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계+인’ 2부로 다시 관객 앞에 서는 최동훈 감독. / CJ ENM
영화 ‘외계+인’ 2부로 다시 관객 앞에 서는 최동훈 감독.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감독 인생 처음으로 뼈아픈 실패를 안겨 준 작품이지만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을 두고 “가장 사랑하는 아이”라고 표현했다.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즐겁고 소중했는지 잠시 잊고 있던 영화를 향한 애정과 열정을 다시 꺼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뜨거운 진심은 ‘외계+인’ 2부에 고스란히 담겼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현재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부터 ‘타짜’(2006), ‘전우치’(2009), 잇달아 천만 흥행을 기록한 ‘도둑들’(2021)과 ‘암살’(2015)까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관객을 매료해 온 충무로 최고의 스토리텔러 최동훈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으로, 지난해 7월 개봉한 1부를 잇는 시리즈 완결편이다.  

1부가 153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OTT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2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앞서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후 1부의 아쉬움을 완벽히 지우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재미를 선사, 호평을 얻고 있다. 독창적인 세계관과 탄탄한 이야기,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흥미로운 관계성 등 스토리적 완성도는 물론, 화려한 볼거리와 다채로운 액션 시퀀스 등 장르적 쾌감까지 모두 잡았다는 평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최동훈 감독은 개봉을 앞둔 소감부터 촬영 및 후반작업 과정 등 ‘외계+인’과 함께 달려 온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1부의 저조한 성적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들을 수 있었다.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 CJ ENM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 CJ ENM

-개봉을 앞둔 소감은. 언론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어떤 감정이었나.

“긴장되고 떨린다. 2부가 있어야만 완성되는 이야기라 1부가 되게 외로웠는데 ‘외계+인’이 진짜 완성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귀찮은 관람 행위를 요구하는 것 같아 죄송스럽지만 1부를 보지 않은 관객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편집했다. 시사회 후 관객들이 1부를 보지 않았는데도 괜찮았다고 이야기해 줄 때가 제일 좋았고 2부를 보고 1보를 보니 재밌었다는 이야기도 해서 여러 형태의 관람이 이뤄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울컥했던 것은) 옆에 배우들이 있으니까 조금 더 그랬던 것 같다. 후반작업 하면서 배우들은 다음 작품을 찍기도 하고 그랬는데 나는 혼자 편집실에서 그들과 함께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완성됐다는 생각도 들었고 드디어 개봉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1부가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어떤 심정이었나.   

“이게 영화감독의 숙명이구나 느꼈다. 처음에는 되게 힘들었는데 하면서 ‘맞아, 나는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사람들은 내가 작품이 다 흥행에 성공한 편이라 그렇게만 기억하고 있지만 그것(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구나 느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고 편집실에서 편집하고 집에 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히 봤다. 또 한 일주일 편집하고 다시 주말에 와서 보고 그렇게 150번을 했다. 볼 때마다 메모지를 놓고 메모하면서 봤는데 마지막은 한 자도 적을 게 없었다. 영화가 완벽하다는 게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한 자도 적을 게 없었을 때 이제 완성된 것 같다고 느꼈다. 1부도 똑같이 했다. 내 안에서 아쉬움이 없을 때까지 해야 하는 거니까.”

-1부의 흥행 실패가 감독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긍정적인 작용을 한 지점도 있을 것 같은데. 

“‘도둑들’을 찍고 나서 다음에 뭐 하고 싶냐고 했을 때 일제강점기 시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때부터 준비해서 ‘암살’을 찍었는데 그때 잠깐 번아웃이 왔다. 다음에 뭘 할까 하면서. 그런데 ‘외계+인’을 찍고 나서는 웬걸. 번아웃이 아니라 다시 막 신인 감독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원래 영화에 대해 가졌던 애정, 호기심 그런 게 다시 만들어진 것 같다.” 

