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CJ ENM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깔끔한 성격의 계획형 회사원 민상(유해진 분)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산 건물을 개똥밭으로 만드는 세입자 수의사 진영(김서형 분) 때문에 매일 머리가 아프다. 진영과 날마다 티격태격하며 보내던 민상은 동물병원에서 세계적 건축가 민서(윤여정 분)를 만나게 된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위해 민서의 도움이 절실한 민상은 민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진영과 그녀가 돌보고 있는 유기견 ‘차장님’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협심증을 앓고 있는 민서는 갑자기 길에서 쓰러지게 되며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 ‘완다’를 잃어버리고 만다. 동네에 살고 있는 케이팝 작곡가 선용(정성화 분)과 정아(김윤진 분) 가족이 완다를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민서는 자신을 구해준 MZ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 분)와 함께 완다를 찾아 나선다. 

한편 선용의 후배인 밴드 리더 현(이현우 분)은 자리를 비운 연인의 반려견 ‘스팅’을 돌보던 중 ‘스팅’의 아빠를 자청하며 나타난 여친의 전남친 다니엘(다니엘 헤니 분)와 만나게 되고 ‘스팅’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부모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해운대’ ‘국제시장’ ‘하모니’ ‘공조’ 시리즈, ‘그것만이 내 세상’ ‘영웅’ 등을 제작한 JK필름의 신작으로, 신예 김덕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반려견을 매개로 얽힌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낸 ‘도그데이즈’. / CJ ENM
반려견을 매개로 얽힌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낸 ‘도그데이즈’. / CJ ENM

설 극장가에 걸리는 영화답게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따뜻하고 착한 영화다. 반려동물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가족의 소중함과 반려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이야기로 감동을 안긴다. 유기견 문제나 안락사 논란,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공존을 위한 노력 등 생각해 볼 법한 문제들도 적절히 녹여내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한다. 

‘반려견’을 매개로 했지만 결국엔 ‘사람’ 사는 이야기다. 반려견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예기치 못한 인연을 맺게 되며 시작되는 새로운 관계와 변화를 맞이하는데, 강한 개성으로 부딪히지만 알고 보면 각자 다른 사연과 상처를 감추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현실적인 면모로 공감을 이끈다. 

또 이들이 관계를 맺고 조금씩 성장해 가는 과정은 의외성의 웃음과 울림을 준다. 그중에서도 세계적 명성의 건축가 민서와 배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MZ 라이더 진우의 세대를 초월한 우정은 따뜻하고 멋지다. 특히 민서가 내뱉는 모든 말들은 가슴에 콕하고 박혀 곱씹고 또 곱씹게 한다. 

호연을 보여준 윤여정(왼쪽)과 김서형(오른쪽 위), 탕준상. / CJ ENM
호연을 보여준 윤여정(왼쪽)과 김서형(오른쪽 위), 탕준상. / CJ ENM

윤여정의 힘이기도 하다. 까칠하면서도 정이 넘치고 시크하다가도 위트 있는 모습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자신과 똑닮은 민서로 그저 살아 숨 쉰다. 담백한데 진하고 쿨한데 깊다. 진우 역을 맡은 탕준상과의 ‘케미스트리’도 좋다. 탕준상 역시 제 몫을 다하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수의사 진영을 연기한 김서형도 좋다. 진지한 모습부터 능청스러운 면모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다만 신선함은 없다. 예측한 대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몇몇 인물을 제외하곤 캐릭터 역시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탓인지 각 캐릭터의 서사도 얕게 그려져 아쉬움을 남긴다. 연출을 맡은 김덕민 감독은 “우리 일상에서 펼쳐지는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모두에게 모닥불 같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러닝타임 120분, 오는 2월 7일 개봉.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