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귀농·귀촌과 관련해 가장 많이 질문을 받은 것 중 하나는 혼자 해도 될지다. 내 생각은 부정적이다. / 청양=박우주
귀농·귀촌과 관련해 가장 많이 질문을 받은 것 중 하나는 혼자 해도 될지다. 내 생각은 부정적이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는 만 27살이었던 2018년에 귀농했다. 농사와 농촌을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27살 청년부부의 귀농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더더욱 흔치 않은 결정이었다. 그래서 이곳저곳 인터뷰도 많이 하고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렇게 알려지고, 또 유튜브도 하다 보니 이메일이나 전화, 심지어 직접 찾아와 귀농에 대해 물어오는 분들이 있었다. 귀농강의에서도 여러 질문들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이 있다. 

혼자 귀농해도 될까요?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내 답은 “혼자 귀농 하지 마라”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생·고령화사회다. 시골은 특히 더 심각하다. 내 주변을 보면 평균 연령층이 60세 이상은 된다. 귀농 와서 도움 받고, 친하게 지낸 어르신 분들의 나이가 지금은 65세를 넘었다. 힘이 드시다보니 농사규모를 반 이상 줄이셨고, 이제는 예전처럼 주변에 도움을 주기도 어려우실 거다.

물론 젊은 농부도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자신이 선택한 농작물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다른 작물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작물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젊은 농부들은 대농이 많아 바쁘기도 하다.

즉, 지금의 농촌은 주변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고,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거다. 이런 현실 속에서 홀로 귀농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농사는 몸을 쓰는 일이 많다. 따라서 능률이 중요하다. 기계로 하는 일은 혼자 가능하지만, 농사는 기계로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또 혼자 하면 10시간 걸릴 것이 둘이 하면 3~4시간이면 끝나는 일도 많다. 즉, 귀농해서 하는 일들은 1+1=2가 아니라 1+1=3이다. 2명 이상일 때 효율이 급증한다.

물론 요즘엔 스마트팜을 통해 기계가 다 알아서 해주는 시스템도 있다. 그러나 전에도 말했듯 스마트팜 농법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든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작물을 키우고 관리하는 건 기계가 해주지만 수확까지 하는 기계는 거의 없다.

따라서 수확은 인건비를 지불하고 사람을 써야 한다. 우리가 처음 귀농왔을 때 인건비가 하루 6~7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0만원이 넘는다. 이렇게 사람까지 쓰면서 농사를 지으려면 농사를 크게 지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그런데 혼자 귀농해서 대농으로 시작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대농이거나 대농으로 시작하는 청년농부들을 보면, 대부분 그만한 배경이 있다. 부모님이 원래 농사를 지었거나 농사지을 땅이 있는 경우, 아예 농업을 생각하고 농대에 들어가 공부를 한 경우 등이다. 또한 이들도 가족 또는 부부 단위로 농사를 많이 한다. 대농은 신경 쓸 일이 많기 때문에 혼자서 하는 건 힘들다고 생각한다.

농사일은 일손이 절대적이다. 혼자 귀농하면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 청양=박우주
농사일은 일손이 절대적이다. 혼자 귀농하면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 청양=박우주

생활적인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을 거다. 우리가 사는 곳은 주변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 전에 살던 곳도 주변에 사람이 살긴 했지만 어르신이었고, 왕래가 많지 않았다. 내가 혼자 귀농했다면 어땠을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 하루에 한마디도 하지 않은 날이 많았을 것 같다.

매일 힘든 육체노동을 하고,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집안일을 하고 홀로 휴식을 취한다면, 정식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힘들 것 같다. 더욱이 혼자 살면 모든 집안일을 분담 없이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귀농은 반드시 꾸준히 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돈을 벌고 모아서 또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다. 발전하지 않는다면 도태 될 것이고, 도태 된다면 돈을 못 벌 것이고, 그렇다면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어떻게 발전할지 함께 논의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상대가 꼭 필요하다. 혼자 생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농촌 모임에 참여해서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도 있고, 요즘은 현장자문단이라고 해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찾아와 상담을 해주는 시스템 있다. 그러나 내 경험상 큰 도움이 된 적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대화를 해야 현실파악과 문제해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

성격상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혼자 외롭지 않게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우리도 처음에는 고요한 산속이 좋았다. 새소리도 좋고, 빗소리도 좋고,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현실이란 건 분명히 존재한다. 딱 1년만 지내보면 생각이 달라질 사람이 많을 거다.

그리고 혼자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 그런데 농촌은 젊은 여성이 굉장히 귀하다. 아직 결혼을 못한 40~50대 남성분들도 계시고, 국제결혼을 많이 하기도 한다. 남자 혼자 귀농한다면 국내 결혼은 정말 어려워진다.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야 상관없겠지만, 그것도 나는 반대다.

물론, 나의 관점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직장생활하다 은퇴를 한 뒤 도시가 지겨워서 어느 정도 모아둔 자산을 가지고 시골로 내려와 텃밭 수준의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만 하면 되는 분들. 그분들은 생계형 귀농이 아닌 노년생활을 즐기는 차원이기 때문에 내가 말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그런 경우는 아니지만 돈에 욕심이 없고 그저 홀로 행복하게 자급자족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내 관점이 적용되지 않는다. 나는 그런 분들은 귀농인이라기보단 자연인, 자유인이라고 생각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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