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이 영화 ‘더 문’으로 돌아왔다. / CJ ENM
김용화 감독이 영화 ‘더 문’으로 돌아왔다.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 번도 구현된 적 없던 저승의 비주얼을 생생하게 그려낸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 천만’ 관객을 매료한 김용화 감독이 영화 ‘더 문’으로 다시 한 번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또 하나의 도전을 마친 그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조금 더 완성도 있게 전달하고 싶다”는 연출 철학을 밝혔다. 

지난 2일 개봉한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황선우(도경수 분)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김재국(설경구 분)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김용화 감독이 ‘신과함께- 인과  연’(2018)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한국 최초 유인 달 탐사 임무와 우주에서의 고립이라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더 문’은 하이퍼리얼리즘으로 구현된 달과 우주의 황홀한 비주얼, 몰입감 가득한 드라마로 오직 극장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기대 이상의 높은 완성도로 할리우드 부럽지 않은 한국형 SF의 탄생을 알리며, 국내 VFX 기술력의 발전과 무궁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김용화 감독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영화의 출발과 달을 택한 이유, 촬영 비하인드 등 ‘더 문’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대중과 더 가까이 소통하기 위한 연출자로서의 고민도 털어놨다.  

-‘신과함께-인과 연’ 이후 5년 만에 돌아왔다.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는 소감은. 

“‘신과함께’ 2부 개봉하고 얼마 안 돼 ‘더 문’ 작업이 들어가서 저한테는 실제적으로 하루도 안 쉬고 작품을 계속한 느낌이다. 물론 중간에 두어 번 정도 휴가를 다녀오긴 했지만, 머릿속에는 계속 생각이 자리했다. 만들고 싶었던 게 얼마나 구현됐는지 많이 아쉽긴 한데, 어쨌든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했다.”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쉽나. 

“시나리오에는 철저히 재국의 시점으로 구성돼있다. 그가 용서와 구원의 과정을 통해 선우도 함께 구원되는 과정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편집하고 모니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시사에 응했던 분들이 선우 쪽 이야기에 관심과 반응을 많이 해주셨다. 내가 어떻게 기획을 했든 관객이 어떤 방향성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보이다 보니 선우 분량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애초에 내가 생각한 느낌보다는 좋게 말하면 젊어졌고 굳이 단점으로 표현하자면 재국의 이야기가 많이 빠졌다. 그게 조금 아쉽다.”

‘더 문’으로 우주, 달의 세계를 구현한 김용화 감독.  / CJ ENM
‘더 문’으로 우주, 달의 세계를 구현한 김용화 감독. / CJ ENM

-전작에서 사후 세계를 보여준 데 이어, 이번에는 우주, 달로 향했다. 달을 택한 이유가 궁금한데.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관객도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치할 때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운 좋게 성공한 작품도 있지만, ‘미스터 고’(2013) 같은 경우는 기획에 실패한 작품이다. 나는 보고 싶었지만 관객은 원하지 않은… ‘신과함께’는 일곱 지옥을 잘 구현해서 한국에서 판타지 영화가 안 된다는 것을 불식시키고 싶었고, ‘더 문’은 최대한 능력을 다 뽑아내면 한국에서도 SF에 도전할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도전했다. 또 달은 양면성을 띠고 있잖나. 좌절과 희망, 공포와 따뜻함 등 양면적인 측면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아이러니가 마음에 들었고,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달은 벗어나지 못하는데 그 지점이 사람들 간의 관계를 풀어내는데 상징적으로 맞닿아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 다큐멘터리 등을 활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영화의 오프닝도 인상적이었다. 

“대학교 때부터 설명의 가장 좋은 방법은 유머와 갈등이라고 익히 배워왔고 그렇게 해왔는데, 하다 보니 설명이 필요하지만 모든 상황을 인물의 갈등, 특히 유머로 풀 때 수위나 빈도가 전작과는 달리 한계가 있었다. 적당한 순간에 관객이 꼭 알고 넘어갔으면 하는 부분을 뉴스를 통해 앵커와 기자들이 적당한 설명을 해주는 게 이 영화의 문법과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적당히 등장하면 설명적인 부분이 지루하지 않게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VFX뿐 아니라 실물 세트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신과함께’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게 배우들이 아무것도 없는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거였다. 그렇다고 지옥을 렌더링해서 다 만들어놓을 수도 없고, 안타까움이 많았다. VFX에 너무 많은 하중을 걸다 보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더라. 그래서 다음 영화는 VFX가 더 빛나기 위해서 실제 우리가 갖고 있어야 할 것들의 완성도를 굉장히 많이 올라간 상태에서 찍고 싶었다. 그게 또 담당 슈퍼바이저끼리 협업이 잘 됐고, 그러다 보니 미술적인 부분도 완성도 차원에서도 관심이 더 많이 갔었다. 우주복 같은 경우는 6개월 동안 13벌을 만들었다. 실제 선내에 있는 부품, 소재 하나도 실제로 쓰이는 것들을 자문을 받아서 재질까지 거의 똑같이 만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완성도가 올라가니까 VFX도 그 완성도에 비견될 만큼 해상도가 올라가지 않으면 승부수가 안 되는 거다. 뭐가 먼저냐고 하긴 어렵지만, 작전으로는 유효다고 생각한다. VFX가 해줘야 하는 일들은 줄어들면서 완성도가 올라가는 효과를 본 것 같다.”

