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으로 추석 극장가 저격에 나서는 배우 송강호. / 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으로 추석 극장가 저격에 나서는 배우 송강호. / 바른손이앤에이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송강호가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으로 돌아왔다. 기필코 걸작을 만들고 싶은 영화감독으로 분해 또 한 번 기대 그 이상을 보여준 그는 “대중적이면서도 영화만의 매력을 흠뻑 담은 작품”이라며 ‘거미집’을 향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과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호평과 함께 일찌감치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영화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으로 대중의 신뢰를 얻은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자, 배우 송강호‧임수정‧오정세‧전여빈‧정수정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송강호는 영화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9), ‘밀정’(2016)에 이어 이번 ‘거미집’까지 김지운 감독과 다섯 번째 호흡을 맞췄다. 데뷔 후 처음으로 카메라 뒤 ‘감독’을 연기한 그는 회의와 자학, 열정과 재능, 현실의 악조건 사이에서 복잡하게 뒤엉키는 감정을 실감 나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송강호는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김지운 감독과 재회한 소감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촬영 비하인드 등 ‘거미집’과 함께 한 시간을 돌아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송강호가 ‘거미집’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바른손이앤에이
송강호가 ‘거미집’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공개 후 ‘이게 영화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여러 콘텐츠가 OTT를 비롯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손쉽고, 풍성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영화만이 갖고 있는 에너지와 영화의 매력을 가진 작품이 그리웠다. 그런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거미집’이 대중적이면서도 영화만의 매력을 흠뻑 담은, 영화만이 가진 매력을 지닌 작품이 된 것 같아 기뻤다. ‘거미집’처럼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 발짝이라도 내디디고 도전하는 게 한국영화의 자부심 아닐까. 결과(흥행 성적)는 둘째 문제인 것 같다.” 

-김열이라는 인물은 어떻게 다가왔나. 

“일류 감독이 되고 싶은 욕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이고,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좌절하는 과정이 펼쳐지지만, 보편적인 시각으로 보면 김열뿐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있고 나 자신도 그렇다. 이 인물을 통해 특정한 영화감독의 이야기가 아닌,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열등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나.

“열등감은 항상 있다. 잘생기고 멋진 친구를 보면 움츠러들고 열등감이 생긴다.(웃음) 영화 속에서도 주눅 들어 있잖나. 사람은 누구나 다 그렇다. 자기보다 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보면 열등감이 있다.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 같다.”

-가장 고민한 지점은 무엇인가. 

“김열도 김열이지만, ‘거미집’이라는 작품에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는 게 효과적이고 새로운 영화라는 원하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앙상블 연기가 빛을 발하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배우들과의 리듬감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전체적인 리듬감을 생각하며 ‘거미집’이라는 작품 자체가 관객에게 어떻게 소통하고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

카메라 뒤 감독을 연기한 송강호. / 바른손이앤에이
카메라 뒤 감독을 연기한 송강호. / 바른손이앤에이

-감독이라는 설정도 연기하는데 흥미로웠을 것 같다. 어떻게 접근했나. 

“특별히 누군가를 흉내 내려고 하진 않았다. 보편적인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다. 화가 치밀어 분노가 차오르기도 하고 배우의 훌륭한 연기를 보며 좋아하고 칭찬하고. 그런 모습에서 한 인간의 희로애락이 다 묻어있지 않았나 생각했다.”

-김지운 감독을 참고하진 않았나. 

“결론에 이르러서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은 실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장에서 본 적 있다.(웃음) 그때는 정말 모두가 광기의 도가니였다. 100일 동안 촬영을 하고 무조건 다음날 비행기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찍을 분량이 많이 남아있고 위험한 장면도 있었는데 모든 노력이 필름에 담기길 원했고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까봐 저절로 광기가 나왔던 것 같다. (영화 속 장면은) 그 당시 모습의 한 단면이었던 것 같다.”

-김지운 감독과 5번째 호흡이다. 어땠나.   

“김지운 감독은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집요하면서도 진중하다. 침착하면서도 정말 집요하게 찍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동일했다. 그래서 좋았다. 그런 집요함이 있기 때문에 항상 김지운 감독만의 스타일과 영화적인 미장센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산업적인 시스템은 많이 달라졌지만 김지운 감독의 집요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 바른손이앤에이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 바른손이앤에이

-1970년대 영화 촬영 현장을 경험해 본 소감도 궁금하다. 

“1970년대 초 한국영화 현장이 실제로 그랬다더라. 그때는 편수가 어마어마했잖나. 카메라도 대여하던 시절이라 다음 영화 촬영을 위해 사람이 나와서 대기하고 있기도 하고 끝나자마자 배우를 데려가고 그랬다더라. 그런 것이 나쁘게 보이는 게 아니라 되게 열정적으로 느껴졌다. 한국영화의 열정과 순수함, 예술혼을 불태웠던 예술가의 전체적인 오마주였던 거다. 티격태격 싸워도 참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배우와 감독을 떠나 같이 영화를 찍고 완성해 가는 과정이 펼쳐지는데, 살벌한 현장에서도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이 느껴졌다. 물론 지금 현장도 그렇지만, 그 시절에는 더 풋풋하고 순수한, 인간적인 정을 더 많이 느꼈다.” 

-수많은 작품, 캐릭터를 소화하고도 매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창의적인 연기의 비결은 무엇인가. 

“후배들이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정답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정답을 적으면 안 된다’는 거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정답을 적으면 정답은 맞는데, 감동이 없다. 모르는 답을 적어내야 하고 그게 또 정답이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어렵다. 박찬욱 감독이 과거 나와 관련된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기도 하다. ‘송강호가 정답이 아닌 정답을 적어냈는데 알고 보니 정답보다 더한 정답이었다’라는. 김지운 감독은 내 연극을 보고 ‘께름직하다’는 표현을 하더라. 내가 알고 있는 걸 보여줘야 께름직하지 않은데 예상치 못한 걸 하니 께름직하다는 거다. 김지운 감독, 박찬욱 감독의 말대로 정답 아닌 정답, 그것을 찾는 과정이 연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