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고립‧은둔 청년과 관련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 7~8월 전국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층 조사를 실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 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고립‧은둔 청년과 관련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 7~8월 전국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층 조사를 실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어려움이나 실패에 부딪히고 나서 다시 재정비하고 일어설 힘을 회복탄력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최근 청년층에서 회복탄력성이 취약하고 타인과 유의미한 사회적 관계나 지지체계가 결핍된 청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 고립‧은둔 청년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사회적 지지체계 결핍된 취약계층”

올해 5월 발표된 ‘2022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 고립‧은둔을 생각하는 위기 청년 규모가 약 54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이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 7~8월 동안 전국 고립‧은둔 청년(19~39세)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층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을 완료한 2만1,360명 중 절반 이상(56.7%)에 달하는 1만2,105명이 객관적 위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방에서도 나오지 않는다고 응답한 ‘초고위험군’은 504명에 달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대체로 심리상태가 좋지 않았고,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일반 청년 대비 사회적 관계의 양이 현저히 적었다. 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지난 2주간 가족 및 친척과 접촉했는지를 물었다. 여기에 1~2번이라고 응답한 청년이 45% 이상이었다. 일반적인 청년의 경우 1~2번 수준으로 접촉했다는 응답은 10% 이내에 그친다.

또한 삶의 만족도도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 청년 평균 6.7점인 삶의 만족도는 고립‧은둔 청년에게서 3.7점으로 나타났다.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8,436명 중 약 6,300명(75.4%)에서 나타났다. 청년 평균은 2.3%에 불과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은 이와 관련해 “고립된 삶은 수동적으로 선택당한 상태”라면서 “은둔 또한 모든 선택지의 유효성이 사라진 후 마지막으로 남은 선택지를 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립‧은둔 청년 ‘지원’, 접근 방법은?

복지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응답자의 75.4%는 대학교 졸업자였다. 그 외 고등학교 졸업자가 18.2%를 차지했고 △대학원 이상(5.6%) △중학교 졸업 이하(0.8%) 순으로 응답이 나타났다.

특히 고립‧은둔을 시작하게 된 연령대가 20대라고 응답한 비율이 60.5%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가장 큰 고립‧은둔 이유는 직업 관련 어려움이 24.1%로 가장 큰 응답을 얻었다. 그 외 23.8%가 10대에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대인관계(27.1%) △가족관계(18.4%)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15.4%) 순을 이유로 꼽았다.

이러한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복지부는 내년부터 △13~19세 학령기 △대학 졸업 후 구직활동기 △직장 취업초기 등 청년기 전후 생애주기별 일상 속 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학교 내 통합지원팀을 운영하는 선도학교 지정을 확대하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밀착 지원한다. 학업중단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로 연계해 지원한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연계해 취업 실패 및 이직 등의 과정에서 쉬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성장프로젝트를 신설하고 기존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심층 상담 등 적정 진로탐색 및 취업역량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눈여겨봐야 할 점은 전체 응답자 중 절반 가까이(45.6%)가 일상생활 복귀 시도 후 다시 고립‧은둔 상태로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특히 고립‧은둔 기간이 길수록 응답자들의 재고립‧은둔 경험률도 높아졌다. 이에 대한 이유는 △돈과 시간이 부족해서(27.2%) △힘들고 지쳐서(25.0%)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22.9%) 등의 응답이 나타났다. 이에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세심한 발굴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보사연의 보건복지포럼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진행하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통해 일부 고립 청년이 고립된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정도가 심하거나 특히 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들은 이 사업마저도 탈락하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들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보사연은 “정책 지원 대상으로서의 고립‧은둔 청년은 사실상 현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스스로의 의지 또한 필요로 한다”면서 “자신의 고립‧은둔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원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및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경험 자체에 불안해 지원체계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발굴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립‧은둔 청년은 기존의 경제적 취약계층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취약계층”이라면서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업을 통해 당사자에게 기대하는 최종 목표는 지원받는 청년이 고립‧은둔 경험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상태를 벗어나 사회에 재통합돼 살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2023. 12. 13. 보건복지부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2023. 05. 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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