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으로 또 한 번 진가를 입증한 류승룡. / 웥드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으로 또 한 번 진가를 입증한 류승룡. / 웥드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강풀 작가가 직접 대본을 쓰고 넷플릭스 ‘킹덤’ 시즌2로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은 박인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 8월 9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공개돼 글로벌 시청자와 만난 ‘무빙’은 그동안 디즈니+가 선보인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디즈니+ 아태지역에서 공개 첫 주 글로벌, 로컬 콘텐츠를 통틀어 최다 시청 시리즈에 등극했고, 전 세계 디즈니+와 미국 훌루(Hulu)에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무빙’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 ‘가족애’를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의 마음까지 매료했다. 특히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소중한 사람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로, 보다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기존 히어로물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 중심엔 희수(고윤정 분)의 평범한 아빠이자, 재생능력을 가진 초능력자 장주원이 있다. 늘 밝은 모습으로 딸을 응원하는 아빠 주원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뜨겁고 절절한 부성애로, 공감과 감동을 자아내며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다. 

주원 그 자체로 존재한 배우 류승룡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입체적이고 매력적이고 생생한 주원, ‘무빙’은 탄생할 수 없었을 거다. 류승룡은 평범한 가장의 얼굴부터 블랙요원으로서의 카리스마, 초능력을 가진 판타지적 인물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또 한 번 입증했다. 달달한 로맨스는 물론, 몸을 사리지 않는 강도 높은 액션도 완벽 소화하며 시리즈의 인기를 견인했다. 대장정을 마치고 <시사위크>와 만난 류승룡은 “원 없이 연기했다”며 ‘무빙’과 함께한 시간을 되돌아봤다.  

류승룡이 ‘무빙’과 함께 한 시간을 되돌아봤다. / 웥드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류승룡이 ‘무빙’과 함께 한 시간을 되돌아봤다. / 웥드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체감하나. 

“관객 수나 시청률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겠더라. 집계 방식도 모르겠고. 다만 해외 시청자의 반응을 보면서 많이 사랑받고 있구나 싶었다. 디즈니+도 확장과 성장이 필요했고 ‘무빙’이 그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한데.

“아이들이 ‘무빙’ 보고 착해졌다.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도 착해졌는데, 순기능이다. 집에 들어가면 일에 대한 것은 다 벗고 들어간다. 한 번도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무빙’은 짠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었다. 보고 너무 놀라더라. 어떻게 찍었냐고. 맞는 신을 보면서 집사람도 울고 그랬다. 우리 어머니는 나보다 더 오열했다.(웃음) 가족들에게는 아들, 남편, 가장으로서 보인 것 같더라. ‘극한직업’도 그렇고 많이 재밌어하고 좋아해 준다.”

-디즈니+ 시리즈는 처음이었다. 어땠나.  

“적극적인 제작 지원을 받으면서 간섭 없이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타이틀 시퀀스가 올라갈 때 놀랐다. 소제목이 올라갈 때도 돈을 아끼지 않았구나 싶더라.(웃음) 그냥 ‘무빙’하고 탁 올릴 수 있는데, 소제목에도 다 테마가 있는 거다. 깜짝 놀랐다. 나는 연기만 했지 그런 걸 전혀 모르잖나. 보면서 정말 감동스러웠다. 촬영할 때도 수중 장면 같은 경우에는 물을 다 데워줬다. 4일 내내 촬영하고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도 다 물에 빠져서 촬영해야 했는데, 정말 따뜻하게 데우고 깨끗하게 걸러주고 했다. 정말 대단한 거지. 감동적이었다.”

-‘무빙’의 인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상상 이상의 뭔가가 계속 있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특히 유니폼을 입고 지구를 구하던 히어로를 보다가, 치킨 가게 하는 옆집 아저씨 같은 사람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낭만 있고 응원하고 싶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내게 흰색 타이즈를 입히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준 류승룡. / 웥드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준 류승룡. / 웥드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극 중 주원은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굉장히 다양한 인물의 면모를 그려내야 했는데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떻게 접근했나. 

