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영원무역그룹의 성래은 부회장 승계 작업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 영원무역그룹
공정거래위원회가 영원무역그룹의 성래은 부회장 승계 작업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 영원무역그룹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아웃도어 신화’와 노스페이스 브랜드 국내 운영으로 널리 알려진 영원무역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 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제기된 승계 관련 의혹 및 논란을 공정위가 정조준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조사 결과 및 제재에 따라 그동안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져온 성래은 부회장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 잇단 의혹·논란에 조사 착수한 공정위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영원무역그룹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9일, 영원무역과 영원아웃도어, 그리고 YMSA에 조사관 10여명을 투입해 각종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영원무역그룹을 향해 제기된 승계 관련 의혹 및 논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영원무역그룹은 지난 8월부터 언론보도를 통해 승계 관련 의혹 및 논란이 잇따라 제기된 바 있다.

오너 2세인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은 지난 3월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YMSA 지분 절반을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YMSA는 영원무역, 영원아웃도어 등의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영원무역홀딩스의 단일 1대주주로 29.0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승계 작업에 있어 중요한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여러 의혹 및 논란이 제기됐다. 먼저, 주가 하락을 불러온 영원무역그룹의 배당정책 변화 발표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 3월 초 기존에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10%였던 배당정책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50%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배당 규모가 축소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문제는 성래은 부회장이 YMSA 지분을 증여받은 시점이 얼마 뒤인 3월 말이었다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YMSA 자산 가치를 축소시켜 증여세 부담을 줄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뿐만 아니다. 성래은 부회장이 실제 증여세를 마련한 과정도 논란에 휩싸였다. 성래은 부회장은 YMSA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발생한 증여세 약 850억원을 전액 현금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자금은 대부분 YMSA로부터 대여한 것이었다.

또한 YMSA는 성래은 부회장에게 막대한 자금을 대여해주기 앞서 보유 중인 부동산을 영원무역에 매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영원무역이 YMSA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하며 지불한 대금을 YMSA가 성래은 부회장에게 대여해줬고, 성래은 부회장은 이를 통해 영원무역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YMSA 지분 절반을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영원무역은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 해명하고 나섰으나,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노스페이스가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저개발국 식수 개발 지원을 위해 기부하는 ‘노스페이스 에디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오너일가 개인회사 제품을 함께 판매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를 두고 사회공헌을 강조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오너일가 개인회사에게 판로를 제공해줬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한 시민단체는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을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영원무역그룹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착수 시점 또한 예사롭지 않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견 집단은 제약, 의류, 식음료 등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높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중견 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엄정히 법을 집행할 것”이라며 중견그룹에 대한 철저한 감시 및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여 만에 영원무역그룹에 대한 현장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위법사항에 대한 적발 및 제재가 내려질 경우 영원무역그룹은 박차를 가해온 2세 승계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후계자로서 입지를 굳혀온 성래은 부회장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성기학 회장의 차녀인 성래은 부회장은 2002년 영원무역에 입사해 2016년 영원무역홀딩스의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지난해에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실상 2세 시대를 열어젖히는데 있어 마지막 계단만 남겨놓고 있었던 것인데, 이번에 불거진 의혹 및 논란과 이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착수로 중대 변수를 맞게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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