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리드 주주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쏠리드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통신장비업체 쏠리드가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주주가치 저해에 불만을 품은 주주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확고한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창업주인 정준 대표의 부담이 한층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 주주행동 본격화… 지배력 취약한 정준 대표 ‘긴장’

쏠리드 소액주주들의 ‘행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쏠리드는 지난 18일, ‘소송 등의 판결·결정’ 공시를 통해 소액주주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쏠리드 소액주주 측은 지난해 12월 주주명부와 최근 3개년 정기주주총회 의사록의 열람 및 등사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주명부 확보는 주주행동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주주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를 확산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1998년 설립된 쏠리드는 중견 통신장비 업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대 이동통신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고, 북미시장에도 진출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글로벌 통신업계의 장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2020년 1,711억원으로 감소했던 쏠리드의 연간 매출액 규모는 2021년 2,122억원로 회복한데 이어 2022년 2,797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2,235억원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해 연간 매출액 규모가 3,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2019년과 2020년엔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2021년 6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한데 이어 2022년엔 2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242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처럼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쏠리드가 주주들의 불만에 직면한 이유는 주주가치 저해 때문이다.

먼저, 쏠리드는 ‘짠물 배당’ 행보를 거듭해왔다. 2017년과 2018년엔 각각 2억5,000만원을 현금배당했고, 이후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3년 연속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2022년 배당을 재개했지만 300억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도 현금배당 총액은 30억4,200만원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2021년 단행한 유상증자로 주주가치가 더욱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쏠리드는 과거 위기에 직면하면서 2016년 전환사채를 발행한데 이어 2017년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어 2021년에도 45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 같은 잇단 증자에 따른 발행주식 증가는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쏠리드 주주들은 자사주 매입 등 실적 성장에 걸맞은 주주환원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주주플랫폼인 헤이홀더를 통해 세를 규합해왔으며, 이번 주주명부 확보 결정을 계기로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주주제안 등에 나설 가능성이 상당하다.

쏠리드 창업주인 정준 대표에게 주주들의 이러한 공세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는 회사의 위기로 증자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지배력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현재 그가 보유 중인 쏠리드 지분은 8.3%에 불과하고, 이승희 대표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10.41%에 그친다.

특히 최근 눈에 띄게 활발해진 행동주의 펀드들이 쏠리드를 향한 공세에 가세할 경우, 정준 대표의 경영권 방어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연초부터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 직면한 쏠리드가 성난 주주들을 상대로 올해 어떤 행보를 이어나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쏠리드 ‘소송 등의 판결·결정’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118900438
2024. 01. 1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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