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과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과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최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4월 제의 요구된 양곡법 개정안이 보완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무 매입과 가격보장이 오히려 수급불균형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 양곡법 개정안 “‘목표가격’ 기준으로 의무 매입”

지난 1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선 ‘양곡관리법(이하 양곡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당초 양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 혹은 쌀값 하락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의무적으로 시장격리를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이 통과시켰지만, 같은 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 농해수위서 의결된 양곡법 개정안은 이를 일부 보완한 것이다.

여기엔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정한 목표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양곡을 의무 매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양곡수급관리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기준 이상으로 폭락하거나 폭락이 우려되는 경우 초과 생산량을 매입한다. 매입 가격은 시장가격과 관련 없이 공공비축미 가격으로 산정된다. 또한 양곡에 쌀뿐만 아니라 밀‧콩 등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상임위를 통과한 농안법은 쌀‧채소‧과일 등 주요 농산물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일정 수준의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는 ‘가격안정제’가 반영됐다. 이를 위한 기준가격 및 대상 품목 등은 심의위원회를 통해 평년 가격을 기초로 확정한다.

◇ 전문가 일각 “수급 괴리 더 커질 수 있어”

본래 양곡관리법에서는 생산량이 일정 기준치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단경기 또는 수확기 가격이 평년보다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기준으로 쌀을 매입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올해 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법 개정안은 이러한 시장격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후속 입법안에도 논의 및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양곡법과 농안법이 시행될 경우, 쌀이나 채소‧과일 등 특정 작물에 생산이 쏠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타 작물에서 과잉 생산이나 수급 불균형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풀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엔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제로 쌀·채소 등 주요농산물 가격보장제 도입, 쌀의무매입제도 도입과 관련한 전문가 토론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정토론회서 이뤄졌다. 이날 전문가들은 이번에 농해수위를 통과한 양곡법 및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종인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소비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 시 시장의 수급 조절 기능이 작동할 경우, 생산 감소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최근에 논의되는 양곡법 개정안은 생산비 등을 반영해 최대한 농가가 수익을 얻는 가격 보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우려된다”고 짚었다.

이어 “생산비 이상의 가격 보전이 보장되면 (농가는) 생산을 늘리려고 할 것”이라면서 “결국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수급 괴리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본도 가격안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제도는 생산자가 가격 보전 금액 중 일부(20%)를 부담하고, 과잉 출하 시 불이익 조치(보전 비율 하락) 등 생산자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시장 수급 조절 기능이 작동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의 양곡법 개정안은) 농가가 함께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라 정부가 대부분 책임을 지는 구조”라면서 “생산비를 보존하는 수준으로 계속 가게 됐을 때 과연 수급 괴리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인가라는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농안법 또한 우려의 대상이 됐다. 이날 농정토론회서 안병일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5대 채소(배추‧무‧건고추‧마늘‧양파)에 대한 가격보장제를 실시하는 데 예상되는 재정소요액은 평년가격 기준 1조1,906억원으로 분석됐다”면서 “이는 수매비축 사업에 소요된 예산(2020년 기준 720억원)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라고 짚었다.

이어 “정부의 시장 개입 정책은 소비자나 생산자 후생 증가분에 비해 재정소요액이 더 많이 들어가는 이른바 후생 손실을 초래한다”면서 “이에 다양한 대안의 정책을 비교 검토해 그중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사업 중심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결안)
2024. 02. 01. 의안정보시스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결안)
2024. 02. 01. 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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