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팡과 LG생활건강이 로켓배송 직거래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양사가 납품가를 둘러싸고 부딪혀 결별한 지 약 4년 9개월 만이다. / 뉴시스
최근 쿠팡과 LG생활건강이 로켓배송 직거래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양사가 납품가를 둘러싸고 부딪혀 결별한 지 약 4년 9개월 만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납품가를 둘러싸고 갈등이 있었던 쿠팡과 LG생활건강이 로켓배송 직거래를 재개한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는 양사가 결별한 지 약 4년 9개월 만이다.

◇ ‘직거래 중단’ 4년 9개월만… 이달 중순부터 ‘로켓배송’ 입점

쿠팡과 LG생활건강은 작년부터 직거래 재개를 위한 협의를 물밑에서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엘라스틴‧페리오‧코카콜라 등 LG생활건강 제품들이 로켓배송에 입점할 예정이다. 오휘‧숨37‧더후 등 뷰티브랜드도 브랜드 전용관인 ‘로켓럭셔리’에 입점한다.

쿠팡과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 4월 납품가와 관련된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 거래를 중단한 바 있다. 같은 해 5월 LG생활건강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쿠팡이 배타적 거래 강요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거래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면서 신고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21년 8월 납품업체에 대한 쿠팡의 갑질을 인정하고, 쿠팡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당시 “납품업자에게 경쟁온라인몰의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등 납품업자의 경영활동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자신의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광고를 요구했다”면서 “또한 판촉행사를 하면서 판촉비 전액을 납품업자에 전가하고, 연간 거래 기본계약에 약정 없는 판매장려금을 수취하는 등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번 건은 온라인 유통업자도 오프라인 유통업자(백화점‧마트 등)와 마찬가지로 대기업(또는 인기 상품을 보유한) 제조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쿠팡은 LG생활건강 등 대기업 납품업체에 대해선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쿠팡은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지난 2022년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LG생활건강과의 화해와는 별개로 해당 재판은 오는 18일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다.

◇ 지난해부터 협상 물밑 작업, 왜?

쿠팡은 최근 분기당 20%씩 큰 폭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IBK투자증권은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로 지난해 3분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5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면서 “지난해 3분기 쿠팡의 매출액은 원화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18% 증가한 8조1,028억원, 영업이익은 11% 증가한 1,146억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어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효과를 고려할 경우, 실질 매출액 성장률은 약 24%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특히 산업 성장률이 높은 한 자릿수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차별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큰 폭의 성장세에도 쿠팡이 LG생활건강과 다시 손을 잡은 데는 후발주자들의 무서운 성장 속도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도 국내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실적 악화 극복을 위한 온라인 판로 확대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코카콜라와 페리오 등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국내서는 CJ그룹을 중심으로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반(反)쿠팡 전선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지난 2022년 1월 햇반 납품가와 관련해 갈등을 빚었다. 결국 CJ제일제당은 햇반과 비비고 브랜드 등 전 상품에 대해 쿠팡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신세계·네이버 등과 손을 잡았다.

한편 쿠팡과 LG생활건강이 다시 손을 맞잡자,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업계서는 양사의 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쿠팡과 CJ그룹은 겹치는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양사는 식품 유통 사업 외에도 화장품과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사업에서 맞붙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온라인 - 쿠팡: 본업은 최강, 신사업은 시작
2023. 11. 09. IBK투자증권
LG생활건강 분기보고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114001536
2023. 11. .1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