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그룹의 오너 2세 성래은 부회장이 최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비상장사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논란이 일고 있다. / 영원무역
영원무역그룹의 오너 2세 성래은 부회장이 최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비상장사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논란이 일고 있다. / 영원무역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널리 알려진 영원무역그룹의 후계구도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난 가운데, 적잖은 뒷말을 낳고 있다.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더 탄탄하게 다진 오너 2세 ‘차녀’ 성래은 부회장이 떼어내기 쉽지 않은 ‘씁쓸한 꼬리표’를 달게 된 모습이다.

◇ 논란 빚었던 배당정책 변경… 이후 지분 증여 단행

영원무역그룹의 후계구도에 찾아온 변화가 뒤늦게 알려진 것은 이달 초 언론보도를 통해서다. KBS는 지난 2일 단독보도를 통해 성래은 부회장이 부친인 성기학 회장으로부터 영원무역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비상장사 YMSA 지분 절반을 지난 3월 증여받았다고 전하며 이 과정에서 영원무역홀딩스의 배당 축소 발표로 증여세 부담을 덜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영원무역그룹의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영원무역홀딩스는 성기학 회장이 최대주주다. 다만, 단일 1대주주는 성기학 회장의 비상장 개인회사인 YMSA로,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09%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에서 ‘옥상옥’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바로 이 회사의 지분을 성래은 부회장이 증여받은 것이다.

문제는 지분 증여 시점이다. 우선, KBS가 지분 증여 시점으로 지목한 것은 지난 3월 31일이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이에 앞선 지난 3월 2일, 중장기 배당정책에 변화를 주겠다고 발표해 주가가 급락했다. 기존에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10%였던 배당정책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50%로 변경했는데,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배당규모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영원무역홀딩스의 이러한 배당정책 변화는 당시 주식시장에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일각에선 무언가 다른 목적으로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주가를 하락시킨 배당정책 발표가 이뤄진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자 이에 따른 배당 규모가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확정된지 이틀 만에 YMSA 지분 증여가 이뤄진 것이다.

YMSA는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09%를 보유 중이기 때문에, 증여세 산정에 있어 영원무역홀딩스 주가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증여세 산정 시 주식가치는 증여가 이뤄진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종가를 평균 내 반영한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래은 부회장은 YMSA 지분 증여로 발생한 증여세 850억원가량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자금은 대부분 YMSA로부터 대여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YMSA는 성래은 부회장에게 대여해준 자금의 상당부분을 보유 중인 부동산을 영원무역에 팔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하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증여세 납부 또한 내부거래로 발생한 자금을 대여해 마련된 것이다.

이에 대해 영원무역그룹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조목조목 입장을 밝혔다. 우선, 성래은 부회장에게 YMSA 지분 증여가 이뤄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비상장사 주주의 개인적인 증여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핵심 쟁점인 영원무역홀딩스의 배당정책 변경을 통한 증여세 축소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영원무역그룹 측은 “영원무역홀딩스 같은 지주사는 회계상 자회사 등의 이익 등을 합산하는 연결기준과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에 큰 차이가 발생해 연결기준을 유지할 경우 배당 재원을 초과하는 차입이 필요할 수 있고 투자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회사의 재무상황과 경영환경을 고려해 이사회 등 경영진이 관련 법규에 따라 절차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당정책 변경은 3월 2일에 공정공시를 통해 미리 공개했고, 대주주의 증여 여부 및 시점과 영원무역홀딩스의 배당정책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는 한편 배당정책 변경에 따른 주가 변화가 증여세에 실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배당정책 변경 직후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주가가 이후 회복 및 상승해 전체 반영기간을 따져보면 증여세 부담이 오히려 증대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영원무역그룹은 성래은 부회장의 증여세 납부와 관련한 자금 대여 및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영원무역그룹 측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성래은 부회장은 승계 과정에서 붙은 씁쓸한 꼬리표를 떼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배당정책 변경과 주가 하락, 그리고 증여세 영향 여부는 서로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가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영원무역홀딩스 주주들의 손익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더욱이 <시사위크>가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조회한 결과 이번 증여세 산정에 반영된 영원무역홀딩스 주가는 6만5,532원으로 파악됐다. 배당정책 변경 발표 직전 주가인 6만9,100원에 비해 낮다.

영원무역그룹 측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한 증여세 납부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도 이례적일 뿐 아니라 성래은 부회장이 당장 본인의 자금은 거의 들이지 않고 승계를 위해 중요한 지분을 확보한 것이라는 점에서 뒷말이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성래은 부회장은 지난달 부친인 성기학 회장으로부터 배운 경영철학을 담은 책 ‘영원한 수업’을 출간했다. 이 역시 후계자로서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베일에 가려진 채 이뤄진 지분 증여가 드러나고 이를 둘러싼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 모습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단독] 승계 위해 배당 축소?…배당 줄이고 이틀 뒤 주식 증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38285&ref=A
2023. 8. 1.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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