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배터리 탑재 시 ‘전기차 생산 단가’ 인하 가능
‘국민 혈세’ 전기차 보조금, 中 배터리 구매에 쓰이는 꼴

자동차업계에서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기 위해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 대해서는 국고 보조금 지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테슬라 모델Y. / 테슬라
자동차업계에서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기 위해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 대해서는 국고 보조금 지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테슬라 모델Y. / 테슬라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업계가 전기자동차(EV) 대중화를 위해 보다 값싼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대해 ‘국부유출’이라고 지적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 대비 비싼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나섰다. 대표적으로 △테슬라 모델Y RWD △기아 레이EV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등이 있다. 내년 출시 예정인 현대자동차 캐스퍼EV, 메르세데스-벤츠 CLA 전기차 모델 등도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가 중국산 LFP 배터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가격’이다. 전기차 가격의 최대 약 40%를 배터리가 차지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배터리를 탑재하면 전기차 생산 단가와 판매가격 인하가 가능하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게와 부피가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안전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테슬라 모델Y RWD가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기존 모델 대비 국내 판매 가격이 2,000만원 가까이 낮아졌다. 이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사전 계약 규모가 2만명 이상에 달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국산 자동차 기업들도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BYD나 CATL 등 중국 기업에서 만든 LFP 배터리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자동차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개발·생산을 위해 중국산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은 얘기가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구매하는 자신이 보조금 혜택을 받는 것으로 이해하기 쉬운데, 실상은 정부가 국민 혈세를 이용해 비싼 전기차 비용 일부를 자동차 제조사에 대납하는 구조다.

KG모빌리티는 지난달 20일 쌍용자동차 인수 후 첫 신차로 전기차인 토레스 EVX(사진)를 출시했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사용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 KG모빌리티
KG모빌리티는 지난달 20일 쌍용자동차 인수 후 첫 신차로 전기차인 토레스 EVX(사진)를 출시했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사용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 KG모빌리티

결국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 보조금이 지속적으로 지급된다면 보조금을 지급 받은 자동차 기업은 또 다시 해당 차량에 쓰이는 배터리를 중국에서 구매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즉 국민 혈세가 중국 기업의 배를 불리는 용도에 사용되는 셈이다.

이러한 지적에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산 배터리 사용으로 국부유출에 대한 지적은 일부 인정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기조에 따라 국산 배터리 사용을 늘릴 것”이라며 “다만 현재로써는 국산 배터리 사용 시 가격이 높아지는 문제로 판매가 감소할 수 있는데, 이렇게 판매가 줄어드는 것보다는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해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 외화를 벌어들인다면 좋은 점도 있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인 문제에서는 현실적이어야 한다. 중국산인지 한국산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성능이 좋은지 나쁜지, 어느 제품이 기술력이 좋은지를 따져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현재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기술은 중국이 우리보다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와 관련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상호주의 원칙’을 토대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국가별로 상이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인한 국부유출과 보조금 정책이 국내 기업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며 “전기차는 반도체에 이어 한국경제의 미래가 걸린 분야이기에 우리나라 또한 국산 전기차에 더 많을 혜택을 주고 수입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축소 내지 폐지하는 등 상호주의 원칙을 토대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대안은 마련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배터리 제조국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지급하지는 않고, 배터리 성능(주행거리) 시험 인증을 통과한 전기차에 대해서는 기준에 따라 보조금을 책정해 지급한다”며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 지침을 만들고 평가 기준에 부합하면 보조금을 지급할 뿐이지, 상호주의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환경부에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는 배터리가 중국산이라고 지급하지 않는다던지 감축하는 것에 대해 논의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내년 전기차 보조금 지급안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가닥이 잡히고 최종 확정돼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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