탑승 승객은 장시간 이동 시 불편함이 예상된다. 그나마 등받이 각도나 허벅지 받침 높이·길이 등이 적절해 착좌감은 뛰어나다.

소프트웨어의 개선점으로는 안드로이드오토와 애플카플레이 기능을 ‘유선’으로만 지원하는 점, 정차 시 자동 브레이크(오토홀드) 기능을 ‘ACC를 작동했을 때’만 활성화 되도록 한 점이 있다.

푸조 e-2008. / 제갈민 기자
푸조 e-2008 GT 측면. / 제갈민 기자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차량 센터 디스플레이에 송출하는 미러링 기능은 요즘 출시되는 차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옵션이다. 푸조 e-2008도 이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차량을 USB케이블로 연결을 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유선으로만 안드로이드오토·애플카플레이를 지원하는 경우 문제점은 주행 간 진동으로 인해 USB케이블 연결이 끊어질 수 있으며, 기존에 사용하던 USB케이블이 손상되거나 USB포트가 헐거운 경우 연결이 오락가락해 기능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또 안드로이드오토·애플카플레이를 유선으로만 지원하면서 스마트폰 충전패드를 탑재한 점은 이해가 안 된다. 유선 연결로 미러링 기능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배터리 충전이 되기 때문에 충전패드는 필요가 없다. 차라리 유선 미러링만 지원하는 차량에서는 스마트폰 충전패드를 빼고 가격을 소폭 인하하는 게 더 좋을 듯하다.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를 탑재했다면 무선 미러링을 지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행 간 정차 시 오토홀드 기능도 ACC 활성화 시에만 작동해 불편한 점이다. 푸조 e-2008에 탑재된 ACC는 선행 차량을 감지해 가감속과 정차 및 오토홀드를 지원한다. 정차 후 재출발 시에는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면 된다. ACC 작동 시에는 오토홀드를 지원해 운전자가 정차 시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을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그러나 ACC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오토홀드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 경우 오토홀드를 사용하려면 신호 대기로 정차를 할 때마다 ACC를 활성화하기 위해 버튼을 조작해야 한다.

사실상 소프트웨어를 통해 오토홀드 기능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ACC 활성화 유무를 따지지 않고 정차 시 브레이크를 깊게 밟았을 때 오토홀드가 작동되도록 로직을 수정하면 됨에도 이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개발자들이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부분으로 느껴진다.

푸조 e-2008. / 제갈민 기자
푸조 e-2008 GT 후측면. 리어 범퍼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작은 접촉 시 차체 데미지를 최소화하고 수리비를 절약할 수 있도록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 제갈민 기자

이러한 불편함은 푸조 e-2008에만 해당되는 게 아닌 푸조 전 모델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으로 보여 푸조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개선할 필요성이 크게 느껴진다. 이를 제외하고 푸조 e-2008의 주행성능이나 실내 인테리어 및 디자인은 크게 흠잡을 게 없다.

외관 디자인과 실내 인테리어는 패밀리룩을 잘 녹여냈다. 특히 푸조만의 독특한 아이-콕핏 실내 인테리어는 미적인 감각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았다. 아이-콕핏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계기판이 스티어링휠보다 높게 설계돼 시인성이 뛰어나고,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주행 느낌도 안정적이다. 고속도로에서 100㎞/h 이상으로 빠르게 주행하더라도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에코·표준·스포츠 주행모드 별로 가속감과 회생제동 느낌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모드별로 배터리·모터 출력을 다르게 배분해 주행가능 거리도 약간 차이가 있다.

회생제동력을 최대한 높이는 B모드는 엔진브레이크 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정도다. B모드를 설정한 후 가속페달을 밟으면 기본적인 주행모드 에코·표준·스포츠보다 가속력이 억제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주행을 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뒤에서 잡아끄는 것처럼 감속이 이뤄지면서 배터리를 충전한다.

푸조 e-2008  GT 시승 간 평균 전비. 배터리 97%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296㎞로 나타났다. 총 809㎞를 주행하는 동안 전비는 6.1㎞/㎾h를 기록했다. 주행 구간은 고속도로 80%, 도심 20% 정도다. / 제갈민 기자
푸조 e-2008  GT 시승 간 평균 전비. 배터리 97%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296㎞로 나타났다. 총 809㎞를 주행하는 동안 전비는 6.1㎞/㎾h를 기록했다. 주행 구간은 고속도로 80%, 도심 20% 정도다. /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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