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공사비 증액 필요”… KT “내부 검토 중”
타 건설사와도 분쟁 발생… 한신공영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에 분쟁 조정 신청”

KT와 쌍용건설 등 건설사간 공사비 분쟁이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KT와 쌍용건설 등 건설사간 공사비 분쟁이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 이슈로 인한 건설사와 조합간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과 건설사 사이에도 공사비로 인한 갈등이 터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공사비 증액 이슈가 터진 곳은 KT 판교 신사옥 공사현장으로,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원자재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KT에 추가 공사비를 요청했다. 이에 반해 KT는 공사 계약 때 체결한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KT는 서울 광화문 WEST 사옥 리모델링과 관련해 현대건설과도 공사비 증액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쌍용건설은 현재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공사비 증액에 대한 조정을 요청한 상태다. KT는 내부 검토 후 공사비 증액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 쌍용건설-KT, 경기 상황 및 특약 이유로 공사비 증액 이견

앞서 작년 7월 쌍용건설은 KT에 원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여부를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당시 쌍용건설은 △코로나19 사태와 이에 따른 중국발 봉쇄 △러-우크라 전쟁 △원자재가격 인상 등 불가항력적 요인으로 건설자재‧인건비가 급등했다며 KT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같은 달 KT는 기존 체결한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 요청을 거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쌍용건설에 발송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공사계약 이후 물가상승 등으로 건설 관련 원가가 증가해도 공사비를 조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특약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악화된 경제 상황으로 공사비가 급증하자 쌍용건설은 올 1월부터 5월까지 수 차례에 걸쳐 공사비 증액 요청 공문을 KT에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쌍용건설은 △국토교통부 민간공사에 대한 계약금액 조정 등의 업무지침 △국토교통부 질의공문(유권해석)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근거로 조정된 추가 공사비 171억원(VAT 포함)을 KT에 요구했다.

하지만 KT는 ‘물가변동 배제특약’과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번번이 공사비 증액 요구를 거절했다.

KT가 근거로 내세운 대법원 판례는 2017년 12월 21일 선고된 ‘부당이득금반환 등(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즉 국가·공기업이 사기업 등과 공공계약을 체결하면서 물가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한 국가계약법 관련 조항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쌍용건설은 이 판례가 △환율변동에 관한 사건인 점 △물가상승률이 통상적 수준이라고 전제한 점 △계약금 일부 조정이 가능해 일방당사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반박했다.

또 쌍용건설은 양사간 공사비 증액 이슈는 △불가항력적 사유로 물가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등해 피해 수준을 예측할 수 없었던 점 △계약금 일부 조정 등 경제변동에 따른 위험을 합리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점 △경쟁입찰 수주 상황에서 계약시 (쌍용건설이)우월한 협상력을 가질 수 없는 점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별다른 진전이 없자 쌍용건설 및 협력업체 직원은 결국 지난 10월 30일 KT 판교 신사옥 공사현장에서 KT에 물가인상분이 반영된 공사비를 요구하는 유치권행사에 돌입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와 함께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공사비 관련 분쟁을 해결해달라며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KT 측의 거듭된 거부로 올해 6월 이후에는 공사비 증액 관련 추가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다”며 “6월부터는 회사 내부에서 법적 절차 검토에 착수했고 이후 3개월 동안 물가지수를 산정한 공사비 금액을 정리해 9월에 다시 구두로 통보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 10월 말 시위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초 쌍용건설은 지난달말 1차 시위에 이어 이달 초 2차 시위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차 시위 이후 KT 측이 공사비 증액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2차 시위는 잠정 중단했다.

한편 공사비 분쟁 이슈에 대해 KT 관계자는 “건설시장의 환경변화 등을 인지하고 있다”며 “시공사 요구사항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KT와 공사비 분쟁 중인 쌍용건설이 국토부에 분쟁 조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 글로벌 세아그룹
KT와 공사비 분쟁 중인 쌍용건설이 국토부에 분쟁 조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 글로벌 세아그룹

◇ KT, 다수 공사현장에서 공사비 분쟁 발발 

KT는 쌍용건설 외 다른 건설사와도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중견건설사인 한신공영은 KT의 부동산 개발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와 공사비 분쟁을 겪고 있다. 앞서 KT에스테이트는 ‘지명경쟁 총액 최저가 입찰’을 통해 기업형 임대주택인 ‘리마크빌 부산역’의 시공사로 한신공영을 선정한 바 있다.

당초 두 회사가 계약한 공사비는 520억원 수준이었으나 공사가 진행되면서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다. 이에 한신공영은 KT에스테이트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으나 거부된 상태다. 2020년 3월 착공한 ‘리마크빌 부산역’은 올해 9월 준공됐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자재가격 급등, 러-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건설자재 반입 지연 등으로 공사비가 폭증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KT에스테이트에 공사비 증액 요청을 했으나 거부됐다”며 “이에 일부 하도급업체와 함께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에 공사비 증액 관련 조정을 신청했다. 당시 조정 신청한 추가 공사비 규모는 140억원 가량”이라고 전했다.

또 “당사도 계약 당시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체결했다”며 “현재 쌍용건설 사태를 지켜본 다른 하도급업체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KT는 서울 KT 광화문 WEST 빌딩 리모델링 시공사인 현대건설과도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이 곳에서도 공사비 증액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 전문가 “신규 계약부터 공사비 증액 관련 조항 및 문구 확실히 해야”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업계가 직면한 상황은 지금까지 벌어졌거나 앞으로 단기간 내 일어날 공사비 분쟁인데 안타깝게도 명확하게 해법이 제시된 것이 없다”며 “공사계약은 도급계약서상 따르는 것이 원칙이고 계약당사자간 이견이 있다면 가급적 원활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우선시 해야할 것은 향후 신규 계약과정에서 공사비 분쟁을 줄이는 것”이라며 “표준계약서에 공사비 증액을 다룬 조항‧문구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물가지수‧건설공사비지수 중 하나를 공사비 증액 기준으로 삼는 것 등”이라고 부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공사비 분쟁과 관련된 조정 신청 건수가 크게 늘었다”면서 “각 사안별로 공사비 내역서, 증빙자료, 적정 공사비 산정 등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아 조정이 완료되는 구체적인 시점은 알려줄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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