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에너지·생명과학 등 6대 산업 분야 활용도 ‘우수’
“기업 전사적으로 노력해야 도입 효과 100% 본다”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도입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기업리더들에겐 ‘AI가 현재 기업에서 맡을 수 있는 임무는 무엇이며, 앞으로 맡을 추가 업무는 무엇이 되는가’를 파악하는 숙제가 생겼다./ 그래픽=Midjourney, 편집=박설민 기자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도입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기업리더들에겐 ‘AI가 현재 기업에서 맡을 수 있는 임무는 무엇이며, 앞으로 맡을 추가 업무는 무엇이 되는가’를 파악하는 숙제가 생겼다./ 그래픽=Midjourney,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기업들이 채용하려고 줄서는 신입사원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연산·자료처리 능력을 가진 AI는 기업 입장에서 탐낼 만한 일꾼이다. 관련 산업 규모도 급성장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2030년이면 기업용 AI시장 규모가 1,552억달러(약 205조1,43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기업 운영자들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AI가 현재 기업에서 맡을 수 있는 임무는 무엇이며, 앞으로 맡을 추가 업무는 무엇이 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Deloitte)’도 “AI발전과 도입을 둘러싼 광풍이 불고 있는 현재, 기업 리더와 의사결정자들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AI, 통신·에너지·생명과학 등 6대 산업 분야 ‘취업’

11일 ‘딜로이트 AI연구소(Deloitte AI Institute)’가 ‘인공지능 활용서: 6대 산업별 활용사례’ 리포트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산업별로 가장 주목할 만한 AI 활용 사례와 핵심 사업 과제 및 기회, 개선점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딜로이트 AI연구소에서는 6대 산업에서 지금 당장 적용 가능한 분야가 있다고 봤다. 6대 산업은 △미디어 및 통신 △소비자 △에너지·자원 및 산업재 △금융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 △정부 및 공공 등으로 구성된다.

‘미디어 및 통신’ 분야에서 AI는 ‘자가복구 네트워크’, ‘비디오 콘텐츠 분석을 통한 데이터 수익화’. ‘시청자 감정 감지를 통한 광고 분석’ 등에 활용 가능하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통신 네트워크의 연결·복구, 고객 맞춤형 콘텐츠·언어 서비스 등을 AI에게 맡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딥페이크’ 콘텐츠 감지도 AI가 담당할 수 있다.

고객의 니즈 파악이 필수인 ‘소비자’ 분야에서도 AI활용이 기대된다. 특히 맞춤·자동화 서비스 발전에 AI는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키오스크, 로봇 등으로 자동화가 이뤄진 매장에 AI가 도입될 경우, 매우 큰 사업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AI가 고객의 신체 사이즈와 형태에 맞는 패션 아이템을 실시간으로 골라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에너지·자원 및 산업재’ 분야에서 AI의 핵심 역할은 알고리즘 기반의 ‘스마트 공급망’ 운영이다. 에너지·자원의 경우, 어디에서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해마다 폭염에 갑작스런 정전도 발전소에서 필요 전력량 예측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다. 이때 자원 및 에너지의 수요 예측, 재고 관리, 생산 최적화에 AI를 도입하면 공급망의 유연성과 안정성 강화가 가능하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같은 국제 공급망 취약성을 미리 예측해 대비책을 세우기도 용이하다.

‘금융’ 산업도 AI가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 받는 분야다. ‘생체인식 디지털 결제’ 시스템 도입과 ‘소비자 사기 탐지’, ‘신용 리스크 분석’ 등 여러 서비스에 이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AI기반 ‘사용자 맞춤화 보험’의 경우, 금융권에서 적극 추진 중인 사업 분야다. 고객의 실제 행동과 현재 상황 등을 분석해 보험 적용 범위·요율의 실시간 조정이 가능해서다. 실제로 캐나다의 의료 AI보험 기술기업 ‘리디아 AI(Lydia AI)’에서는 ‘예측 위험 분석(Predictive Risk Analytics)’ AI모델을 이용해 보험 가입자들의 건강점수를 매겨주는 기술도 개발한 바 있다.

AI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는 ‘생명과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합성생물학’에서 AI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다. 사진은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2'가 찾아낸 단백질 구조./ 딥마인드
AI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는 ‘생명과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합성생물학’에서 AI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다. 사진은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2'가 찾아낸 단백질 구조./ 딥마인드

가장 보수적인 과학 연구 분야 중 하나인 ‘생명과학’ 분야도 AI가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그중 단연 주목받는 기술 분야는 ‘합성생물학’이다. 합성생물학은 우리 몸에 필요한 장기, 세포 등의 생체 부품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기술로, 여러 글로벌 의료기업에서 적극 연구 중이다. 이를 위해선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폴드(AlphaFold)2'는 단 4년 만에 2억 개가 넘는 단백질 구조를 알아냈다. 이는 인간 과학자들이 50년 이상 걸린 연구 결과와 맞먹는 양이다. 정확도 역시 90% 이상으로 매우 높았다.

우리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정부 및 공공’ 분야도 AI의 주무대다. 딜로이트 AI연구소는 AI가 ‘영상 감시 예측, 사전 문제 감지’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잠재적인 보안 위협을 정확하고 빠르게 감지해 시민 안전을 지킬 수 있어서다. 또 ‘공공 자산과 인프라 관리, 미래 도시 구축’ 등 분야에서도 적극 활용 가능하다고 봤다. 이밖에도 ‘재판 결과 예측을 통한 판사의 판결 능력 강화’, ‘국방 분야’ 등에서 AI가 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 AI도입, 성공하려면 ‘전사적 노력’ 뒷받침돼야

다만 딜로이트 AI연구소는 기업들이 AI도입에만 몰두하고, 제대로 된 운영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소규모 도입 후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한데, 대다수 기업들이 도입 시범 단계거나 형식적 도입 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딜로이트 그룹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기업의 74%가 ‘AI도입이 시험 단계에 머물렀다’고 답했다. 반면 대규모 활용에 나선 기업은 26%에 불과했다.

딜로이트 AI연구소는 “AI는 모든 유형의 기업들에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전례 없는 수준의 효율성과 성과를 보여주는 이 기술은 기업 형태와 규모에 상관없이 이전에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우선 소규모로 시작해 점차 규모를 전사적으로, 또 전체 생태계로 확대해 갈 수 있는 구상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 같은 큰 구상을 가지고 AI를 도입하는 기업을 드문데, 기업에서 전사적으로, 생태계 전반에 걸쳐 AI를 도입해야 그 가치를 100% 실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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