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이 넷플릭스 영화 ‘황야’로 글로벌 시청자를 매료했습니다. / 넷플릭스
마동석이 넷플릭스 영화 ‘황야’로 글로벌 시청자를 매료했습니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마동석의 액션이 또 통했다. 그의 새 영화 ‘황야’(감독 허명행)가 글로벌 시청자 공략에 완벽히 성공하며 전 세계를 매료했다. 자신의 강점을 고스란히 녹여낸 캐릭터로 또 한 번 흥행에 성공한 그는 “캐릭터 자체보다 액션과 재미에 더 집중해 만들고자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마동석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지난달 26일 공개 후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 영어·비영어 부문 통합 1위에 등극한 데 이어, 2주 연속 글로벌 TOP 10 영화 비영어 부문 정상을 차지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 온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황야’는 두 사람이 그동안 쌓아온 액션 노하우를 모두 담아내며 ‘K-액션’의 진수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마동석은 자신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들과 맞서는 사냥꾼 남산으로 분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날 것’의 느낌이 강조되는 파워풀하고 과감한 액션으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유쾌한 매력도 잃지 않으며 전 세계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알면서도 빠질 수밖에 없는 ‘마동석 매직’은 이번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마동석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황야’의 출발부터 허명행 감독과의 작업, 액션 디자인 과정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호불호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범죄도시4’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기분이 어떤가. 

“정말 감사하다. 연락을 많이 받았다. 할리우드에서도 축하 메시지를 많이 보냈다. 특히 허명행 감독, 제작진과 게임 같은 액션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대로 반응이 오더라. 게임 같은 영화라 재밌게 봤다고. 좋게 많이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해마다 ‘범죄도시’가 나오고 그 시리즈에 나오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야’를 봐줬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어떤 지점에 대해 가장 큰 반응을 보였나. 

“예산이 얼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촬영 기간이 3~4달이었는데 이 정도 예산과 그 기간에 이 액션을 다 찍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놀랐고 감탄했다. 예전 마블이나 다른 영화에서 이야기할 때 현지 액션팀을 꼭 써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범죄도시’를 본 후부터는 ‘너희가 와서 찍어주면 안 되냐’는 요구가 많아졌다. 앞으로 그런 기회가 더 생길 것 같다.”

‘황야’에서 남산을 연기한 마동석. / 넷플릭스
‘황야’에서 남산을 연기한 마동석. / 넷플릭스

-오랜 시간 무술 감독으로 호흡을 맞춰온 허명행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이유는 무엇인가. 

“오랫동안 수십 작품을 같이 했다. 유일하게 체격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알려지지 않은 작은 영화에서 스턴트를 하기도 했다. 고생을 많이 했는데 무술감독이 되고 작품도 오래 하면서 누구보다 뛰어난 연출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액션을 찍을 때도 액션 자체에 드라마가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 아이디어도 많고 준비도 잘한다. 그런 점을 보면서 영화 전체를 연출해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허명행 감독을 데뷔시키려고 한동안 시나리오를 계속 준비했었다. 그러다 ‘황야’ 작품과 잘 맞을 것 같고 타이밍도 좋아서 그렇게 됐다. ‘범죄도시’를 같이 했는데 현실이 베이스라 할 수 있는 액션이 기본적인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황야’는 판타지 배경이라 허명행 감독이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했고 허명행 감독도 좋아했다. 단순히 친분을 떠나 생각하더라도 최고 감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액션 장르 위주로 영화를 했던 사람이지만 다른 장르에서도 분명히 역량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 개발 과정도 궁금하다. 

“‘대지진이 일어났다’는 설정을 두고 드라마 장르보다는 액션에 치중된 오락적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방향을 정했다. 마침 오래전에 써놨던 SF 액션물이 있었다. 그것을 제작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이걸로 시작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그 기획으로부터 시작해 틀을 만들고 각색하면서 만들어갔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되게 길었다. 액션도 넣어야 했고 각 인물의 스토리, 이 인물은 왜 이렇게 됐고 이 인물은 어떻게 살아왔고 등등 여러 스토리를 담았더니 길어졌다. 4시간짜리 영화가 되겠더라. 원래 의도했던 영화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친절함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게임 액션 영화로 빌드업하게 됐다.” 

-덜어내는 과정에서 아쉬움도 많았겠다. 

“맞다. 이야기가 다 빠져야 해서 아쉬웠다. 드라마를 버리지 않고 액션까지 가져가려면 차라리 시리즈가 낫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 작품은 시리즈와는 또 맞지 않았다. 이야기 전체의 하이라이트가 후반부에 있기 때문에 앞을 지루하게 볼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생략하고 오락적인 액션 영화로서의 충실하자 싶었다.”

총기 액션을 선보인 마동석. / 넷플릭스
총기 액션을 선보인 마동석. / 넷플릭스

-다만 호평이 주를 이루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빈약한 서사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도 많다. 이에 대한 생각은.  

“호불호에 관련된 평은 다 맞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드는 것과 보는 게 정답이 없듯 당연한 거다.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서사가 단순해서 그런 것 같다. 해외에서는 액션물이라는 것에 더 포커스를 두고 봐주는 것 같다. 한국 관객은 수준이 높다. 개연성도 맞아야 하고 서사와 모든 것들이 잘 녹여져야 한다. 그런 관객들 덕에 한국이 콘텐츠도 더 잘 만든다고 생각한다. 더 고민하고. 그런 부분에서 (국내와 해외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많다. 

