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로 진가를 재입증한 김고은. / 쇼박스
영화 ‘파묘’로 진가를 재입증한 김고은.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고은이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로 자신의 진가를 또 한 번 입증했다. 젊은 무당 화림으로 분해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꺼낸 것은 물론, 강렬한 카리스마와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김고은이 열연한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공식 초청돼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지난 22일 국내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극 중 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을 연기했다. 화림은 젊은 나이에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무당으로,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에게 파묘를 제안하며 사건의 포문을 여는 인물이다. 김고은은 실력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화림 그 자체로 분해 경문을 외는 연기부터 난이도 높은 대살굿 장면 등을 완벽 소화,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줘 호평을 얻고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고은은 화림을 향한 뜨거운 반응에 “어색하게 비칠까 우려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어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한 현장이었다”고 전하면서 ‘파묘’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고은이 ‘파묘’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 쇼박스
김고은이 ‘파묘’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 쇼박스

-반응이 뜨겁다. 기분이 어떤가.  

“감개무량하다. ‘서울의 봄’이 잘 됐듯 한국 영화가 힘을 받아서 극장가가 붐볐으면 좋겠다. 무대인사를 하며 관객으로 꽉 차 있는 걸 보면서 극장이 붐볐을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뭉클하기도 하고 그랬다. 감사하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거부감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오컬트를 좋아하고 보는 취미가 있어서 오히려 이런 역할을 맡겨준 게 반가웠다.”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영화적 매력은 무엇이었나.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도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네 캐릭터(상덕‧화림‧영근‧봉길)의 매력도가 정말 크게 다가왔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험한 것’을 어떻게 구현할까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계속 상상하면서 읽게 됐다. 워낙 장재현 감독님의 전작을 좋아했기 때문에 나의 막연한 상상이 감독님의 손길을 거치면 좋은 장면으로 탄생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는 감독님의 디테일이 너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림을 향한 반응도 좋다.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시나리오 상에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포스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 포스, 아우라라는 것을 어설프지 않게 표현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반응이 좋고 칭찬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속신앙을 잘 몰랐기 때문에 어색하게 표현될 까 걱정한 부분이 컸는데 그런 평을 해주니 안도감이 들었다.”

-포스, 아우라를 담아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 

“사소한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굿이나 경문 같은 큰 퍼포먼스를 잘 해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디테일한 동작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굿을 준비할 때 몸을 살짝 떤다거나 목을 꺾는다거나 이런 것들은 굿을 보러 다니면서 무속인 선생님들을 관찰한 부분이다. 휘파람을 부는 것도 원래 없었다. 긴장할 때 선생님들이 휘파람을 많이 불더라. 휘파람은 왜 부는지, 몸은 왜 떠는지 등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했고 그런 사소한 디테일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했다.”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김고은 스틸. / 쇼박스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김고은 스틸. / 쇼박스

-무속인과 통화도 많이 했다고.

“워낙 바쁜 분들이라 현장에 계속 나와 있을 수 없었다. 정말 중요하게 큰 장면을 제외하곤 현장에 계시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 해야 했을 때 불안한 게 있으면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귀를 잡아서 집중하는 느낌을 가져가 보고 싶은데 괜찮은 건지, 캔을 따서 마시면서 바라보고 있는 게 괜찮은지, 아주 사소한 것들을 다 물어봤다. 영상통화도 많이 했다.”

-굿 장면은 얼마나, 어떻게 준비했나.

“촬영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선생님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많이 듣고 동작도 배웠다. 여러 동작이 있다. 어떤 신을 받았느냐에 따라 동작이 또 다르다. 장군 신을 받았을 때 동작 중에서 말을 타듯 뛴다든지 칼을 어떻게 잡는다든지 이런 것들을 설명으로 듣기도 하고 직접 해보기도 하고 그랬다. 그 동작들에 대한 의미에 대해 알려고 했다. 영상도 많이 봤다. 특히 대살굿 같은 경우는 잘 안한다고 들어서 실제로 볼 수 없었다. 검색해서 봤다.”

-모티프가 된 인물이 있나.  

“고춘자(무속인) 선생님의 며느님 다영 선생님을 어느 정도 모티프로 잡았다고 들었다. 제일 많이 관찰한 분이기도 하다. 고춘자 선생님은 동작도 간결하고 예스러운 느낌이라 다영 선생님의 퍼포먼스를 더 많이 참고했다. 나이대도 비슷했다.” 

-흔히 ‘신들린 연기’라고 하는데, 그만큼 몰두된 순간이 있었다면. 

