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3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여파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4분기엔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시스
키움증권이 3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여파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4분기엔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키움증권이 3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회사 내 분위기는 밝지 못한 실정이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여파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4분기에는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리스크 관리 미흡 등으로 대표이사 경질설이 부상해 더욱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 3분기 실적 호조에도 심란… 미수금 이슈로 4분기 실적 빨간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3분기 연결기준 2,041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4.42% 증가한 실적이다. 

매출은 2조1,0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9% 줄었지만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대폭 늘어났다. 3분기 영업이익은 2,71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1.7% 증가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527억원, 순이익은 1,9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연결과 별도기준 모두 실적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키움증권은 3분기 브로컬리지 부문과 운용 부문의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3분기까지 누적 실적도 호조세를 보였다. 키움증권의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8,4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95% 증가했다. 순이익은 6,299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68.48% 늘었다. 

그러나 4분기에도 이러한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4분기에는 지난달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발생한 대규모 미수금이 손실로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고객 위탁계좌에서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후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로 미수금 중 610억원 가량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측은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영풍제지 거래 재개 후 반대매매 대상 수량이 모두 체결돼 미수금 일부를 회수했으며, 현재 미수금은 약 4,333억원”이라며 “고객과 상환 협의, 법적 조치 등을 통해 미수금 회수에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될 수 있으며, 손실액은 4분기 실적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영풍제지는 지난달 18일 급락세를 보인 후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돼 다음날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됐다가 같은 달 26일 매매거래가 재개된 종목이다. 사건 직후 주가조작 세력들이 영풍제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며 부당 이득을 챙겨온 혐의가 드러나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 잇단 잡음에 리스크 관리 능력 도마

영풍제지는 지난달 26일 주식거래 재개 후 6거래일 연속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갔다. 키움증권 측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610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향후 고객 협의와 법적 조치 등을 통해 미수금을 회수하겠다고 전했으나 회수 작업이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키움증권이 잇따라 불미스런 사태에 연루되면서 경영진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키움증권이 잇따라 불미스런 사태에 연루되면서 경영진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황현순 대표이사의 경질설이 무성한 가운데 그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키움증권

이번 사태로 키움증권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은 도마에 올랐다. 사전에 영풍제지 미수거래를 차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회사의 리스크 관리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 시 일정한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외상으로 매입하는 방법이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했다가 사건이 터진 후에야 100%로 조정했다. 다른 증권사들이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를 올려 미수거래를 차단해온 것과 비교됐다.  

여기에 시장에선 키움증권이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 이어, 또 다시 불미스런 사태에 연루된 점 역시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앞서 키움증권은 CFD 서비스를 이용한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 사건’에도 연루돼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사태는 대성홀딩스·서울가스·선광·삼천리·세방·다우데이타·하림지주·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를 맞으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해당 사태는 라덕연 씨 등 주가조작 세력이 수년간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시세조종 행위를 해오다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하한가 사태 직전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다우데이터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처럼 잇따라 불미스런 사태에 연루되면서 키움증권 경영진의 책임론도 부상한 상황이다. 시장 일각에선 황현순 대표이사 등 핵심 경영진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황 대표는 2000년 키움증권에 입사한 이후 중국현지법인장, 투자운용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그룹전략경영실장을 거쳐 지난해 1월 키움증권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인사다. 올해 3월 재선임되며 입지를 넓혀왔다. 그러나 연임 이후 연달아 터진 악재로 그의 입지는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그의 공식 임기는 2026년 3월 만료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3분기 키움증권 영업실적(잠정)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106800562
2023. 11. 0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타공시(미수금 관련)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106800560
2023. 11. 0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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