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로 전년동월대비 3.8% 상승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로 전년동월대비 3.8% 상승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농산물의 오름세가 눈길을 끈다. 최근 중동 지역 분쟁으로 국제유가까지 들썩이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향후 물가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 과일‧채소 등 농산물 가격 큰 폭 ‘상승’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 기준=100)로 전년동월대비 3.8% 상승하면서 3개월 연속 오름세가 확대됐다. 상승폭은 지난 3월 4.2%를 기록한 뒤로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올해 1월까지 5%대를 유지해 왔다. 이후 4%대로 떨어진 상승률은 지난 6월(2.7%)과 7월(2.3%) 정부가 제시하는 물가 안정 목표 수준인 2%대에 도달했다. 그러나 지난 8월부터 다시 3%대로 진입하며 상승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계절 및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에 대한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2.1% 증가했다. 특히 신선과실에서 26.2% 크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선채소는 5.4%, 신선어개는 2.8% 올랐다.

품목성질별로 따로 떼어놓고 보면 농산물 가격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농산물의 경우 전년동월과 비교해서 13.5% 올랐다. 이는 지난 2021년 5월(14.9%) 이후 29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특히 사과는 같은 기간 72.4% 큰 오름세를 보였다. 이 외에도 △상추(40.7%) △토마토(22.8%) 등의 품목에서 물가 상승이 두드려졌다.

곡물 외 농산물 및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하고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6% 상승했다. OECD 방식의 근원물가지수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같은 기간 3.2% 올랐다.

◇ 3개월 연속 상승폭 확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데는 농산물 및 석유류 가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여름엔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반복되는 등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았다. 또한 하반기부터 국제유가도 들썩거리는 모양새다.

2일 통계청 브리핑에서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는 농산물이나 석유류를 다 포함한 물가”라면서 “우선 국제유가의 경우 8월부터 상승폭이 커지고 있는데, 특히 최근에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는 데 기여했던 석유류 가격 안정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소류의 경우 10월에는 9월과 비교해서 기상 여건이 조금 완화돼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번엔 그 하락폭이 이상 기온 효과로 인해 예년에 비해서 줄어든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기상 여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물 중에서도 특히 채소나 과실 같은 경우는 그 수확량에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격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은 올해 들어 서서히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 1월 5.0%였던 해당 지수 상승률은 지난 7월 3.9%대로 내려왔다. 이후 △3.9%(8월) △3.8%(9월) △3.6%(10월) 등 우하향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향후 물가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분쟁에 따라 국제유가 및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분석을 내놨다.

이날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향후 물가 흐름은 지난 8월 전망 경로를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8월 한은은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로 전망한 바 있다.

같은 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국내 물가의 경우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험, 이상저온 등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하락 속도가 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근원물가는 안정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중동사태 전개에 따라 국제 유가가 큰 폭 등락을 거듭하는 등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체감도 높은 물가‧민생 안정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
2023. 11. 02. 통계청
경제전망(2023.8월)
2023. 08. 24.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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