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1회 4,900원’ 출혈 경쟁에 해외시장 집중하는 대웅제약
나보타 3분기 누적 매출 83% 해외… 美 미용 톡신 시장 11% 장악

대웅제약이 최근 국내 톡신 시장의 저가 가격 경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 대웅제약
대웅제약이 최근 국내 톡신 시장의 저가 가격 경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 대웅제약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가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대웅제약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의 ‘저가 경쟁’을 원인으로 꼬집으며 “‘품질’이 중요한 미용시장에서 결과적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쉬운 파괴적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국내의 보툴리눔 톡신 1회 시술 가격은 과거 약 4∼5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1회 1만원 미만으로 떨어진 데에 이어 ‘7,900원’, ‘4,900원’ 등 특가 이벤트까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가격 경쟁이 심각해진 이유는 2010년대 들어 국산 톡신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된 데 이어 최근에도 계속 증가해 국내 허가를 받은 제품이 11개에 이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품목허가를 대기 중인 신제품이 3개가 더 존재한다.

대웅제약은 이에 대해 “국내 보툴리눔 톡신 경쟁은 과열되고 그 모양새는 비정상적인 출혈 경쟁으로 저열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에서 ‘제살 파먹기’식 경쟁에 매달리는 다른 보툴리눔 톡신 기업과 완전히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웅제약 측이 설명한 차별화된 행보란 해외시장 확대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이 이러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는 자사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며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이 자체 집계한 올해 3분기까지 나보타의 누적 매출은 1,133억원이며,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이 935억원으로 83%에 달했다. 대웅제약 측에 따르면 나보타의 해외 매출은 국내 톡신 제제 중 ‘수출 1위’다.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는 최초의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알려졌으며, 미국 FDA 품목 허가도 국내 톡신 제제 중 가장 먼저 획득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 대웅제약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는 최초의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알려졌으며, 미국 FDA 품목 허가도 국내 톡신 제제 중 가장 먼저 획득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 대웅제약

특히 대웅제약 나보타의 글로벌 매출 935억원 중 절반 이상인 445억원은 미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나보타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보타는 지난 2020년부터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통해 ‘주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개시했다. 이후 2년여 만에 글로벌 톡신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미용 톡신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한 것이다.

대웅제약의 톡신 제제 나보타는 첫 출시부터 ‘글로벌’로 사업 방향을 잡았고, 그 동안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 61% △2022년 77% △2023년 3분기 누적 83%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대웅제약은 10여종 이상의 톡신 제제가 출혈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시장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나보타는 올해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 등에 정식 출시되는 등 유럽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태국·브라질 등 각 대륙 최대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빠르게 키워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주요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20억명에 이르는 무슬림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대웅제약 측은 오는 2030년까지 나보타 판매량이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2030년에는 해외 수출만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나보타 사업을 총괄하는 박성수 대웅제약 부사장은 “나보타를 개발하면서 동시에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진출 전략을 세우고 빠르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기에 대웅제약이 다시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산업을 리드하게 됐다”며 “미용시장뿐만 아니라 치료시장까지 진출해 나보타를 글로벌 톡신 빅5 브랜드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웅제약은 1995년 톡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엘러간의 보톡스를 도입해 국내 유통을 개시했다. 이후 2009년 엘러간에서 직접유통을 선언하면서 연을 끊자 대웅제약은 자체적으로 톡신 개발에 돌입했고 2014년 나보타를 국내에 출시했다. 이후 2017년에는 미국 FDA에 나보타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cGMP 인증을 마무리했다. 이어 나보타는 2019년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한 톡신 중 유일하게 FDA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대웅제약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역대 최대인 9,024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이미 1,000억원을 넘어섰다. 대웅제약은 이러한 호실적에 대해 나보타의 글로벌 성적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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