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여러 좋은 귀농정책이 있고, 우리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만, 한편으론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도 존재한다. / 청양=박우주
우리나라는 여러 좋은 귀농정책이 있고, 우리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만, 한편으론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도 존재한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 부부는 음악을 전공했고, 부모님들도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하셨다. 그렇게 농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다 만 27살에 귀농을 해 현재는 귀농 6년차가 됐다. 그리고 그동안 여러 좋은 귀농정책의 도움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또 다양한 사례들을 직접 체험하거나 주변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농업정책 및 귀농정책을 접하면서 좋은 점도 많았지만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오늘은 우리가 도움을 얻은 귀농정책을 소개하고 왜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하는지 나의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우리가 도움을 얻은 귀농정책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청년 창업농’이다. 청년 창업농은 20세 이상부터 만 40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며,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뒤 서류전형과 면접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 각 지역 별로 소수의 인원이 선발된다. 우리는 2019년 청년 창업농에 선정됐고, 이후 3년 동안 연차별로 월 100만원, 월 90만원, 월 80만원의 지원을 받았다. 

이 정책의 목적은 귀농 초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귀농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금전을 지원해 정착 및 성장을 돕는 것이다. 취지도 좋고 필수 교육들도 유익해 지금도 매년하고 있는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단점도 있다.

청년 창업농에 선정되면 지원기간 3년과 종료 후 3년, 총 6년간은 일정기준(1년에 월 60시간 미만, 3개월 근무) 이상 농업 외 수익활동을 할 수 없다. 1년에 대략 1,000만원 정도를 지원해줄 테니 농업으로만 수익을 내서 운영해보라는 정책인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쉽다면 누구든 귀농에 도전하고 성공했을 거다. 물론 청년 창업농은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이에 대한 평가를 거쳐 선정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을 순 있다. 그래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고 불안정한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청년 창업농에 선정되는 청년들은 높은 확률로 부모로부터 농업을 물려받거나 가족경영을 하는 농업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청년들은 이미 그 지역에 집도 있고, 땅도 있고, 농업 노하우도 있어서 청년 창업농 지원만 있어도 여유롭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우리 부부처럼 맨몸으로 농업에 처음 도전하는 귀농청년들은 집도 필요하고, 농사지을 땅도 필요하다. 초기 자본이 많이 든다. 물론 그런 귀농청년들에게도 청년 창업농 정책은 소중한 도움이 될 거다. 그러나 한편으론 반드시 농업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과 이를 위해 농사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직접 경험한 농업은 결코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은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에 봉착해있다. 실제로 살면서 느낀 지방의 고령화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지방에서 우리가 보는 사람들의 90% 이상은 60대를 넘긴 고령층이다. 그나마 지역에 있는 청년들도 대부분 부모님이 지역에 있는 경우다.

청년들이 지방에 오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여러 인프라도 부족하다. 귀농의 경우 여전히 중장년층 위주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청년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인프라 부족 문제는 실제 살아보니 그렇게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지방에서도 돈을 벌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지방소멸의 위기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유튜브와 블로그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농업을 하지 않았던 청년들도 농업에 종사하고 지방에 살며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우리는 농사를 크게 지으며 그것으로만 먹고 사는 것보단, 적당한 규모의 농사를 지으며 여러 다른 활동으로 부가수익을 얻는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현재의 귀농정책은 우리 같은 생각을 하는 청년들에겐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 청양=박우주
우리는 농사를 크게 지으며 그것으로만 먹고 사는 것보단, 적당한 규모의 농사를 지으며 여러 다른 활동으로 부가수익을 얻는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현재의 귀농정책은 우리 같은 생각을 하는 청년들에겐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 청양=박우주

청년 창업농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우리 부부 같은 청년들이 필요하다. 농업과 무관하고, 해당 지역에 연고가 없는 청년들도 충분히 살만한 여건이 갖춰진다면, 다양한 재능이 있는 청년들이 유입될 것이고 지역발전에 분명 도움이 될 거다.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농업인구 및 지방인구 증가 방안은 청년 창업농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되 수익원을 더 열어주는 것이다. 우리 부부가 귀농을 통해 꿈꾸는 삶은 소규모농장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활동으로 부가수입을 얻는 구조다. 그게 방과 후 강사가 될 수도 있고, 택배 일이 될 수도 있고, 파트타임 일자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청년 창업농의 지원을 받으려면 반드시 농업만 해야 한다.

지원금만 받는 부정을 막고자 한다면 각 지역 공무원들이 확인하면 된다. 농업은 확인이 간단하다. 작물을 심었는지, 관리해서 수확과 판매를 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우리처럼 소규모로 농업을 하면,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그 시간을 지역발전에 필요한 일자리로 대체한다면 어떨까? 이제는 대농만 필요한 시대도 아니다.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작은 농장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경제활동을 병행하는 ‘투잡’은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인구는 점점 줄어 드는데 지역경제 활동을 펼칠 사람은 필요하다. 시행착오나 세부적인 문제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안정된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지방에 청년들이 더 많이 유입돼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우리가 또 하나 도움을 얻었던 정책은 ‘귀농귀촌 창업자금’이다. 귀농귀촌 창업자금은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연 1.5%, 5년 거치, 10년 상환이다. 귀농귀촌 창업자금을 통해 농사 규모를 키울 수 있고, 농업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사업은 나이 제한이 만 65세 이하여서 중장년 귀농인들의 접수도 많이 받고 있다. 

우리는 3년 전에 땅을 사기 위해 이 정책을 활용했다. 주위 대부분은 ‘풀 대출’이라 할 수 있는 3억원을 모두 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농업 외 수익활동금지 조항이 있다. 대출을 받는다고 다 성공할까? 그건 아니다. 돈을 들여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도 수익을 못 내거나 예상보다 수익이 적을 수 있다. 농업 역시 사업이기 때문에 무조건 잘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대출을 받아 적당한 규모로 농사를 지으면서 다른 일을 병행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귀농 관련 지원정책은 왜 농업 외 수익활동을 아예 막아놓아 농업이 실패하면 답이 없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것 또한 개선을 통해 부정은 막으면서 청년들의 지방 유입 확대와 이를 통한 지역발전 도모 효과를 키울 수 있지 않을까.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