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로 시청자 앞에 선 안효섭. /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로 시청자 앞에 선 안효섭.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안효섭이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로 글로벌 시청자 앞에 섰다. 풋풋한 소년미부터 깊고 진한 감정 열연까지 폭넓게 소화한 그는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며 치열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지난 9일 공개된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 분)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 분)과 친구 인규(강훈 분)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드라마 ‘나의 나라’ ‘그냥 사랑하는 사이’ ‘세상 어디에도 착한남자’ 등을 통해 섬세하고 서정적인 감성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김진원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인기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한국 정서에 맞게 재탄생시켰다.

안효섭은 극 중 준희의 남자친구인 구연준과 그와 닮은 1998년의 소년 남시헌으로 1인 2역에 도전한 것은 물론, 시간대에 따른 인물의 변화를 다양한 얼굴로 그려냈다. 김진원 감독은 “무겁고 진지한 감정을 폭넓게 소화하면서도 여전한 소년미를 지니고 있는 배우”라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안효섭은 “사랑을 꿈꿔 온 우리의 삶에 잠깐이나마 안식처가 될 작품”이라며 ‘너의 시간 속으로’를 향한 애정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해당 기사에는 시리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안효섭이 ‘너의 시간 속으로’와 함께 한 시간을 돌아봤다. / 넷플릭스
안효섭이 ‘너의 시간 속으로’와 함께 한 시간을 돌아봤다. / 넷플릭스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은. 

“1년 전 촬영한 작품이기도 하고 후반 작업 과정이 길다보니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했다. 객관성을 갖고 보긴 쉽지 않았다. 어떤 마음으로 했을지 아니까. 연기하면서 의아한 부분, 노렸던 부분들이 새록새록 생각나기도 하고 그랬다.” 

-의아한 부분, 노린 부분은 무엇이었나. 

“우선 시헌이 준희에게 바로 고백하는 감정이 순서대로만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있었다. 물론 그것 때문에 나중에 더 재밌어 지는 부분도 있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고등학교 때 분량을 찍고 찍은 게 아니고 촬영 초반이었는데 이미 준희를 너무 사랑하는 상태를 표현해야 해서 쉽지 않았다. 준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데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납득이 안 됐다. 그래서 더 상상해서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노린 지점이라고 한다면 외적인 모습의 디테일이었다. 학생 때는 실제 나의 모습을 투영해서 별다른 스타일링을 하지 않았고, 대학교 때는 나름대로 꾸밀 시기니까 컬도 넣어보고 가르마도 해봤다. 30대 때는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는 머리 스타일을 했다. 40대 모습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웃음) 나타났을 때 의아하고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 생각은 했다. 하지만 나의 의도는 준희와 민주, 인규를 위해 온전히 에너지를 쏟아버리면 자신을 가꾸지 못하고 본인을 챙기지 못하지 않았을까 상상했다. 겉모습보다 시헌에게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가꾸지 못할 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배우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결과물이었나.   

“처음 스타일을 정하는 과정에서 제일 많이 이야기한 부분이다. 원래는 깔끔하고 댄디한 콘셉트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시헌이 자기 인생을 바치고 그 정도로 사랑을 위해 헌신하는데 과연 겉모습이 멀쩡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관리를 안 한 듯한 긴 머리 스타일을 해보겠다고 제안했고 감독님도 수용해 줬다. 오랜 시간에 걸쳐 결정한 모습이었다.

시헌과 민준, 1인 2역을 소화한 안효섭. / 넷플릭스
시헌과 민준, 1인 2역을 소화한 안효섭. / 넷플릭스

-원작을 보지 않았다고. 그래서 이 시리즈만의 매력을 느꼈을 것 같다. 어떤 점에 끌렸나. 

“‘사내맞선’ 촬영하면서 대본을 봤다. 촬영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읽었는데, 1부부터 4부까지 끊지 않고 한 번에 쭉 읽었다. 대본이 잘 읽히고 마음으로 끌리는 작품을 선택하는 편인데, 이 작품이 그랬다. 타임슬립물을 좋아하기도 한다. 복선부터 완성되는 그림이 있잖나. 소름끼쳐 하면서 재밌게 봤다.” 

-원작을 보지 않은 이유가 있나. 

“궁금했다. 하지만 감독님의 권유가 있었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아무리 참고만 한다고 한들 연기에 영향이 안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견니’라는 특별하고 잘 만들어진 원작이 있었지만 우리만의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원작을) 어제부터 보기 시작했다. ‘너의 시간 속으로’를 다 보고 나서 이제 마음 편하게 시작했다. 이제 그 작품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시헌과 연준, 1인 2역을 소화해야 했다. 어렵진 않았나. 