김용화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화답한 도경수. / CJ ENM
김용화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화답한 도경수. / CJ ENM

-‘신과함께’에 이어 다시 도경수를 택했다.   

“‘신과함께’ 때는 캐스팅하고 나서 도경수가 ‘으르렁’을 부른 걸 알았다.(웃음)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지도 몰랐고 재능이 이렇게 많은 지도 몰랐다. 이미지가 너무 좋았다. 퓨어한 이미지가 있고 역할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판단했는데 함께 하다 보니 잠재력을 보게 된 거다. 백지 같은 느낌이 있고. 주연일 경우 인지도는 높지만 아직 잠재적 퍼텐셜이 터지지 않은 사람이 잘 해냈을 때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데, 도경수가 물론 좋은 작품과 훌륭한 역할을 많이 했지만, 이런 역할로 그의 매력을 한껏 뽐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캐스팅을 했더니 기대보다 더 잘 소화해 줬다. VFX로 완성도를 올려야 하는 샷도 배우가 상당 부분 능수능란하게 해줘서 좋았고 감사했다.” 

-스토리는 뻔하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감독의 작품은 알면서도 터지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힘이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어렸을 때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험들을 많이 했다. 부모님도 많이 아프셨고. 유년기 때 그런 경험이 너무 많다 보니까 삶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기쁨보다 아픔이 훨씬 많고, 성공의 환희보다 실패의 아픔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리적으로 나누긴 어렵지만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 부조리함이 훨씬 많구나. 자의로 원해서 그런 환경을 만들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래서 나는 되게 위로받고 싶고 관객도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 경험해 보지 않았고 내 고통이 가장 크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 뉴스만 봐도 벌어질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다. 영화는 상상하는 일이 생기지만 현실은 생각도 못한 끔찍한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진다. 나보다 더 고통을 많이 겪었다는 수위에 놓고 관객을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코믹한 터치의 포션을 올려서 관객을 위로할 수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슬픔을 조금 더 보일 수 있지만 양가적 감정을 적절한 비율로 만들고자 한다. ‘그래도 한번쯤 살아볼 가치가 있어’라는 키워딩에 되게 집착하고 있다. 같은 영화를 소재만 바꿔서 계속 만들고 있는 거다.(웃음) 아마도 내가 영화를 그만두기 전까지는 그 이야기를 계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용화 감독이 연출 철학을 밝혔다. / CJ ENM
김용화 감독이 연출 철학을 밝혔다. / CJ ENM

-사후시계와 우주, 달에 이은 다음 도전이 궁금하고, 국내 기술력으로 어디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도전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웃음) 예산과 시장의 문제라고 본다. 감히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국시장으로는 되게 힘들고 만들 수 없다. ‘천만’ 관객이 들면 대박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더더욱 힘든 시장이 됐고 인구분포도로 봤을 때 200, 300만 관객만 들면 극장에서 많이 체험하는 거다. 우리나라 인구에 비하면. 미국도 그런 추산으로 박스오피스 집계를 하지만 그들은 글로벌이기 때문에 자체 시장에서 20~30%만 해줘도 수익을 남긴다. 하지만 한국은 거의 90%가 국내에서 다 나와야 하는 시장이다.

나와 나의 동료 감독이 목표로 하는 것은 아시아 시장이 하나가 되는 거다. 드라마는 됐다. OTT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겠지만, 드라마 시장은 충분한 경쟁력으로 아시아 시장이 하나가 됐는데 아직 영화는 아시아 시장이 하나가 되진 않았다. 특히 중국이 빠져나가서 더더욱 그렇다. 나는 그 시장이 하나가 됐을 때는 감히 말하는데, 전 세계 내놓을 만한 버젯팅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예산이 더 투입됐다면) 시나리오도 달라졌을 거다. 예를 들면 드라마로 채워야 하는 부분, 단순하게 대화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대화와 액션이 결합됐을 때 관객의 만족도가 높아지잖나. ‘미션 임파서블’을 보면 이해할 거다. 저희는 안타깝게도 아직은 한계가 분명히 있다. 실력은 예산이 투여되는 만큼.(높아질 거다) 하나의 샷을 10일 작업한다고 하면 그것을 50일을 하면 더 어마 무시한 샷이 나올 거라고 확신한다.”

-‘쌍 천만 감독’이란 수식어를 갖고 있는데, 그때와 지금,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이 시기 감독으로서, 영화인으로서 하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가.  

“문법에 대한 문제를 제일 많이 고민한다. 짧은 콘텐츠도 많이 보는 시대고, 우리나라처럼 자막을 불편하지 않게 보는 나라도 없을 거다. 그런 저런 측면에서 고민도 되고, 관객에게 정서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부분, 내가 드리려고 하는 소통하고 싶어 하는 정서가 계속 맞고 있느냐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한다. 취향이 있기 때문에 얼마나 보편성을 갖느냐는 다른 문제긴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드러날 것이고 평가를 받을 거다. 그래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조금 더 완성도 있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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