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가 영화 ‘데드맨’으로 돌아왔다. / 콘텐츠웨이브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으로 돌아왔다. / 콘텐츠웨이브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기존에 보지 못한 소재를 다뤄 신선했고 ‘심여사’ 캐릭터도 주로 남자배우들이 할 법한 역할인데 저한테 와서 좋았죠. 파워풀하고 매력적으로 나와서 좋아요.”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희애는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시나리오, 매력적인 캐릭터에 끌려 작품을 택했다고 했다. 특히 그동안 주로 남성으로 그려졌던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 캐릭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그 인물 자체가 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을 전했다. 

지난 7일 개봉한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000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 연출작 ‘괴물’ 공동 각본을 쓴 하준원 감독의 데뷔작으로, 동시기 개봉작 중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김희애가 연기한 ‘심여사’는 정치판 최고의 컨설턴트로, 타고난 지략과 강단으로 이름을 알리는 데 정평이 난 인물이다. 진짜 목적은 숨긴 채 중국의 사설감옥에서 ‘데드맨’으로 살아가는 이만재(조진웅 분)를 찾아내 이름도, 인생도 되찾을 수 있다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네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전작 넷플릭스 ‘퀸메이커’에서도 정치 컨설턴트 캐릭터를 소화했던 김희애는 “직업은 같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라며 “‘데드맨’ 속 심여사는 노련한 정치판의 고수다. 온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레벨이 다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결이 다른 인물이라고 느꼈다”고 차별화된 매력을 자신했다.

‘데드맨’에서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를 연기한 김희애. / 콘텐츠웨이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데드맨’에서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를 연기한 김희애. / 콘텐츠웨이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김희애는 ‘심여사’를 표현하기 위해 외적 변신도 꾀했다. 볼륨감 넘치는 단발 헤어스타일에 컬러 렌즈, 화려한 의상과 액세서리 등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강렬한 ‘심여사’의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김희애와 심여사의 거리가 있다면 완전히 없어지길 바랐어요. 첫 등장할 때 제가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를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으면 했죠. 시작부터 화끈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숙제이기도 했고 기대도 됐죠. 미술팀과 분장팀이 아이디어를 굉장히 많이 줬어요. 배우로서 그렇게 많이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잖아요. 얼마든지 하라고 믿고 맡겼죠. 좋았어요.”

신예 하준원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감독의 순수한 마음이 작품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요. 재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모범생처럼 묵직하게 5년 동안 조사해 왔고 진심을 다해 쓴 작품이라는 게 느껴졌거든요. 연기적으로도 겉핥기식이 아니라 알맹이가 있는 대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낸 김희애. / 콘텐츠웨이브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낸 김희애. / 콘텐츠웨이브

김희애에게 ‘심여사’는 단순히 하나의 작품 속 캐릭터가 아니다. 남성 중심 영화가 많은 충무로에서 오랜 시간 배역에 대한 갈망을 느꼈다는 그는 “정치판을 쥐고 뒤흔드는 강인한 인물이 남성이 아닌 여성캐릭터로 그려진 점이 의미가 있다”면서 스크린 속 여성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폭력적인 작품이 많았고 주로 남성 중심 작품이었어요. 그에 비하면 지금은 그래도 (여배우가) 할 작품이 많아진 것 같아요. 이번 ‘심여사’ 역할도 예전 같으면 남자배우가 했을 거예요. 여자가 이렇게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죠. 그래서 더더욱 매력 있고 반가웠어요. 이런 역할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데드맨이 성공을 해야겠죠?(웃음) 여배우가 심여사 같은 역할을 해도 관객이 좋아하는구나 생각할 테니까, 잘 됐으면 좋겠어요.”

많지 않은 기회 속에서도 김희애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특히 영화 ‘허스토리’ ‘윤희에게’,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등 여성 중심 서사를 다룬 다수의 작품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끌며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빚어왔다. 어느덧 데뷔 40년을 앞두고 있는 김희애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커리어를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도 나름대로 보이지 않는 허들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심플하게 생각했고 과정을 지나갔죠. 그걸 하나씩 지나다 보니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40년 동안 연기 생활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못했을 거예요. 그저 멈추지 않은 게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시행착오도 있고 실패도 있고 상처를 받기도 하겠지만 그때마다 하나씩 넘어가다 보면 계속 가는 거죠. 이제 이거(연기) 안 하면 뭐 하겠어요. 커리어를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김희애와 캐릭터 사이 1부터 10이 있다면 완전히 10이 버려지는, 내가 아예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연기하는 순간에도 그 역할에 빠져서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연기요. 그런 배역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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