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스마트폰 언어 패턴 분석해 우울증 탐지하는 AI 개발
해외서도 관련 연구 활발… 뇌파·SNS 분석 기반 진단법도 등장

우울증은 조기 진단이 필수적인 정신질환이다. 고위험 단계로 넘어가면 수면장애, 불안, 대인기피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이때 의료계 연구진들은  ‘인공지능(AI)’으로 여러 생체 신호를 포착해 우울증을 조기 진단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우울증은 조기 진단이 필수적인 정신질환이다. 고위험 단계로 넘어가면 수면장애, 불안, 대인기피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이때 의료계 연구진들은  ‘인공지능(AI)’으로 여러 생체 신호를 포착해 우울증을 조기 진단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생길 수 있는 정신질환이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발병 건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진료 환자 수는 100만744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2018년과 비교해서는 32.9%나 늘었다.

우울증은 수면장애, 불안, 대인기피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74.8%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초기 우울증이 ‘고위험 우울증’으로 악화되기 전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증세가 심해져야 정밀 진단이 가능하고 환자 본인도 발병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의료계 연구진들은 여러 기술을 활용해 우울증 조기진단하는 방법 찾기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으로 여러 생체 신호를 포착해 우울증을 조기진단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 스마트폰 사용자 언어 패턴 분석… 개인정보 유출 우려 없이 우울증 진단

AI기반 우울증 조기진단과 관련해선 국내 연구진의 연구 성과가 눈에 띄는 것이 많다. 특히 KAIST는 21일 현대인이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AI를 결합해 우울증을 진단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성주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사용자 언어 패턴 분석 기반 스마트폰 모니터링’이다. 스마트폰을 사용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AI가 분석해 정신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사용자가 직접 작성한 문자 메시지 등의 키보드 입력 내용 △스마트폰 위 마이크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사용자의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신건강 진단을 수행한다. 임상적으로 이뤄지는 정신질환 진단이 환자와의 상담을 통한 언어 사용 분석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진단 기술의 세부적 구동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음성 및 키보드 입력이 이뤄지면 각각의 사용자 텍스트 수집 모듈이 작동한다. 그 다음 사용자 상황 기반 모델 학습법을 기반으로 한 정신건강 진단 AI모델이 연합학습 진단 AI모델과 상호작용을 해 우울증 진단 결과를 내놓는다. 외부로 데이터 유출되는 과정이 없기 떄문에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우려도 없다.

연구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스마트폰에 주어지는 사용자 언어 데이터로부터 효과적인 정신건강 진단을 수행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사용자들이 언어를 사용하는 패턴이 실생활 속 다양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업무 시간보다는 저녁 시간에 가족 또는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에 정신건강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단서가 많다고 AI모델이 판단해 중점을 두고 분석하는 식이다.

연구책임자인 이성주 교수는 “정신질환으로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 연구로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범의 걱정 없이 스마트폰 사용만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조기진단 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연구가 하루 빨리 서비스화돼 사회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올해 12월 6일부터 10일까지 싱가폴에서 열린 자연어 처리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EMNLP(Conference on Empirical Methods in Natural Language Processing)’에서 발표됐다.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폰 위 사용자 음성 및 키보드 입력 기반, 연합학습 AI를 활용한 정신건강 진단 기술의 원리 모식도./ KAIST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폰 위 사용자 음성 및 키보드 입력 기반, 연합학습 AI를 활용한 정신건강 진단 기술의 원리 모식도./ KAIST

◇ 해외 연구기관, 뇌파, SNS 게시글 분석한 진단법도 개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AI기반 우울증 진단 기술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 연구를 주도하는 곳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다. 알파벳의 AI프로젝트 그룹 ‘엑스(X)’는 지난 2020년 ‘AI기반 뇌파 검사 장치(EEG)’를 개발했다. 우울증 의심 환자가 뇌파 검사 장치를 착용하면 AI시스템이 환자의 뇌파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해당 AI는 우울증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특정 뇌파 활동 패턴의 감지가 가능하다. 이 AI모델의 핵심 기술은 이미지 구별 등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합성곱 신경망(CNN)’이다. 데이터 입력 데이터 입력 및 출력 과정에는 ‘필터링 기법’을 적용됐다. 이를 통해 일반인과 우울증 환자의 뇌파 데이터 차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알파벳 연구진은 “우울증 환자가 수영 모자 모양의 이 뇌파 검사 장치를 착용하면 3분 안에 AI가 뇌파 검사를 진행한다”며 “그동안 복잡성과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우울증 조기진단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글 뿐만 아니라 미국 텍사스 공과대학교(TTU)에서도 이미 2019년부터 AI로 우울증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 연구하고 있다. TTU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뇌파 감지 AI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최근접 이웃 알고리듬(K-NN)’, ‘지원벡터머신(SVM)’, ‘인공신경망(ANN)’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를 통해 사람의 뇌 전두엽에서 발생하는 10개의 뇌파 신호를 분석한다. 그 다음 뇌파 신호 변화를 분석해 우울증 여부를 판단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울증 진단 정확도는 무려 91.1%에 이른다.

아울러 소셜네트워크(SNS) 작성 글의 언어 패턴을 분석, 이용자의 우울증 여부를 판단하는 AI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뉴캐슬대 정보물리학부의 레이몬드 치옹 교수팀이 개발한 ‘소셜미디어 텍스트 기반 우울증 감지 AI’기술이다. 딥러닝 기반 ‘텍스트 전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 AI모델은 SNS 내 작성글의 패턴을 분석한다. 이번에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AI모델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AI는 우울증 환자들이 글을 작성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인 ‘싫다’, ‘짜증’, ‘절대’, ‘우울’, ‘아니다’, ‘슬픔’ 등을 감지한다. 그 다음 문장의 문맥을 파악해 우울증을 진단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울증 징후 탐지 정확도는 98% 정도다.

레이몬드 치옹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AI모델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인구 통계, 사회 및 경제 정보 등 환경 정보를 학습·분석한다”며 “이를 통해 정확도 높은 우울증 사전 진단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