“기본적으로 작품마다 재밌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는데 액션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라고 한다면 여러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힘들다는 거다. 이번에 결정해야 했던 것도 SF액션이지만 다른 결의 캐릭터를 할 것이냐, 아니면 ‘마동석’을 갖고 올 것이냐였다. 모든 제작진과 참여한 사람들이 마동석을 갖고 오면 좋겠다는 결정을 해서 ‘범죄도시’에 이어 가져오게 된 거다. 다만 외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 관객은 기시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캐릭터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영화의 액션과 재미에 더 집중해 만들자고 생각했다.”  

-액션에 있어서 ‘범죄도시’ 시리즈와 차별점은 어떻게 두고자 했나. 

“우선 무기를 많이 사용한다. 수위도 세고 과격한 액션이 더 많다. 그동안 내가 하지 않았던 걸 해보자는 게 감독이 원하는 거였다. 그동안 주먹으로 했던 액션도 테크닉적으로 보면 영화마다 달리하려고 노력했다. 복싱 선수가 보면 디테일이 다른 걸 알 수 있지만 그냥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거다. ‘황야’ 총기 액션도 최대한 새롭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만약 다른 작품에서 또 총기 액션을 하게 된다면 ‘황야’와 또 다르게 하려고 노력할 거다.”

-액션뿐 아니라 마동석표 유머도 많이 담겼다. 어떻게 그렇게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나오나.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미리 상의도 많이 하긴 하는데. 어차피 마동석 캐릭터를 갖고 가자고 했으니까 중간중간 유머로 해소해 줘야 하는 부분도 필요했다. 그렇게 고민이 시작되는 거다. 물론 어렵다. 생뚱맞은 걸 말하면 안 되고 결을 맞추면서 만들어야 하니까 제작진과 논의를 많이 한다. 글로벌 공개이기 때문에 번역도 신경을 써야 하잖나. 그런데 번역이 재미없으면 그냥 버리는 거다. 한국 시청자를 위해서. 번역돼서 재미없는 건 어쩔 수 없다. 대신 더 재밌게 번역되는 것들도 있더라.”

마동석이 배우로서의 방향성을 언급했다. / 넷플릭스
마동석이 배우로서의 방향성을 언급했다. / 넷플릭스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있지만 ‘마동석이 장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신만의 영역을 더욱 공고히 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액션 장르에 치우친 선택을 해오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나. 

“배우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성이 있잖나. 나는 캐릭터 배우를 지향한다. 그게 뭐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로 따지면 드웨인 존슨이나 성룡처럼 본인이 나온 것 같은 거다. 예전에는 있었잖나. 이소룡도 그렇고.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배우도 있는데 나는 배우로서의 목적이 그쪽에 있다. 같은 액션이라도 그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액션이 아닌 작품을 할 때 캐릭터가 다를 거다. 하지만 다르게 가져가려고 하는 것 자체도 강박이라고 생각한다.

마동석이 캐릭터인 줄 아는 아이들도 있더라. 신기하고 고맙고 그렇다. 나는 영화로 엔터테이닝하는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운동하던 사람이 이쪽으로 넘어와 잘 버티고 노력을 해서 계속 영화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조금 더 발휘할 수 있고 기회가 있을 때 더 재밌는 걸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명감이라기보다는 즐거워서 하는 게 더 크다. 언제부터 내 머리와 몸에 그렇게 영화를 해야 한다는 게 박혀있다.“

-사명감보다 즐거움이 크다고 했지만 전 세계에 ‘K-액션’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감이나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이터널스’ 찍을 때 (할리우드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데 배우들은 잘 모르더라. 당시 작품을 찍으면서 수백 명의 스태프들이 기립박수도 쳐주고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한국에서 온 배우인데 저 사람 매너도 좋고 액션도 잘하고 좋은 사람이야’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앞으로 나 말고도 더 많은 작업 기회가 생기잖나. 그런 것은 염두에 둔다. 하지만 사명감이나 책임감이라고 표현할 일은 아니다. 영화는 팀워크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황야’도 내가 많이 알려진 사람이니 내 이름이 앞에 나오지만 내가 혼자 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렇게 같이 배려하면서 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저번에 좋았는데 이번에도 다시 해보자, 같이 해보자 이런 기회도 더 많아지지 않겠나.” 

-마동석 유니버스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인기 같은 것은 한때라고 생각한다. 언제 없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재밌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물론 작품을 만들 때마다 항상 흥행을 노리고 만들진 않는다. 그 안에서도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는 거다. 나는 링 위에 올라가 시합을 많이 뛰었다. 스파링도 몇백 번을 했다. 그런데 이길 것 같은 사람이랑만 싸우면 실력이 늘지 않잖나. 질 것 같아도 한 번 붙어보고 터져봐야 실력이 더 느는 거다. 영화도 그렇다. 경험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거다.”

-‘범죄도시4’를 기다리고 있는 관객도 많다. 이번에도 기대해도 될까. 

“‘범죄도시4’가 시리즈 중 블라인드 점수가 제일 높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불러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시리즈는 감정선이 더 담겼다. 너무 두드러지게 하면 ‘범죄도시’ 색깔을 잃으니까 적당한 선에서 가져가 이야기가 더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액션도 처음 보는 장면이 많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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