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공사비 관련 명확한 근거 규정 생겨 다행… 실효성은 아직 부족”

정부가 공사비 분쟁을 해소하고자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각 지자체 등에 배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과거 공사비 분쟁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 공사현장  / 뉴시스
정부가 공사비 분쟁을 해소하고자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각 지자체 등에 배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과거 공사비 분쟁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 공사현장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국토교통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진행 과정 중 발생하는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 분쟁을 해소하고자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각 지자체 등에 배포하기로 했다.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 분쟁은 그동안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끊이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22년 4월 15일 둔촌주공재건축아파트는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 증액 이슈로 인해 한때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어 작년 3월 서울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아파트는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 분쟁으로 인해 예비 입주자들이 이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더불어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은평 대조1구역 아파트 재개발 공사는 시공사가 조합으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해 올해 1월 1일자로 유치권 행사에 들어간 상태다. 

국토부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도록 권고해 그간 내용이 모호하거나 일방에 다소 불리한 계약사항들로 인한 분쟁이 향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 도입을 두고 건설업계는 ‘공사비 산정과 관련해 구체적 요건이 마련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당장 시행까지 법 개정 등 시일이 걸리는 점 △조합에만 혜택이 다소 치우친 점 △기존 서울시 고시 내용과 차이가 적은 점 등을 이유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국토부, 공사비 분쟁 해소 위해 ‘정비사업 표준계약서’ 마련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이하 ‘표준계약서’)’의 주요 골자는 공사비 산출 근거 명확화, 설계변경·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기준 마련 등이다.

구체적으로 표준계약서에서는 시공사가 제안한 총 공사비를 바탕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되 선정 후에는 계약체결 전까지 시공사가 세부 공사비 산출내역서를 제출하고 이를 근거로 계약을 체결토록 했다.

또 조합이 기본설계 도면을 제공해야 시공사가 공사비 산출내역서를 제출할 수 있는데 조합이 기본설계 도면을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 시공사가 입찰 제안시 품질사양서를 제출해 이를 바탕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품질사양서는 마감재·설비 등의 사양이 적힌 서류로 표준계약서에는 표준품질사양서 양식이 별도 첨부돼있다.

표준계약서에는 그간 모호했던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조정기준도 구체화했다. 그동안에는 ‘단순 협의’로만 설계변경시 공사비를 조정토록 했으나 표준계약서에서는 설계변경 사유, 신규 추가 자재 여부 등에 따라 공사 단가를 일일이 산정하도록 했다.

공사비에 대한 물가 반영 방식도 현실화했다. 기존에는 공사비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음식·의류 등 국민 소비 품목의 물가를 나타내는 반면 건설공사 관련 물가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따라서 표준계약서에는 국가계약법상 지수조정률 방식을 활용토록 했다. 

또한 그간 착공 이후에는 물가 변동을 반영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있어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표준계약서에서는 특정 자재 가격이 급등할 때에는 물가를 일부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한 건설사가 지난해 조합과의 공사비 분쟁으로 인해 유치권 행사에 나섰다. / 뉴시스
한 건설사가 지난해 조합과의 공사비 분쟁으로 인해 유치권 행사에 나섰다. / 뉴시스

◇ 건설업계 “공사비 관련 규정 마련 긍정적… 일부 규정 보완 필요”

표준계약서를 접한 건설업계는 공사비 분쟁을 줄일 수 있는 규정이 생겼다고 반기면서도 즉시 현장에 적용할 수 없는 부분 등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표준계약서 도입으로 상호간 공사비와 관련된 여러 자료들을 검토할 수 있게 된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단 아직 의무사항이 아니라 강제성이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 현재 공사비로 갈등을 겪고 있는 현장에선 당장 적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 표준계약서가 자리잡기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B건설사 관계자 역시 “표준계약서는 사업 초기 산출내역서 기반이기에 기존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점이 다소 아쉽다”며 “허나 착공 이후 물가변동률 반영 조항은 기존 사업장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만큼 어느 정도 협의점이 생겼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시공사는 지수조정률 등을 반영해 공사비를 증액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됐으나 법 개정이 필요해 아직 법적효력이 없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효성이 적어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C건설사 관계자는 “표준계약서상 산출내역서의 경우 서울시에서 이미 진행 중이기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설계변경이나 공사비조정지수는 사업조건을 제시할 때 시공사 측에서 제시하는 부분이라 현실 적용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선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표준계약서의 추가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D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조정 관련 물가변동의 경우 지수조정률 방식 적용 및 착공 이후 일부 자재 가격이 급등할 때 물가 반영이 허용된 점 등으로 인해 시공사의 부담은 적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그는 “공사비 산출 근거로 시공자 선정 이후 공사비 총액 명시, 공사비 산출내역서(품질사양서) 제출 등을 하도록 돼있는데 결국은 조합의 요청 기간이 짧으면 미리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며 “사업시행인가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상세 산출내역서 제출은 실효성이 적고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만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부분 조합에만 유리한 측면이 많아 시공사에게 도움이되는 부분은 많지 않아 보인다”면서 “시공사에게 도움이 되는 규정도 추가 보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E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가 마련됨에 따라 공사비 증액 관련 명확한 기준이 생겨 공사비 분쟁을 최소화하고 이에 따라 주택 경기 활성화 및 원활한 공급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내심 기대하면서도 “서울시가 작년 12월 28일 개정 고시했던 시공사선정기준 및 공사비 검증 기준 등과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면 향후 표준계약서를 보완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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