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당일 6.2% 오른 네이버 주가, 다음날 약 8% 하락
“기대 못 미친 성능, 투자 심리 악영향 미쳐”… ‘데이터 부족 탓’
전문가들, “AI생태계 청사진 구축 긍정적, 성능 향상 뒷받침돼야” 

네이버가 초거대 인공지능(AI)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24일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생성형 AI생태계 구축에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과 증권가에선 아직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네이버가 초거대 인공지능(AI)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24일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생성형 AI생태계 구축에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과 증권가에선 아직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세간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네이버의 초거대 인공지능(AI)모델 ‘하이퍼클로바X’가 24일 베일을 벗었다. 경쟁자인 오픈AI의 챗GPT와 비교해 우수한 점도,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일단 AI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다만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선 확실한 수익 창출 모델 및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기대 못미쳐”… 챗봇 ‘클로바X’ 공개 후, 네이버 주가 8% ‘뚝’    

일단 시장에서의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이진 않아 보인다. 출시 직후 급등했던 네이버의 주가가 다음날인 25일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하이퍼클로버X’ 공개 당일 6.26% 급등해 22만9,000원을 기록했다. 최고가는 23만5,000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5일 주가는 7.86%까지 하락한 21만1,000원까지 곤두박질치며 장을 마감했다.

증권가에선 이처럼 박한 평가가 나온 이유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어서’라고 봤다.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이 생각보다 특출나진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대화형 AI서비스 ‘클로바X’는 24일 오후 4시에 공개된 직후, 트래픽 과부하가 걸리며 상당한 성능 저하 현상이 발생했다. 이후 트래픽 안정화가 되며 성능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답변 정확성이나 말투(인간에 가까운)가 기대보다 모자라 실망했다는 평가도 적잖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보고서를 통해 “클로바X가 공개된 이후 답변의 정확성과 속도 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며 “B2C 대화형 AI의 만족스럽지 못한 성능은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빅테크 기업들의 생성형 AI서비스 조차도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고 평가받는다”며 “24일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클로바X에 대해서도 성능에 대한 우려가 드는 검색 결과물이 여럿 발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좌측부터) '챗GPT'와 네이버 '클로바X'의 문답 비교. 챗GPT의 경우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는 반면, 클로바X는 같은 답변을 반복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박설민 기자
(좌측부터) '챗GPT'와 네이버 '클로바X'의 문답 비교. 챗GPT의 경우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는 반면, 클로바X는 같은 답변을 반복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박설민 기자

◇ GPT-3.5 매개변수 앞서지만… 학습·데이터 문제로 아쉬움 남는 성능

하지만 하이퍼클로바X는 수치상으론 챗GPT를 압도해야 한다. AI성능을 좌우하는 매개변수의 경우, 하이퍼클로바X는 2,040억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챗GPT’의 기반이 된 초거대 AI ‘GPT-3.5’의 매개변수는 1,750억개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도 “내부적으로 GPT-3.5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본 결과 75%의 승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AI훈련용 데이터의 품질과 양, 훈련 방식 등의 요인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공부를 많이 해야 우수한 지식인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한 GPT-3.5의 성능을 개발 기간이 더 짧은 하이퍼클로바X가 당장에 따라잡긴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AI 1세대 연구자인 김진형 KAIST 명예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매개변수 개수가 많다고만 해서 AI모델의 성능이 월등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AI모델을 훈련시키는 데이터의 양과 품질, 학습 방법 등에 따라 성능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클로바X를 직접 사용해본 결과, 자꾸 반복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며 “이는 거대언어모델(LLM)이 생성하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결정하는 ‘템퍼러처(Temperature)’ 라는 하이퍼 파라미터 세팅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지능연구단 책임연구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매개변수가 AI모델의 성능에 중요한 변수인 건 맞지만 그것 말고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데이터 품질인데, 메타에서 개발한 LLM인 라마2의 경우, GPT-3.5보다 매개변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성능은 매우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모델의 성능은 학습시키는 데이터의 양과 품질, 학습 방법 등에 따라 성능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픽=미드저니
전문가들은 AI모델의 성능은 학습시키는 데이터의 양과 품질, 학습 방법 등에 따라 성능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픽=미드저니

◇ 韓생성형 AI 생태계 구축은 ‘긍정적’… “성능 향상으로 구체화 필요”

다만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하이퍼클로바X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글로벌 IT기업들과 비교해 인적·물적 자원이 크게 부족한 조건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는 것이다.

김진형 교수는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적인 데이터와 관련해서는 해외 기업들의 AI모델보다 훨씬 잘한다는 장점도 있다”며 “국내 회사들은 충분히 쓸 만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24일 발표에서 네이버가 비즈니스 상거래 등 AI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분명 아쉬운 점도 있지만 국가적으로는 이정도 기술이면 본격적인 한국형 초거대 AI모델 생태계 구축의 시발점으로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성능 향상과 더불어 하이퍼클로바X에게 남은 과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수익모델 창출이다. 기업은 단순 연구 기관이 아닌,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아무리 고성능의 생성형 AI모델을 보유했다 하더라도 수익모델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유지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 상황이다. 인도의 인도 AI트랜드 분석 전문매체 ‘애널리틱스 인디아 매거진’에 따르면 오픈AI의 수익 구조가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할 경우, 내년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챗GPT 서비스를 유지하는덴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수익성은 그에 못 미쳐서다. 

챗GPT의 하루 유지 비용은 약 70만달러, 한화 9억2,785만원이다. 즉, 1년이면 2억5,550만달러(약 3,386억원)의 비용이 소모된다. 반면 챗GPT의 이용자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애널리틱스 인디아 매거진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17억명이었던 챗GPT 이용자 수는 7월 기준 15억명으로 줄었다.

AI업계 및 증권가에서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 B2B(기업 간 거래) 부문 수익화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Neurocloud for HyperCLOVA X)’를 소개하는 곽용재 네이버 클라우드 CTO./ 박설민 기자
AI업계 및 증권가에서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 B2B(기업 간 거래) 부문 수익화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Neurocloud for HyperCLOVA X)’를 소개하는 곽용재 네이버 클라우드 CTO./ 박설민 기자

이런 수익성 부분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하이퍼클로바X에게 ‘긍정 평가’를 내렸다. 자체적으로 네이버가 보유한 쇼핑, 여행, 검색엔진 등과 융합할 경우, 우수한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실제로 24일 팀네이버 컨퍼런스 ‘DAN23’에서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검색, 커머스, 광고 등 네이버 주요 서비스 사업 계획도 발표했다.

특히 기대되는 사업 분야는 B2B(기업 간 거래) 부문 수익화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프로젝트 커넥트X (Project CONNECT X)’다.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제작된 기업용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디자인, 코딩 등 기업 내 전문 업무 분야 수행을 돕는 역항을 한다. 기업 전용 생성형 AI 솔루션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Neurocloud for HyperCLOVA X)’, 클로바 스튜디오(CLOVA Studio)는 오는 10월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하이퍼클로바X 기반 검색서비스 ‘큐:(Cue:)’도 오는 11월 출시한다.

오린아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은 검색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로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모든 서비스가 한 단계 레벨업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네이버의 컨퍼런스는 단순 기술과 성능과 관련된 설명에 국한되지 않고 수익 창출 방안과 검색, 쇼핑 등 기존 서비스 성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 비교적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이제 남은 것은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 확보로, 근사한 네이버의 청사진을 실제로 완성시켜 나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며 “검증된 성능이 고객군을 확보하는 것이 매출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디딤돌”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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