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는 2024년 1월 1일부터는 ‘런타임 요금제’를 진행해 구독료와 별도로 요금을 받을 예정이다. / 유니티
유니티는 2024년 1월 1일부터는 ‘런타임 요금제’를 진행해 구독료와 별도로 요금을 받을 예정이다. / 유니티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콘텐츠 제작 엔진 개발사인 유니티가 구독료와 별도로 요금을 부과하는 ‘런타임 요금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통이 부재하고 국내외 게임사들에게 부담이 가중돼는 요금제라서 여러 비판을 받았다. 업계 의견을 반영해 요금제를 수정했지만 게임업계에선 유니티를 신뢰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게임업계 “다운로드 수로 요금 산정 방식 부당”

유니티를 개발·운영하는 미국 유니티 테크놀로지스는 자사 게임 제작 엔진 ‘유니티’의 신규 요금제를 발표했지만, 게임업계에서 논란이 일자 이를 수정했다. 유니티는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과 더불어 게임업계에서 게임을 개발할 때 흔히 사용되는 도구다.

게임 제작 엔진은 개발자가 빠른 시간 안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많은 국내외 게임들이 유니티와 언리얼엔진 등으로 제작되고 있다. 게임 업계에 따르면, 유니티는 가벼운 게임을 제작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유니티를 이용한 게임사나 개인 개발자는 기존에는 매년 구독료를 지불했다. 유니티에서 이용가능한 엔진으로는 △유니티 퍼스널 △유니티 플러스 △유니티 프로 △유니티 엔터프라이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유니티 퍼스널은 무료로 제공되는 버전이다. 유니티를 이용하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유니티 퍼스널로 게임을 개발하고 향후 사업이 확대되면 상위의 버전을 이용하게 된다.

유니티는 2024년 1월 1일부터 ‘런타임 요금제’를 진행해 구독료와 별도로 요금을 받을 예정이다. 최근 유니티가 발표한 ‘런타임 요금제’는 △유니티 프로·엔터프라이즈 플랜으로 제작된 게임 △2024년 이후 유니티 버전을 사용한 프로젝트 △지난 12개월간 매출 및 자금 규모가 100만달러(약 13억5,000만원) △100만명의 신규 이용자 수 등에 해당되는 게임에 적용된다.

런타임 요금제가 적용되면 게임사는 매월 매출의 2.5%나 신규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산정된 금액 가운데 선택해 지불할 수 있다. 유니티에 따르면 신규 이용자 수는 게임 플랫폼에서 다운로드 받은 수다. 재설치, 테스트 등은 이용자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박람회에서 배포되면 이용자는 1명으로 본다.

지난 12일 유니티가 처음 ‘런타임 요금제’를 발표했을 때는 중소 게임사들이 이용하는 유니티 퍼스널과 유니티 플러스에도 적용됐다. 게다가 일정 매출이 아닌 다운로드 수만으로 요금을 산정해 국내외 게임업계에서 불합리하다며 반발이 나왔다. 23일 마크 휘튼 유니티 부사장은 “보다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며 “앞서 발표한 정책을 변경하겠다”고 해명했다.

◇ “신뢰 하락, 그러나 다른 엔진 교체는 어려워”

게임업계는 현재 유니티를 이용하는 이유로 개발자들이 이용하기 쉽고, 라이선스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이번 유니티의 요금 정책 결정 과정을 보고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

다운로드 수로 요금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는 “다운로드 수가 아무리 높아도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서 매출이 달라진다”며 “게임을 개발하는 다수에게 매우 부당한 처사다. 인디게임 개발사뿐만 아니라 큰 개발사도 유니티 엔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하이퍼 캐주얼 장르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아무래도 꺼리게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는 유니티가 일방적으로 요금제를 통보하는 방식도 문제 삼았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이번 요금제 개편은 사실상 통보였고 대비 기간도 짧았다”며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 가늠할 수 없기에 유니티 엔진 사용 자체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니티가 당장에 다른 엔진으로 대체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에 유니티를 사용하던 개발자가 언리얼 엔진 등의 게임 엔진을 다시 배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있는 회사는 언리얼 엔진을 잘 다루는 개발자를 섭외하거나 아예 자체 엔진을 만들 수도 있다. 다만, 그 역시도 많은 시간과 노력, 금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언리얼 엔진은 게임업계에서 인기 있는 개발 엔진이다.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은 기본적으로 무료 제공되고 일정 매출을 달성하면 로열티를 받는다. 언리얼 엔진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 게임을 개발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한 인디게임 개발자에 따르면 언리얼 엔진을 다루는 데엔 다수의 인력이 필요해 중소 게임사는 이용하기 어렵다.

유니티는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는 데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니티와 언리얼 엔진은 게임업계에서 각각 역할을 하는 바가 있어 유니티를 언리얼 엔진이 대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에서 개발 엔진으로 논란인 가운데 펄어비스는 자체 엔진으로 개발한 ‘검은사막’을 장기간 서비스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펄어비스는 새로운 엔진인 ‘블랙 스페이스 엔진’을 이용해 ‘붉은사막’, ‘도깨비’, ‘PLAN 8’ 등의 신작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