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내년 사업전략에 해외사업 비중 확대 가능성↑

증권가 및 전문기관은 내년 각종 건설경기 지표가 불확실할 것으로 내다봤다. / 뉴시스
증권가 및 전문기관은 내년 각종 건설경기 지표가 불확실할 것으로 내다봤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내년 건설 경기 역시 올해와 마찬가지로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내년에 어떤 전략을 수립할지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발표된 올해 주요 건설사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해외사업에 집중했던 일부 건설사의 실적이 타사 대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해외가 내년 건설사들의 주 사업무대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빅(Big)3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들이 최근 해외사업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같은 목소리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 증권가·전문기관, 내년 국내 건설경기 침체 전망

이달 초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 건설수주는 올해 대비 1.5% 감소한 총 187조3,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2022년 229조7,000억원으로 역대급 호황을 겪었던 국내 건설수주는 금리인상이 본격화되자 올해에는 전년 대비 17.3% 감소한 190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전망까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건설수주는 2년 연속 감소세에 접어들게 된다.

건산연은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자금경색 등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이는 곧 건설수주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건산연은 올 하반기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적인 물가상승률 증가, 이-팔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불확실성 등이 작용해 현재 3.5% 수준인 국내 기준금리가 단기간에 인하될 수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금리인하 시점이 늦어지면서 PF 대출금리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당분간 민간 건설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건산연 전망과 함께 교보증권은 더 나아가 ‘2024년 건설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건설사들의 총 GP(매출총이익)마진이 전년 대비 12.3% 줄어든 13조9,000억원을 기록하면서 3년 연속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내년에 건설사들의 총 GP마진이 만약 10조원 아래를 기록한다면 상장한 일부 대형건설사를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들의 OP마진(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빅3 건설사들이 내년 사업전략으로 해외사업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올해 6월말 사우디 아람코와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4 계약을 체결한 현대건설 / 현대건설
빅3 건설사들이 내년 사업전략으로 해외사업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올해 6월말 사우디 아람코와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4 계약을 체결한 현대건설 / 현대건설

◇ 빅3 건설사, 해외사업 강화 준비 움직임 시동

내년 건설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빅3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아직 각사별로 구체적인 ‘2024년도 전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들 모두 해외사업에 좀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1·2022년에 이어 올해에도 해외 건설수주 1위 타이틀을 노리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내년에도 해외사업 비중 확대 및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내년에도 중동·아시아 등 주력 시장 내에 경쟁력을 보유한 건축·토목·플랜트 상품 중심으로 프로젝트별 실행 가능성(Viability)을 고려해 해외사업 수주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밖에 인프라시설 및 빌딩 건설과 함께 신사업으로 신재생·친환경에너지의 개발·수주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카타르 태양광, 네옴 터널 등 해외 EPC(설계·시공·조달) 매출도 최근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해외 수주를 확대할 것”이라며 “스마트시티 구축 수요가 높은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 정부·기업과 업무 협약을 진행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확보하는 등 관련 사업 기회를 지속 발굴하고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중동·호주 등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그린수소·암모니아 등 신재생 사업 기회도 추가 확보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 말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4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해 적극적으로 해외사업 수주를 펼친 현대건설도 내년에 해외사업 비중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업계 및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내년 해외사업 비중을 전체 매출 가운데 60% 수준까지 대폭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전략을 확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라면서도 “그간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리상황에 따라 변동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금리 상황이었던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60%대에 육박했고 이어 2016~2018년은 40~50%, 저금리 기조였던 2020~2022년에는 30~40% 수준까지 낮아졌다.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해외사업 비중 역시 다시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억눌렸던 발주 수요 증가와 전쟁 등으로 인한 고유가 지속으로 해외사업 활성화 분위기가 조성돼 중동 발주량이 늘고 있다”며 “기존 캐시플로우(현금흐름) 시장인 중동 지역 수주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미국 등 신시장 개척(소형모듈원전, 풍력 등)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내년 사업전략이 수립되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 3위로 뛰어오른 대우건설도 해외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지난 10일 대우건설은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사업단장 직급을 기존 상무에서 전무급으로 격상하고 전략기획본부 산하 해외사업단을 CEO 직속 편제로 조정했다. 업계는 대우건설의 이같은 조치가 지속적인 성장과 먹거리 개발을 위한 안정적 토대 구축, 수주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직 기초적 수준의 조직 개편만 단행한 것”이라며 “각 사업본부에서 내년 사업 계획을 어떻게 할지 준비하는 단계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간략히 방향성만 설명하자면 내년 해외사업은 회사의 주요 거점시장인 나이지리아·리비아·이라크·베트남 등을 기반으로 점진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면서 “특히 3조원 규모의 투르크메니스탄 비료 플랜트 건설 계약의 연내 수주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내년에는 체코, 폴란트 원전 시공사 선정 일정이 가시화되는 만큼 해외원전 수주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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