“작가님이 정말 섬세하게 그려줬다. 강풀 작가 보면 그렇게 안 생겼잖나. 박인제 감독도 그렇고 다 아저씨잖나. 그런데 그렇게 섬세하다. 깜짝 놀랐다. 예를 들면 벚꽃 장면은 세 사람(주원‧두식‧미현)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벚꽃은 빨리 지잖나. 그런 함의가 있더라. 또 마지막에 눈이 계속 내리면서 우리 세대는 가고, 그런 것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더라. 연기할 때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사람은 누구나 일희일비도 있고 희로애락이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모습을 그 시절에 맞게 다양하게 담아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긴 서사가 정말 좋았다. 여러 모습을 원 없이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섀도 연기를 하면서 그들을 바라보고 흐뭇하고 응원하고 이런 합들이 너무 재밌더라.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고 이런 것들이 엄청 잘 짜인 설계도처럼 튜닝돼 있었다.”

-강풀 작가가 각본 작업은 처음이었다. 기존 대본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우선 길었다.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라 텍스트로 하다 보니까 엄청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대사도 긴 게 많았다. 웹툰은 쭉 읽으면 되는데 영상작업은 그게 아니잖나. 그냥 표정만으로도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잖나. 그래서 박인제 감독과 매일 잘라냈다. 자르는 자와 지켜내려는 자의 엄청난 힘겨루기, ‘밀당’으로 나온 아주 주옥같은 대사, 결과물이다.(웃음)”

-로맨스도 보여줘야 했고, 액션 분량도 어마어마했다. 어떤 연기가 더 재밌었나. 

“사실 로맨스는 어려웠다. 특히 어린 시절 순박한 주원의 모습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는데 곽선영이 너무 잘 리드해줬다. 집중하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해줬다. 극 중에서도 그렇지만 연기할 때도 길 같은 역할을 해줬다. 이 자리 빌려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액션은) 재밌다기보다 힘들었다.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는 인물이잖나. ‘그만 맞았으면 좋겠다, 류승룡 학대 쇼’라는 반응도 있더라.(웃음) 자칫하면 다칠 수 있으니 안전에 굉장히 유의하면서 촬영했다.”

믿고 보는 배우 류승룡. / 웥드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믿고 보는 배우 류승룡. / 웥드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가장 힘들었던 액션 장면을 꼽자면. 

“류승범(프랭크 역)과 맞붙는 신이었다. 프랭크가 도장깨기하고 와서 주원과 붙는 장면이고 극 전체에 있어 중요한 포지션이 배치돼 있었잖나. 긴장감도 있어야 하고 해소도 있어야 하고 프랭크도 마무리되는 장면이면서 다음을 기대하게 해야 했다. 또 류승범은 ‘아라한 장풍대작전’때부터 액션을 해왔고 무술팀이 90도로 인사할 정도로 시조새다.(웃음) 아직 몸도 날래다. 맨몸으로 싸우는 거라 합도 있어야 해서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지금도 류승범이 이틀에 한 번씩 꿈에 나타난다.(웃음) 류승범은 이번에 처음 봤다. 배우들의 배우, 연예인 중의 연예인 같은 느낌이잖나. 되게 신기하고 반갑고 좋았다.”

-딸 희수를 연기한 고윤정은 어땠나. 촬영 전 꽃바구니를 선물하기도 했다고. 

“코로나19 시국이라 만나고 싶어도 밖에서 만나지 못했다. 근사한 데서 식사도 못하고 그래서 미안했다. 특별한 가족이잖나. 꽃바구니를 준비해서 잘해보자고 이야기했다. 고윤정은 정말 성격도 좋고 넉살이 좋다. 성격 자체가 스트레스도 잘 받지 않는 것 같다. 일할 때는 또 엄청 열심히 한다. 보석으로 따지면 아직 한 면밖에 보이지 않은,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 보여줄 게 많은 배우인 것 같아 앞으로가 너무 기대된다.”

-안 해 본 게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장르나 이야기가 있을까. 

“항상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이상의 이야기, 그 이상의 캐릭터가 오는 것 같다. 끊임없이 거미줄에서 줄을 빼듯, 누에고치에서 실을 빼듯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 웹툰도 있고 영상화도 따로 있고. 우리나라 이야기꾼들 너무 대단하다. 나의 짧고 얕은 생각보다 훨씬 더, 그 이상의 것이 제안 온다. 늘 놀람의 연속이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드려서 부담되기도 하지만 분명 다음에 뭔가 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빙’은 배우 류승룡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이렇게 긴 호흡으로 여러 모습을 보여준 작품은 ‘무빙’이 처음이다. 20부작도 처음이고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촬영한 것도 처음이다. 어떤 터닝포인트라기보다는 배우가 원 없이 보여주고 원 없이 연기할 수 있는 장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날지 모르겠지만 이것보다 더 힘든 액션을 할 수 있을까, 우는 장면에서 주원의 오열보다 더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긴 한다. 기다려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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