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인허가 및 착공면적 대폭 감소… 이-팔 전쟁 등의 변수로 4분기 전망 암울

올 3분기 건설사들이 외형성장을 유지한 반면 영업실적은 대부분 전년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올 3분기 건설사들이 외형성장을 유지한 반면 영업실적은 대부분 전년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최근 들어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올 3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올 3분기에도 외형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영업실적에서는 일부 건설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의 3분기 실적 부진은 지난해 금리인상 이후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 원자재가격 인상, 고물가·고금리 기조 등의 여파가 여전히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형건설사들이 오는 4분기 역시 좀처럼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원자재가격 인상 등 기존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 인허가‧착공 감소,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가능성 등의 추가 변수가 등장해서다.

시장에 불안감이 팽배해지자 최근 건설업계는 국회에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추가 증액해달라고 건의한 상황이다.

◇ 3분기 외형성장과 달리 실속 못챙긴 건설사들  

각 건설사별 공시자료에 따르면 국내 다수 대형건설사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전년 동기 대비 40.3% 오른 매출 7조6,202억원을 기록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같은기간 40% 늘어난 매출 1조332억원을 달성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6.1% 증가한 5조2,820억원을, 대우건설은 18.6% 늘어난 2조9,901억원을 각각 기록했고 검단아파트 사고 여파를 겪은 GS건설도 지난해 3분기에 비해 5.2% 증가한 3조1,08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다만 DL이앤씨의 경우 전년 동기에 비해 0.6% 감소한 매출 1조8,374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대규모 해외사업 수주에 성공한 현대건설을 제외한 많은 건설사들이 올 3분기 실속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먼저 GS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은 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2% 급감했다.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30.9% 감소한 804억원으로 집계됐다. HDC현산은 10.8% 줄어든 6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 3위까지 치솟은 대우건설은 전년 동기에 비해 7.4% 감소한 1,902억원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업계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같은시기 6.5% 감소한 3,0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그닥 재미를 보지 못했다.

◇ 4분기 건설경기 침체 가능성↑… 건설사 실적 부진 장기화되나

올 3분기 대부분의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영업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올해 4분기에도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3분기 건축 허가‧착공‧준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전국 건축 인허가 면적 및 착공 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8%, 4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준공 면적은 8.1% 증가했다.

건축 인허가는 경기 선행지표로, 건축 착공은 경기 동행지표 중 하나다. 건축 준공의 경우 경기 후행지표에 속해 있다. 경기 선행지표들을 종합한 경기 선행지수를 통해선 6~7개월 이후의 경기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건축 착공을 포함한 경기 동행지표로 구성된 경기 동행지수는 현 경기 상황이나 동향을 파악하는데 쓰인다. 건축 준공 등 7개 경기 후행지표로 이뤄진 경기 후행지수는 회복기를 대략 점치는데 이용된다.

이은형 대한주택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착공이 준다는 것은 신축아파트 입주물량 감소로 이어진다”며 “착공은 신규택지 뿐만아니라 재건축‧재개발 같은 도시정비사업도 포함된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시장 선호도가 높은 신축아파트 공급과 수요 사이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의 건설경기는 지난 호황기 즉 미국의 기준금리 변동 이전인 문재인 정부 시기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앞으로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며 “미국 기준금리라는 외부요인이 시장의 알파와 오메가인 상황에서 일부 정부 정책만으로 판세를 바꾸기(미국 기준금리 영향 상쇄)에는 명백히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대한주택정책연구원 또한 이달 초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올 3분기 기준)’ 보고서를 통해 △건축허가·착공 동반 부진에 따른 민간 건축시장 위축 △공사비 등 누적된 비용상승에 따른 부담 지속 △신규 착공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올 4분기 건설경기의 부진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들의 올 4분기 실적이 3분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별수주한 프로젝트들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며 해외 원가율 변동성이 낮아졌고 2020년부터 2021년 분양한 현장들의 준공 전까지 주택부문 수익성 개선의 여지도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건설사들의 실적이 차별화될 전망”이라며 “주택부문에서는 공정 후반부 물량이 많은 업체들(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 등)은 내년에도 양호한 매출을 보일 것인 반면 중소형 건설사 등은 올해 신규분양 축소에 따른 매출 둔화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최근 건설협회가 국회에 내년도 SOC 예산안 증액을 요구했다. / 뉴시스
최근 건설협회가 국회에 내년도 SOC 예산안 증액을 요구했다. / 뉴시스

◇ 위기 느낀 건설업계, 국회에 SOC 예산 증액 요구

이처럼 올 4분기에 건설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자 지난 30일 건설협회는 국회에 내년도 SOC 예산을 기존 정부 편성안보다 4조1,000억원 더 많은 31조원 이상으로 책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건설협회 측은 “수출부진으로 무역수지가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다 올해 경제성장률마저 과거 경제 위기 때를 제외한 가장 낮은 수준인 1.1%로 전망되는 등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2.4% 이상을 달성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의 2.48% 수준인 58조8,000억원의 SOC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8월말 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SOC 분야 예산은 올해 본 예산 28조원보다 2조8,000억원(10.2%↓) 줄어든 25조1,000억원으로 책정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해외사업‧비주택부문 등 신규 먹거리에 집중한 일부 건설사들은 올 3분기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이밖에 다수 건설사들은 영업실적이 감소하면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이-팔 전쟁까지 발발해 오는 4분기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건설사들의 실적이 3분기에 이어 4분기마저 부진해져 올해 연간 실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다면 위기는 내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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