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차권등기를 신청했습니다. 문제는 임차권등기가 아직 심사 중인데 새로 구한 집 계약을 금주 내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계약한다면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된다고 하는데 임차권등기가 잘못되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주택 임대차에서 임차권등기는 세입자의 전세금반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임차권등기 신청 기간 중 세입자가 잘못된 판단으로 다른 곳에 전입신고를 한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결론적으로 만약 임차권등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곳의 전입신고를 한다면 아직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임차권등기는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 기존 주택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 시켜주는 제도다. 즉 임차권등기가 완료된다면 다른 곳에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기존 주택의 전입신고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는 말.

문제는 임차권등기가 완료되기 전 상황을 잘못 판단해 다른 곳의 전입신고를 먼저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법률상 새로운 주택에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한다면 이전 주택의 전입신고는 자동으로 빠지는 효과가 있다.

이 경우 새로운 주택에서는 법률상 보호를 받지만, 기존 주택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상실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마찬가지로 아직 임차권등기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곳에 전입신고를 한다면 기존 주택에서 아직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채권은 후순위로 밀리게 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임차권등기가 완료되기 전 다른 곳에 전입신고를 한다면 임차권등기를 신청하지 않은 결과와 같다.

반면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의 전입신고가 필요한 경우에는 세입자가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까. 실제로 아직 임차권등기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입주나 대출 일정에 따라 이사할 집에 전입신고가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가족 중 일부를 먼저 이사할 곳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세입자는 기존 주택에 남아 계속 거주한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유지가 가능하다.

반대로 세입자가 이사할 곳에 계약자로 되어 있어 세입자의 전입신고가 필요하다면 세입자가 먼저 전입신고를 하고 나머지 가족들이 문제의 주택에서 머문다면 마찬가지로 대항력과 우선 변제권이 유지된다.

이 과정에서 안전한 마무리를 하려면 임차권등기가 완전히 완료됐는지 등기부를 통해 확인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만약 임차권등기가 완료됐다면 문제 주택에 머무르고 있던 나머지 가족들도 이사할 곳으로 전입신고를 할 수 있다.

한편 이사할 여력이 없는 세입자에게는 임차권등기가 필수는 아니다. 임차권등기는 이사가 필요한 세입자에게 기존 주택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 시켜주는 제도인 만큼 이사를 하지 못하는 세입자에게는 필요가 없기 때문.

그런데도 세입자 가운데는 계약이 끝났으니 무조건 나가야 한다거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위해 임차권등기가 무작정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머물러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 아울러 세입자가 머무는 상황에서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돼 임차권등기가 필수는 아니다.

다만 이사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해당 주택에 머문다면 임차권등기의 또 다른 장점인 전세금 지연이자는 청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리하면 임차권등기가 완료되기 전 다른 곳의 전입신고는 피해야 한다. 이사할 집의 전입신고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가족 중 일부를 먼저 전입시킨 후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하고 이사를 마쳐야 안전하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임차권등기가 필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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