“굿을 할 때 징이나 북을 쳐주는 분들이 점점 더 세게 쳐주고 흥을 더 올려주는 게 있는데 그게 실제로 더 흥분되고 힘이 올라오더라. 그런 정도의 느낌은 받았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굿하는 것도 실제 퍼포먼스고 경문도 실제니까 그런 거 하다가 ‘진짜 신을 받으면 어떡하나’  걱정하기도 했는데 그것보다 귀신을 볼까봐 무서웠다. ‘심야괴담회’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그런 걸 보면 너무 쉽게 어느 순간 귀신이 보이더라. 보이기 시작하면 계속 보이고. 그런 걸 하도 많이 봐서 내게도 그런 일이 발생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무속인이) 걱정할 것 전혀 없다고  하시더라. 그렇다면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웃음)”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이도현(왼쪽)과 김고은. / 쇼박스​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이도현(왼쪽)과 김고은. / 쇼박스​

-전작 ‘영웅’에서도 일본어 연기를 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꽤 길고 어려운 일본어 대사를 소화해야 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영웅’에서 일본어가 짧게 나오긴 하지만 원어민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원어민만이 가질 수 있는 미묘한 지점들에 대해 굉장히 집착했다. 일본어 선생님이 한마디 하면 그걸 그대로 따라 하고 될 때까지 했다. 그런데 화림은 일본어를 원어민처럼 해야 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래서 발음보다는 뜻을 알고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그 의미에 훨씬 더 집중을 하려고 했다.” 

-경문을 외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외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 같고 음색도 독특했다.

“자세히 보면 스토리가 있다. 처음에는 여기가 어디고 어디 박씨가 어쩌고 이야기하다가 ‘오시라 뭐 때문에 못오시냐 신발이 없어서 못오시냐 목이 말라서 못오시냐’ 이런 식으로 나열한다. 못오는 이유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듯 하면서 오라고 하는 내용이다. 당연히 외우는 건 어려웠다. 어설프면 진짜 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은 장면이기도 하다. 촬영일이 밀어졌으면 좋겠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였다. 실제 굿을 보면 어떤 퍼포먼스를 하기 전에 무속인 선생님들이 경문을 쫙 읊는다. 그때 정말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음 타는 것도 예술이고.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는 음이나 나오는 목소리 톤이 너무 멋있다는 생각을 해서 저건 진짜 내공인데 내가 아무리 연습한들 저게 될까 싶었다. 음을 타는 건 다 애드리브라고 하더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연습을 하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선생님한테 세 가지 버전으로 해주면 그걸 녹음해서 그중 내가 잘 탈 수 있는 음을 택해 노래처럼 통으로 외우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장면이다.”

-화림, 봉길의 ‘케미스트리’도 호평 이유다. 봉길 역의 이도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촬영 훨씬 전부터 무속인 선생님 집에서 연습을 같이 했기 때문에 이미 친해진 상태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호흡이야 워낙 도현 씨가 잘 준비했기 때문에 좋았다. 화림이 말하지 않아도 봉길이 알아서 해주는 지점들이 현장에서도 별다른 대화를 나눈 게 아닌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나왔다.”

김고은이 더 다채롭게 채워질 앞날을 예고했다. / 쇼박스
김고은이 더 다채롭게 채워질 앞날을 예고했다. / 쇼박스

-최민식이 ‘파묘’의 손흥민이라며 극찬했다. 이를 듣고 기분이 어땠나. 

“사실 선배들이 칭찬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낯간지러우니까 잘 안하잖나. 그런데 (유)해진 선배도 그렇고 테이크 한 번 할 때마다 뭐가 좋았고 이래서 좋았고 말해 주셨다. 거의 테이크마다 해주셔서 현장에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됐고 다음 테이크에서 더 과감한 연기를 할 수 있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말해주셔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굉장히 보람을 느꼈고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웃음)”

-굉장히 세고 강렬한 캐릭터인데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지진 않나. 

“지금 찍고 있는 작품 굉장히 잔잔하다.(웃음) 부담보다 오히려 화림이라는 인물을 맡았을 때 굉장히 반가웠다. 이런 유형의 캐릭터, 역할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내게 주어진 작품들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며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작품, 한 작품 해나가다 보면 또 다른 결의 인물을 맡겨주실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폭넓은 장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채로운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 김고은의 무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스로 단정짓지 않는 게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이건 하고 싶고 저건 안하고 싶고 뭐는 안 되고 저것은 되고 이런 게 내 안에는 없다.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어떤 작품이 대중에게 크게 각인되고 나면 비슷한 결의 작품이 많이 들어온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보이지 않는 모습이 분명히 있지만 그 보이지 않는 모습을 끄집어내는 선택을 잘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지만 또 그것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을 수도 없다. 하지만 내가 내 안에서 한계를 지으면 정말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있어서 스스로를 단정 짓지 않으려고 한다.”

-‘파묘’가 지금까지 필모그래피에서 최고 흥행작이 될 듯하고 연기적으로도 큰 호평을 얻었다.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

“모든 현장이 다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힘든 순간이 찾아오는 현장도 많은데 기억에 남는 현장이 몇 작품 있다. 진짜 행복하게 찍었다,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고 웃긴 순간들이 떠오르는 작품이 있는데 ‘파묘’가 그중 한 작품이 될 것 같다. 스코어도 처음 듣는 숫자를 접하게 되니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놀람도 처음 안겨준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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