“남시헌이 있고 구연준이 있는데, 영혼으로만 따졌을 때 연준이 나오는 신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다른 인물로 보고 각 인물에 대한 서사를 공부해서 연기했다. 그래서 1인 2역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고, 시간대 별로 시헌의 차이를 표현하는 게 숙제이자 관건이었다. 또 비어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나의 상상력으로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채워가며 연기했다. 정답이 없다보니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잡아나갔다. 어느 정도의 감정일지, 과하진 않을지 등 대화가 많이 오고 간 현장이었다.”

-준희와 민주를 대하는 시헌의 미묘한 차이를 표현하는 것도 고민했을 것 같다. 

“전여빈 누나의 연기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수월했다. 얼굴에서 바꿀 수 없는 한 가지가 눈빛이라고 생각하는데, 시헌 역시 그 눈을 보고 민주인지, 준희인지 알았던 것 같다. 한순간에 알아채잖나. 그 정도로 사랑하면 눈만 봐도 알 수 있구나 생각했다. (전여빈과) 서로 몰입해서 했다. 전여빈 누나는 어른 같다. 보면 이 사람이 진심인지 아닌지 알잖나. 척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나를 아껴주고 배려해 주는 게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촬영도 수월했다. 나 또한 잘 맞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화가 많이 필요한 작품이었는데 이야기를 편하게 많이 나눌 수 있던 상대였다. 모든 배우가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각오로 임한 거라 톱니바퀴가 잘 굴러간 현장이었다.” 

한 남자의 순애보를 절절하게 그려낸 안효섭. / 넷플릭스
한 남자의 순애보를 절절하게 그려낸 안효섭. / 넷플릭스

-시헌의 사랑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했나.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순애보 같은 사랑. 자기의 생을 한 번, 두 번이나 바칠 수 있는 이 엄청난 사랑을 내가 연기하면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했다. 그런 사랑을 믿고 싶었던 것도 같다. 시헌과 같은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름답고 애틋하다고 생각했다.”   

-외적인 모습 외에 배우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장면이나 설정이 있다면.  

“시헌이 고등학생 때 만화책을 계속 읽잖나. 처음에는 만화책 밖에 없나. 너무 뻔한 것 같았다. 12부에 시헌이 스타트업 회사 CEO가 되는데, 원래는 웹툰이 아니라 배달 어플리케이션이었다. 작가님이 의도한 것은 미래에 잘 될 기업을 시작하는 젊은 CEO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럴 거면 어차피 만화책을 많이 보니까 관련 업무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고 작가님이 받아들여 주셔서 그렇게 설정이 바뀌었다.”

-이번 작품을 끝내고 연기적 성장을 느끼기도 했나.

“계속 부족하고 단점만 보인다. 어떻게 개선하지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평생 내 연기에 만족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떡하지 고민도 된다. 물론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내가 나에게 부끄러움이 없으면 되지 않을까. 과정이 재밌기 때문에 이제는 슬슬 스스로 어깨를 토닥여주자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안효섭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넷플릭스
안효섭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넷플릭스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 안효섭의 강점을 꼽자면.  

“처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말이었는데, ‘얘가 얘였어? 얼굴 인식이 안 돼’라는 말이다. 배우가 인식이 안 되면 어떡하지 싶었는데, 이제는 그게 배우에게 너무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역할로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안효섭이라는 이미지가 아니라 배역에 맞는 역할로 보일 수 있다면 그게 장점이 아닐까.”

-하지만 잘생긴 배우로 꼽힌다. 외모가 다양한 배역을 맡는데 방해가 되진 않나. 

“나는 내가 잘생겼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잘생겨야 하는 역할이 들어오긴 한다. 물론 너무 감사하지만, 내려놓고 싶은 생각도 많이 한다. 다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 머리를 민다든지, 정말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그런 역할. 자유롭게 다양한 배역을 하고 싶다.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2015년 데뷔 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돌아보면 어떤가. 글로벌 팬도 많이 생겼는데 어떤 마음으로 지금을 보내고 있나. 

“내가 한 모든 작품이 내겐 유의미하다. 안 좋은 기억이든 좋은 기억이든 다 경험이 돼서 지금의 내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다. 후회가 없는 필모라고 생각한다. 책임감도 느낀다. 나의 말 한마디에 영항을 받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사고와 생각을 많이 공유하고 싶다. 선한 영향력으로 많은 분의 인생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같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애가 있는 편이다. 모두가 공존하면서 공생하면서 아름답게 살 수 있다는 걸 믿고 싶다.”

-아직 ‘너의 시간 속으로’를 보지 않은 시청자에게 작품을 소개한다면.   

“조금만 참다 보면 굉장히 많은 재미가 찾아올 거다. 사랑을 꿈꿔 온 우리의 삶에 잠깐이나마 안식처가 되는 작품이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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