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를 속속 중단하고 나섰다.  / 픽사베이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를 속속 중단하고 나섰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를 속속 중단하고 나섰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은행권의 ELS 상품 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된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내부 회의를 거쳐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KB국민은행 측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신한은행도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열고 내달 5일부터 ELS(ELT·ELF)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측은 “ELT(주가연계신탁)·ELF(주가연계펀드)의 기초자산으로 주로 편입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유로스톡스(EuroStoxx)50, 닛케이(Nikkei)225 등 주요 주가지수가 최근 10년간 최고점에 형성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능동적 관리가 필요했다”고 판매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향후) H지수 ELT 상품으로 손실이 발생한 고객 사후관리 및 영업점 현장 지원에 집중하고 채권형 상품 공급 강화 및 대안상품 제공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소비자보호 관련 제도, 상품 판매 관련 내부통제 등 재정비 후 판매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하나은행이 ELS 전면 판매 중단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판매 중단 대열에 합류했다. 하나은행은 29일 비예금상품위원회 권고를 수용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은행 측은 홍콩 H지수가 지속해서 하락하고, 금융시장의 잠재적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시중은행 중 ELS 판매를 중단한 곳은 농협·하나·신한·국민은행 등 총 4곳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사채(ELB)를 제외한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주요 시중은행 ELS 판매 중단 결정엔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 손실 여파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서 집중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은 해당 지수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올해부터 대규모 원금 손실이 현실화된 상태다. 지난 2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홍콩 ELS 만기 손실액은 3,1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ELS 상품 판매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은행권의 ELS 판매와 관련해 “검사 결과를 살펴본 뒤 필요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금융당국은 판매사인 은행·증권사 12곳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한편 우리은행은 주요 시중은행과 달리, ELS 상품 판매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측은 “상품 판매 관련 내부통제제도 개선을 통해 H지수 ELS를 선제적으로 판매 제한해 타행 대비 판매 및 손실 규모가 미미하다”며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투자상품 관련 개선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므로, 결과가 도출되면 그에 맞춰 판매정책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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