-2부 초반 1부를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2부 시나리오에 정확하게 적혀있다. ‘1부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타이틀 시퀀스가 시작한다’고. 시나리오 쓸 때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웃음) 1부를 보지 않은 분들도 있고 1부를 본지 오래된 분들도 있으니 기억을 환기한다는 것도 있고 2부 스토리는 이안(김태리 분)이 주인공으로 끌고 가는 이야기인데 이안의 기억이나 감정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형태의 타이틀 시퀀스를 만들어 봤다. 어떤 건 되게 화려하고 뮤직비디오처럼 빠르게 편집된 것도 있었다. 그런데 몰입이 안 되더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더니 또 너무 설명적이고. 이안이라는 캐릭터가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거나 스스로에게 이야기할 때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10가지 버전을 만들어내는 데 6개월이 걸렸다. 그 영상이 4분 30초밖에 안 된다. ‘타짜’는 편집을 3주 했는데 ‘외계+인’은 써머리만 6개월이 걸렸다. 그만큼 만들기 어려웠다. 그래도 그 써머리 덕에 영화를 볼 때 몰입하는 게 쉬워졌다고 생각한다. 있고 없고는 차이가 나지 않았을까.” 

이안(김태리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외계+인’. / CJ ENM​
이안(김태리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외계+인’. / CJ ENM​

-다만 다소 설명적이거나 지루하게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속도감에 대한 고민도 했겠다.  

“6분짜리 버전도 있었다. 점점 줄여간 거다. 느리게 할 수 없으니까. 만약 영화가 느리다면 제일 앞이 느린 게 좋다. 중간에 느려지면 안 된다. 우리 영화에서 중간에 느린 지점은 벽난정 장면 하나다. 앞서 말했던 편집을 하고 집에 와서 다시 보면 흐름이나 템포가 느껴진다. 다시 수정해서 편집하고 또 집에 돌아와 ‘나는 영화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야’ 하고 뇌를 속여서 또  편집본을 본다. 영화의 재미나 속도 그런 지점들을 다 보는 거다. 그렇게 해서 4분 30초가 적당한 결과물로 나왔다.”

-후반 작업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고. 

“3~4개월 보통 편집하는데, 녹음실, CG, 음악감독님한테 ‘편집 끝냈습니다’ 하고 한 달 있다가 ‘새로운 편집본입니다, 다시 바꿨어요’ 하고 보냈다. 그리고 20일 있다가 ‘미안합니다, 다른 편집본입니다’ 그 과정을 1년 반 동안 했다. 끝냈다고 하는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배우들에게도 완성했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완성했다고 느꼈는데 일주일 후에 목욕재계하고 다시 보면 또 바꾸고 싶고 변화를 줘서 보고 싶은 거다. 지금은 진짜 미안해서 편집기사랑 음악감독님 얼굴을 못 보겠다. 1년 반을 괴롭혔으니. 마지막에는 편집기사가 ‘감독님, 이제 오지마’ 하더라.(웃음)”

-편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1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느낌이라면 2부는 정반대의 형태를 갖고 있다. 펼쳐졌던 게 깔때기처럼 모이게 되는 과정이어서 이야기 구조상 정반대 스타일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1부 개봉하기 전에 2부 편집을 해놨다. 어떤 장면을 2부로 넘길지 가져올지 정해야 하니까 어느 정도 편집을 끝내놨는데, 1부 개봉하고 다음 주에 다시 2부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떻게 편집할까 고민했다. 편집하는 것은 시나리오를 다시 쓰는 것과 같다. 스토리는 하나도 변하지 않는다. 다 찍어 놨으니까. 다만 그것을 어떻게 재구성해서 몰입의 단계를 만들까 그 고민이 가장 컸다. 

특히 2부는 중간에 어떤 장면에서부터 이야기가 바뀐다. 서사적 리듬감이 바뀌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영화가 바뀐다는 게 되게 중요한 지점이었다. 2부는 여러 장르적 성격을 띠고 있다. 판타지나 SF적 성격도 있고 공포영화 같은 속성도 있고 코미디 영화의 속성도 있다. 그런 이야기적인 흐름 밑에 등장인물들이 서로 엮이고 이 일에 동참하게 되면서 일종의 어드벤처가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게 뭔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야기의 흐름에 인물들이 물살처럼 빨려 들어가길 바랐고 관계를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모든 등장인물이 살아 숨쉬는 ‘외계+인’. / CJ ENM
모든 등장인물이 살아 숨쉬는 ‘외계+인’. / CJ ENM

