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건설업계에 퍼지고 있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를 해결하고자 지난 9월말 PF보증 한도‧규모를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긴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 현재 건설사들이 느끼는 체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중견 건설업계 내에서는 정부의 PF대책 효과를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중견 건설사 A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중환자한테 기운 내라고 물 한모금 준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인 B사 관계자는 “급한 마음으로 인해 정부에 PF 지원을 신청한 일부 업체들은 최근 PF대출 관련 금리가 급등하자 이자비용 부담이 오히려 더욱 늘었다”면서 “차라리 ‘이럴 바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더라면’하는 후회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며 대책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견 건설사 C사 관계자 역시 “과거 한 자릿수 수준(3~5%)이었던 PF대출 금리가 최근 10%를 넘어 일부사업장은 13%대에 이르고 있다”며 “아울러 금융기관들이 PF대출 규모를 축소함과 동시에 PF대출 과정에서 대형건설사 수준의 기준(신용도‧자본상황 등)을 요구해 사실상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장벽에 가로 막힌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또한 정부 대책이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익성을 갖춘 사업장에서 자금 조달 능력 부족만으로 사업 진행이 어려운 견실한 업체를 선별해 지원해야 하는데 사실상 모든 업체를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무분별한 지원으로 인해 허술한 업체는 일단 사업부터 벌이게 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들의 부실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문제삼았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사업 지속 여부, 자금 회수 가능성, 회사의 기초 체력 상태 등 여러 요건을 꼼꼼히 체크한 뒤 선별 지원해야 하는데 당시 정부 대책에서는 이러한 디테일을 놓쳤다”며 “올 상반기말 잠깐 회복되나 싶었던 주택 시장이 다시 급랭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가 부동산 관련 PF 대책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PF 대책을 발표‧시행한지 한 달 조금 넘었지만 현장 및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처럼 비판의 목소리만 공통되게 나오고 있다. 

문제는 내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과 관련해 부동산 PF 문제가 가장 큰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10월 국감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된다면 부동산 PF가 가장 걱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달 중순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동향 브리핑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9.26 PF대책으로 인해 일부에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2024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경우 PF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부실 가능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바,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볼 때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원점에서 부동산 PF 관련 대책을 신속히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먼저, 기존 발표한 PF대책을 검토하면서 우선적으로 살릴 가치가 있는 건실한 업체 선별 과정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이후 이들을 상대로 만기연장, 일부 기간 이자 유예 등 가장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파악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또 단순 만기연장 등으로 사업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정부는 대주간의 협의를 적극 중재해 원금 감면, 발생이자 감면, 이자율 인하, 출자 전환 등 채권 재조정에 나서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금융당국은 내년 이후 부실 PF 사업장의 공매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시장 상황이 혼란에 빠질 것에 대비해 공매처분 속도 조절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PF 부실이 단순 건설사 뿐만아니라 금융업계에까지 파급효과를 주는 만큼 금융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관련 제도 정비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PF의 위험 정도에 따라 위험액 산정 비율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연구원은 PF 위험 구분 지표로 브릿지론 여부, 시공사, 지역, 용도 선‧중‧후순위, 시행사 자본‧PF 규모, LTV(Loan to Value, 주택담보인정비율), STV(Subordinated financing to Value, 후순위성 자금을 가치로 나눈 값) 등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부동산 PF 문제는 내년 건설‧부동산 경기에 뇌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가 도화선으로 작용해 건설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까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정부의 빠른 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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