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SNS 등에선 미국의 스쿨버스와 관련된 콘텐츠를 종종 만날 수 있다. 미국에선 노란색 스쿨버스가 멈춰 승하차를 알리는 표시가 나오면 그 일대의 모든 차량들이 멈춘다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 한번쯤은 접해봤을 거고,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미국의 스쿨버스 관련 교통안전 규정은 그만큼 엄격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규정이 우리나라에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많다. 어린이통학버스에 대한 특별보호 관련 내용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51조의 제1항은 ‘어린이통학버스가 도로에 정차하여 어린이나 영유아가 타고 내리는 중임을 표시하는 점멸등 등의 장치를 작동 중일 때에는 어린이통학버스가 정차한 차로와 그 차로의 바로 옆 차로로 통행하는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통학버스에 이르기 전에 일시정지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련기사 : [이슈&팩트(216)] 어린이보호차량 승·하차시 주변 차량 멈춰야 한다?)

여기서 어린이통학버스란 스쿨버스와 유치원·어린이집·학원 등에서 운행하는 차량들을 의미한다. 어린이통학버스는 관련 규정에 따른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여기엔 운영자와 운전자 등의 안전교육도 포함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반대편 차로도 일시정지 등의 안전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51조 제2항은 ‘중앙선이 설치되지 아니한 도로와 편도 1차로인 도로에서는 반대방향에서 진행하는 차의 운전자도 어린이통학버스에 이르기 전에 일시정지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어린이통학버스를 함부로 추월해서도 안 된다. 도로교통법 제51조 3항에 따르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나 영유아를 태우고 있다는 표시를 한 상태로 도로를 통행하는 어린이통학버스를 앞지르지 못한다.

물론 이러한 규정을 잘 알고 있는 운전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지켜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시정지나 서행은커녕 다소 위협적으로 추월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된 단속이나 캠페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효성 없는,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제도가 최근에 시행돼 덜 알려진 것도 아니다. 27년 전인 1997년 8월부터 시행된 개정안부터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됐다. 당시 어린이통학버스에 대한 규정이 법제화되면서 이에 대한 특별보호 제도도 함께 마련됐던 것이다. 

한 아이의 안타까운 생명을 잃은 데서 비롯된 ‘민식이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어린이 교통사고, 특히 스쿨존에서의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운전자 입장에선 다소 가혹하고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지만, 우리의 어린이 교통안전은 여전히 갈 길이 먼 게 현실이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장소에서 반복되는 유형의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이 그 증거다.

잠깐의 멈춤과 서행이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안전규정부터 준수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 전반의 어린이 교통안전은 비극을 반복하며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 노란색 어린이보호차량이 멈추면 벌어지는 일’이 자랑스러운 콘텐츠로 널리 공유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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