-워낙 캐릭터 활용을 잘하는 감독이지만 이번 작품에서 새삼 또 느꼈다. 어느 인물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캐릭터 사용에 있어 감독의 기준이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등장인물이 다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이 영화에 능파(진선규 분)가 나오는데 능파는 자기 삶의 스토리에서 주인공이다. 이 영화에 다섯 번 나올 뿐이다. 그러니 능파가 나오는 장면은 능파가 주인공인 거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이 그 신에서는 조연이 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많은 인물이 나오게 해야지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등장인물이 모여서 어떤 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래서 그 인물이 정말 주인공답게 행동하길 바라고 이야기의 흐름에 의해 주인공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그렇게 하지 않지만 데뷔작(‘범죄의 재구성’)부터 5명이 주인공이라 그때도 ‘어디서 영화를 배웠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웃음)”

-1부 인터뷰 당시 다음은 주인공이 두 명인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는데. 

“그랬나.(웃음) 주인공이 두 명인 것은 할리우드의 상업적인 전통 아래 굳어져 있었던 것 같다. 두 명의 스타가 나오는 게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했고 몇십만 편의 영화가 있다. 그런데 나는 혼잡하지만 않다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두 명의 주인공을 해보고 싶은 바람은 있고 언젠간 할 거다. 박찬욱 감독님의 ‘헤어질 결심’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 두 명에 집중되는 이야기만 갖고도 스펙터클한 느낌이 들더라. 내게 도전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꼭 한 번 해봐야지.”

-387일이라는 최장 프로덕션 기간을 거쳤다. 긴 여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 

“미리 계획된 촬영이었고 코로나19 때문에 한 달 정도 늦춰지기도 했다. 지구의 대기 이상으로 인해 56일 동안 비가 온 적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영향을 끼치긴 했는데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고 찍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배우들이 지치지 않았던 게 제일 큰 힘이었던 것 같다.”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으로 영화를 향한 열정을 다시 찾았다고 전했다. / CJ ENM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으로 영화를 향한 열정을 다시 찾았다고 전했다. / CJ ENM

-충무로 대표 스토리텔러로 꼽힐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로 관객을 매료해  왔다. 주로 어떤 이야기에 끌리나. 

“‘암살’ 같은 경우에는 하얀색 옷을 입은 어떤 여자가 피가 묻어 있는데 총을 들고 걸어가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를 때 그 사진 한 장이 영감을 줬다. 또 안창호 선생이 오렌지밭에서 오렌지를 따고 찍은 사진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어떨 때는 사진에서 영감을 받는다. ‘도둑들’은 도시 자체에서, 홍콩 꼭 이곳에서 영화를 찍고 말거야 하는 마음이었다. 그럼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했는데 ‘도둑들’ 같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런던에 가면 스파이 영화를 찍고 싶어 하는 이상한 그런 마음 같은 거다. ‘외계+인’은 ‘전우치’를 끝내고 이 세계관의 연장된 이야기를 다시 하나 찍는다면 그때는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를 찍어야지 생각했다. 왜냐면 현실 안에 상상의 세계가 개입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상의 세계는 현실의 세계만큼 넓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한국은 리얼리즘의 전통이 강하지만 그래도 그에 못지않게 상상의 세계 전통 또한 강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동양적인 SF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외계+인’은 감독에게 어떤 의미인가. 

“기존에 찍었던 영화들을 ‘아이’라고 한다면 어떤 애는 되게 멋있어서 ‘내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애도 있고 잘생긴 애도 있고 독립적인 애도 있고 그런데, ‘외계+인’은 손이 많이 가고 계속해서 사랑과 보살핌을 줘야 하고 우여곡절도 많고 항의 전화도 많이 들어오는 애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아이. 청춘을 이 영화에 바쳤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 진짜 아저씨가 됐구나.(웃음) 아주 진하게 일을 해보고 싶었다. 도전해 보고 싶었고 도달했던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서사가 톱니바퀴처럼 맞아 완결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전우치’ 때 못했던 걸 10년이 지나 해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판타지라는 장르가 한국에서 대중적이지 않지만 꼭 그런 뉘앙스가 담긴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이 영화가 개봉하고 시간이 지나 어떤 형태로든 관객에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최동훈에게 영화란. 

“현실은 별거 없는데 영화를 할 때만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고 낭만적 세계를 엿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게 힘들지만 그걸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다. 봐주는 관객이 있다면 계속 만들고 싶다.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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