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합병 승인, 에어부산 분리매각 ‘청신호’일까 ‘적신호’일까
부산시·지역상공계, 에어부산 독자 생존 위한 안간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과 관련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허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인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이슈도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 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과 관련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허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인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이슈도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M&A·인수합병)과 관련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조건부 승인’ 의견을 낼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는 소식이 국내외에서 이어지자 오히려 일각에서는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이기 이전에 ‘지역 거점 항공사’로, 앞서 대형항공사(FSC)의 합병이 추진될 때부터 분리매각 가능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진 바 있다. 이번 EC의 결정이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에 호재가 될지, 걸림돌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2일 로이터통신은 “EU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해 조건부 승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을 소식통을 통해 전해 들었다고 보도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 EC 측은 그간 계속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EC 측은 지난해 5월 “양사 합병 시 유럽 노선에서 여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경쟁제한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같은해 6월 심사를 중단했다. EC가 지적한 여객 노선은 인천∼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4개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4개 여객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및 화물사업부 매각을 전제로 하는 시정조치안을 지난해 11월 EC 측에 제출하고 협의 절차를 이어왔다. EC는 양사 합병과 관련해 다음달 14일까지 승인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러한 가운데 로이터통신의 ‘대한항공·아시아나 독점 금지 조건부 승인 유력’ 보도가 이어지자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에어부산에 관심이 쏠렸다.

부산시와 부산 상공계 등에서는 가덕신공항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라도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에어부산
부산시와 부산 상공계 등에서는 가덕신공항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라도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에어부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 지은 후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LCC 에어부산·에어서울 2개사를 하나로 합쳐 ‘메가 LCC’ 출범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3사 통합 LCC의 본사 위치다.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혀 통합 LCC가 출범하게 될 경우 본사는 수도권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러나 부산시와 부울경 지역의 상공계 등은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거나 에어부산을 분리매각 해 개항 예정인 동남권 관문 공항인 가덕도신공항을 허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시와 지방 경제인들이 이러한 목소리는 내는 이유는 2029∼2030년 개항 예정인 가덕신공항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곳을 허브로 하는 항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이기 이전에 부산시와 부산 지역 상공인이 힘을 합쳐 설립한 ‘지역 거점 항공사’라는 점도 고려해야 하고, 지방 거주 국민들의 이동 편의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에 부산시도 지난 15일 ‘부산 거점 항공사 지원 조례’를 하반기 제정해 장비 도입과 일자리 창출, 여행상품 개발, 마케팅 비용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사 합병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양사 합병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대한항공이 인수하게 될 경우 에어부산의 최대주주는 대한항공이 된다. 즉 합병이 완료되면 결국 에어부산 미래는 대한항공의 손에 달린 셈인데, 대한항공은 통합 LCC 출범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에어부산 분리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말을 근거로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부산을 방문한 강 회장은 부산시장·부산시의회 의장·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의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청’에 “EC 심사 결과를 전제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인 산은에서 에어부산의 분리매각과 관련해 검토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EC의 결정 이후 산은과 강 회장의 결단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EC의 결정이 확정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허가만 남게 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로이터 통신 ‘Exclusive: Korean Air-Asiana deal set to win EU antitrust nod, sources say’ 보도
https://www.reuters.com/business/aerospace-defense/eu-antitrust-regulators-set-okay-korean-air-asiana-deal-sources-say-2024-01-12/
2024. 1. 14 로이터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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