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촬영 첫날, 화면에 잡힌 임시완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감독에게 짜릿함과 쾌감을 주는 배우.” 영화 ‘1947 보스톤’으로 돌아온 강제규 감독이 극 중 서윤복을 연기한 임시완을 두고 한 말이다. 감독의 말처럼 임시완은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불굴의 마라토너로 완벽 변신, 또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국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강제규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달 27일 개봉 후 실관람객 평점 1위를 기록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한국 마라톤 전설 손기정 선수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영웅 서윤복 선수의 실화를 담아낸 ‘1947 보스톤’에서 임시완은 마라토너의 단단하고 다부진 체구 등 외적 변신부터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는 단단한 정신력과 투지까지,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서윤복을 정성껏 빚어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임시완은 코로나19 여파로 오랜 기다림 끝에 ‘1947 보스톤’을 소개한 것에 대한 감격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작품을 찍고 언젠간 나오겠지 생각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관객을 만나야 진정한 의미가 생긴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작품”이라며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도 생명력을 부여받은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강제규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는 “마라토너 같아 보인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매번 현장에서 좋아해주시는 게 느껴졌다”며 “인자한 미소로 바라봐 주시더라. 그 덕에 한결 긴장된 마음 없이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존경하는 감독님이면서도 심적으로 친밀감, 유대감도 많이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임시완은 마라토너의 자세, 행동 양식, 표정까지 몸에 자연스럽게 밸만큼 끊임없는 연습은 물론, 꾸준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등 강도 높은 실전 트레이닝을 거쳤다. 이에 대해 그는 “마라톤도 마냥 뛰는 게 아니라 디테일이 있었고, 실제 선수를 가르쳐 주시는 코치님과 그 디테일을 잡아나갔다”며 “또 그 시대에 맞는 기본자세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함께 고민하며 담아내려 했다. 세세하게 표현해내고 싶었다”고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음을 전했다.  

철저한 식단 관리를 병행, 체지방을 6%대까지 낮췄다는 사실도 전해져 화제를 모았다. 임시완은 “몸을 만드는 게 기본적 목표는 아니었다”며 “캐릭터와 닮아가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윤복 선생님이 워낙 몸이 좋으셔서 따라가기 위해 운동을 해야 했고, 작품 선택 후 3개월, 촬영에 들어가고 끝날 때까지 5개월 동안 연기자보다는 약간의 세미 선수 생활을 했다”고 떠올렸다. 

임시완은 남다른 책임감과 마음가짐을 갖고 ‘1947 보스톤’에 임했다고 했다. “실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촬영하는 기간 동안만이라도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마인드, 책임 의식을 갖고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못할 거라는 마음은 없었다.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의무,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