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코로나19 시기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였던 일양약품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 일양약품
경찰이 코로나19 시기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였던 일양약품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 일양약품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제약사 일양약품이 2024년 새해를 뒤숭숭한 가운데 시작하게 됐다. 코로나19 시기에 불거졌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지난 5일 경찰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다. 가뜩이나 여러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오랜 기간 이어져오고 있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코로나19 시기 불거진 주가조작 의혹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5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일양약품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일양약품을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압수수색으로 이어진 일양약품의 주가조작 의혹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 속에 제약업계에서는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화두로 떠올랐고, 관련 움직임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인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일양약품은 2020년 3월 고려대학교 의대에 의뢰한 연구결과를 인용해 자사 백혈병 치료제인 ‘슈펙트’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슈펙트 투여 48시간 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조군 대비 70% 감소했으며, 이미 시판 중인 신약인 만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일양약품의 주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 전반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서도 연일 치솟았다. 2만원대였던 주가가 4개월여 만에 5배 이상 올라 10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양약품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실현되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배포한지 1년여 만인 2021년 3월 슈펙트의 코로나19 임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치솟았던 주가도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까지는 제약사의 통상적인 신약 개발 추진 및 실패로 볼 수 있다. 실제 일양약품 외에도 상당수 국내 제약사들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실패로 돌아가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면의 수상한 정황들이었다. 먼저, 일양약품 최대주주인 오너 2세 정도언 회장 일가의 주식거래다. 우선 정도언 회장의 모친과 동생 등은 2020년 3월 보도자료가 배포된 이후 주가가 정점을 찍은 그해 7월까지 종류주식과 보통주식을 11만주 이상 장내매도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움직임에 따른 주가 폭등 시기에 쏠쏠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또한 2021년 3월 임상 중단으로 주가가 폭락한 뒤에는 정도언 회장의 장남인 정유석 대표와 차남인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가 일양약품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한편으론 일양약품이 보도자료를 왜곡해 발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사에 유리한 내용만 넣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넣었다는 것이다. 이는 오너일가의 주식거래 사실과 맞물리면서 ‘주가조작 의혹’으로 이어졌다. 오너일가의 시세차익을 위해 왜곡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는 게 핵심이다.

이 같은 의혹은 2022년 9월 경찰이 수사 중인 사실이 알려진데 이어 같은 해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다뤄지기도 했다. 다만, 의혹의 핵심인 오너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인 김동연 대표가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고, 당시 그는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데 대해 대표로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1년 전부터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소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처럼 오랜 시간 논란과 의혹이 이어져온 가운데, 경찰이 연초부터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일양약품은 2024년 새해를 뒤숭숭하게 장식하게 됐다. 가뜩이나 중대 현안이 산적한 상황 속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일양약품은 오너 3세 정유석 사장이 승진과 함께 대표로 취임하며 3세 시대를 본격화한 바 있다. 하지만 정유석 대표 취임 첫해부터 실적에 예사롭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앞서 꾸준히 이어져온 실적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일양약품은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 줄고, 누적 영업이익은 53.7%나 감소했다.

2년 넘게 수사를 이어온 경찰이 연초부터 압수수색에 나선 만큼, 일양약품을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는 연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양약품이 2024년 어떤 행보를 이어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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