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지훈이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관객 앞에 섰다. / 쇼박스
배우 주지훈이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관객 앞에 섰다.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주지훈이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으로 관객 앞에 섰다.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레바논 현지 택시기사 판수로 분해 새로운 변신을 꾀한 그는 “몸은 고됐지만 마음은 행복했다”며 ‘비공식작전’과 함께 한 순간을 돌아봤다. 

지난 2일 개봉한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버디 액션 영화다.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 등과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최초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을 모티프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두 인물의 고군분투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주지훈은 “실화바탕이지만 김성훈 감독이 혼을 갈아 넣은 장르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며 “무겁고 어두운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런 재미에 더해 액션 쾌감과 버디 무비로서 재미도 있다는 것”이라며 ‘비공식작전’을 소개했다.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 ‘공작’ ‘암수살인’,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등 굵직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주지훈은 ‘비공식작전’에서 택시기사 판수로 분해 또 한 번 새로운 캐릭터를 빚어냈다. 쫓고 쫓기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능청스러움과 위트를 잃지 않는 인물로 완성, 긴장감 가득한 영화에 유쾌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특히 판수는 화려한 무늬의 셔츠, 상황에 따라 끼고 벗는 십자가 목걸이와 노란색 바지까지, 파격적인 패션으로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에 대해 주지훈은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판수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사로도 나오는데 판수는 월남전에도 다녀온 인물이에요. 그런 사람이 한국에 와서 아마 사고를 쳤을 것인데, 그게 아마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을 거예요. 무지에서 나온 잘못들이었던 거죠. 그런 판수는 타지에서 일을 하면서 꿀리지 않으려고 뭐라도 했을 거예요. 첫 등장에서 현지인도 안 쓰는 전통 모자를 쓰고 나오고 큰 목소리로 호객 행위를 하기도 하잖아요. 그만큼 열심히 사는 친구인 거죠.”

판수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주지훈. / 쇼박스
판수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주지훈. / 쇼박스

판수는 김성훈 감독과 많은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완성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킹덤’에 이어 다시 김성훈 감독의 선택을 받은 그는 “판수는 김성훈 감독과 전사를 구축해가면서 조금씩 구체화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며 김성훈 감독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아무래도 친분이 생기고 같이 보낸 시간이 쌓이다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이나 기조를 알게 되잖아요. 그러니 의사소통을 할 때도 조금 더 유려해져요. 예를 들면 나의 선의가 상대에게 선의가 아닐 수도 있고, 서로의 언어가 다르면 누군가에게 좋은 의도로 전달했는데 상대방이 들을 때 기분이 상할 수도 있잖아요. 김성훈 감독과는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 줄어든 거예요. (하)정우 형도 마찬가지고요. 이격이 없는 현장이었어요.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현장이라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죠. 몸은 고생스러웠지만 내면은 편했습니다.”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함께 한 하정우와도 재회했다. 이미 전작을 통해 탁월한 버디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만큼, 관객의 기대치 역시 높다. 이에 대해 부담감은 없냐고 묻자 주지훈은 이 역시 김성훈 감독을 믿었다고 답했다. 

“버디 영화로서 캐릭터가 잘 보이게 이미 시나리오가 완성돼 있었고, 그것에 집중해서 연기를 했어요.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인물 중심이 아니라, 이야기가 중심인 영화더라고요. 캐릭터 무비 같지만 더 큰 이야기였던 거죠. 또 ‘신과함께’와 ‘비공식작전’은 장르 자체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어요. 감독에 대한 신뢰도 있었고요. 두 배우를 놓고 바라보는 연출가의 시선이 아예 다를 거라는 믿음이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독의 역할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담은 없었습니다.”

주지훈이 쉽지 않았던 로케이션을 떠올렸다. / 쇼박스
주지훈이 쉽지 않았던 로케이션을 떠올렸다. / 쇼박스

모로코 로케이션으로 1987년 레바논 베이루트의 모습을 구현한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부터 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생존’ 액션은 ‘비공식작전’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특히 미로 같은 골목을 질주하는 판수의 택시 카 체이싱 액션은 마치 1987년도 베이루트를 누비는 듯한 현장감과 쾌감을 준다. 주지훈 역시 “완성된 장면을 보고 박수를 쳤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걱정이 컸어요. 나 혼자 탄 게 아니라 다른 인물들이 타 있었잖아요. 연습을 많이 했지만 AI가 아니니까 실수할 수 있잖아요. 사람이 다칠 수 있으니까 부담스러웠어요. 잘못해서 박거나 부딪히면 나야 내가 한 거지만, 뒤에 탄 사람들은 죄가 없잖아요. 뒤에서 정우 형은 하얗게 질려있었어요.(웃음) 김성훈 감독을 원래 신뢰하긴 했지만, 8분 동안 이어지는 카체이싱 장면을 보면서 박수를 쳤어요. 상황도 그렇고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서스펜스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너무 없었잖아요. 차가 빠르지도 않고, 초능력자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스펙터클하지도 않죠. 그런데 영화적, 장르적 쾌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김성훈 감독의 집착, 영화에 대한 애정이 켜켜이 쌓여 완성된 멋진 신이라고 생각해요.”

모로코와 이탈리아, 한국까지 3개국을 넘나들며 진행한 로케이션 과정도 언급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모로코에서 약 3개월간 촬영했는데, 주지훈은 “주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며 “비염이 있는데 콧구멍을 자주 쑤셔 힘들었다”고 ‘웃픈’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변덕스러운 날씨와도 싸워야 했다. 주지훈은 “아프리카라고 해서 반바지와 반팔만 챙겨갔는데, 바람이 엄청 부는 거다”며 “바람도 세고 비도 왔다 쨍했다 흐렸다 날씨가 어마어마했다. 10시에 한 컷을 찍고 낮 4시까지 기다렸다가 또다시 찍고 그런 경우가 허다했다”고 떠올렸다. 

그럼에도 ‘비공식작전’은 주지훈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도 마음이 잘 맞고 바라보는 바가 같으면 힘들어도 고통스럽지 않아요. 땡볕에 6시간 축구를 하는 마음과 비슷한 거죠. 당연히 힘들죠. 몸도 고되고. 그런데 얼마나 즐거우면 그렇게 하겠어요. ‘비공식작전’도 제겐 그런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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