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발전·지방공항활성화 위해 에어부산 분리매각 必”
에어부산, 한진칼 ‘손자회사’까지 2년 소요… 경쟁력 약화 기정사실
부산시·지역주주, 에어부산 존치 위해 투자 지속 의사 강력 어필

에어부산이 올해 한국ESG기준원의 ESG 평가에서 종합 등급 C를 받아 평가 대상에 포함된 항공사 중 가장 낮은 등급을 기록했다. / 부산=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심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부산시와 지역 기업들 사이에서는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목소리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에어부산 본사. / 부산=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인수합병·M&A) 과정에 에어부산의 거취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 지역 사회에서는 에어부산을 분리매각 해 가덕도신공항을 허브로 삼은 지역거점 항공사로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결정을 더 지체할 경우 회생불가 사태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후 통합하고,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에어서울을 합병해 인천국제공항 중심의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먼저 부산 지역 상공계를 비롯해 부산시의회, 에어부산 분리매각 추진협의회, (사)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등 지역 사회에서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부르짖는 이유는 지역기업 존치로 지역민의 이동편의성 증대와 함께 ‘국토균형발전 및 지방공항활성화’를 위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계에서는 ‘국토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에서도 ‘지방공항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에어부산이 동남권 지역거점 항공사로 남아 새롭게 지어지는 가덕도신공항을 허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절차가 5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에어부산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수년째 신규 운수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과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체제 하에서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T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허가하면서 전제조건으로 일부 경쟁제한이 우려되는 한일노선에 대해 타 항공사에 슬롯을 양도할 것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부산 노선도 슬롯 반납도 포함됐다. 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 노선이 대상이고, 이 노선들은 에어부산이 운항을 이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반납될 슬롯은 에어부산이 보유한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결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및 양사 계열의 LCC 통합이 추진되는 동안 에어부산의 입지와 경쟁력은 계속해서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에어부산이 부산∼미야자키 노선을 시작으로 일본 지방 노선 부정기편 운항을 확대할 계획이다. / 에어부산
에어부산의 지분을 보유한 지역 기업들은 약 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 41.89%를 인수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에어부산의 자생을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에어부산

그럼에도 대한항공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인수한 후 수도권 중심의 통합 LCC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이 기간은 최소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알려진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한진칼 지주사 체제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손자회사’, 에어부산은 ‘증손회사’가 된다. 지주사가 증손회사를 거느리기 위해서는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매각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만 인수합병으로 증손회사가 생겨날 때는 2년까지 유예기간을 부여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제재를 유예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공정거래법 제18조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국내 계열회사의 주식을 소유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외 사항으로는 제18조 4항 1호 ‘손자회사가 될 당시에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회사의 경우 손자회사에 해당하게 된 날부터 2년 이내’ 손자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문제는 에어부산 지분구조가 부산시와 부산·경남 지역 기업들의 보유분이 약 16% 이상에 달해 사실상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지분 100%를 확보하기가 불가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하면서 법인을 청산하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증손회사에서 손자회사로 승격하는 방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체제에서 손자회사는 상장기업 기준 자회사가 지분을 최소 30% 이상 보유하면 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의 지분은 41.89%다. 대한항공이 에어부산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게 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양사 합병이 완전히 완료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 기간 동안 에어부산의 입지는 약해져 부산의 하늘길이 축소되고 이는 지방 거주민들의 이동 편익이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지역 기업(주주)들 사이에서는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내비치는 등 에어부산을 살리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다.

부산시 측에 따르면 현재 지역 주주들은 지역항공사(에어부산) 존치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 매입부터 이후 에어부산의 성장과 자생을 위한 투자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또 지역 기업들은 부산시에 “시가 나서서 산은에 요청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부산시에서는 관련 내용을 지난해 12월 산은에 전달한 상황이다.

산은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당시 강석훈 산은 회장은 “가덕도신공항이 완공됐을 때 지역거점 항공사의 필요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부산시민들이 지역항공사에 가지고 있는 열망에 대해 인지하고 공감하고 있다”고 말하며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유럽연합(EU)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심사 후 에어부산 거취에 대해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혀 강 회장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근거자료 및 출처
공정거래법 제18조 (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 등) 4항 1호
https://www.law.go.kr/법령/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20240206,20239,20240206)/제18조
2024. 2. 7 법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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