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회장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100일 소회와 업계 현안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 은행연합회

시사위크|중구=이미정 기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민생금융지원 방안 협의를 이끌며 특유의 리더십을 입증했지만 그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홍콩 H지수 기초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로 인해 은행권에 대한 신뢰가 또 다시 흔들렸기 때문이다. 

◇ 조용병 회장, 취임 후 첫 대면 간담회

조용병 회장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100일 소회와 업계 현안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자리는 그가 취임한 후 열린 첫 대면 기자간담회였다. 

우선 그는 모두 발언을 통해 “석달 전 저는 취임하면서 은행의 미래를 위해 기본·변화·상생, 세 가지 키워드를 제안했다”며 “그간 저와 연합회 임직원도은행의 디딤돌이 되고자 전력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설 직전에 고금리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분들을 돕기 위해 사상 최대인 1조3,5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이자를 환급했고, 올해 중 1,500억원을 추가 환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음 달부터는 민생금융지원방안 중 은행별 자율프로그램도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사원은행과 함께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1조6,000억원 규모의 이자캐시백을 지원하고 취약계층 등에 4,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조 회장은 은행협회장으로서 ‘민생금융지원 방안’과 관련한 조율자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민생금융지원방안과 관련해 “건전성과 수익성을 관리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민간 은행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올 한 해 은행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금리의 향방은 불확실하고, 부동산시장과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환대출플랫폼 등에 따른 영업경쟁은 격화되면서 수익성은 떨어지고 리스크는 증가하는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조 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업권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상생금융 압박에도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이른바 ‘이장장사’ 논란 속에서 최근 몇 년간 당국으로부터 상생금융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발표한 ‘민생금융지원방안’도 은행권에 가해진 상생금융 압박과 무관치 않다. 

정부는 올해도 은행권에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상생금융책을 조율해야 하는 숙제가 조 회장을 기다리고 있다.

◇ 홍콩 ELS 사태에 유감… 내부통제 강화 숙제

여기에 또 다른 숙제는 ‘내부통제’와 ‘소비자 신뢰 회복’ 이슈다. 은행권은 ‘이자장사 논란’과 함께 잇단 ‘내부통제 이슈’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왔다. 이는 최근 몇 년간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콩 H지수 ELS 손실 사태는 또 다시 은행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웠다. 이번 손실 사태는 H지수 하락으로 관련 ELS 상품의 손실이 커지면서 촉발됐다. 

작년 말 기준 홍콩 ELS 판매 잔액은 19조원에 달하며, 총 판매잔액 중 82% 가량이 은행권에서 판매됐다. 만기가 도래하면서 ELS 상품에선 올해부터 무더기 손실이 현실화된 상태다. 지난달 말 기준 홍콩 ELS 총 손실 금액은 1조2,000억원(은행 1조원, 증권 2,000억원)에 달한다. H지수 ELS의 만기 상환 금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에 달한다. 현재의 손실률이 이어질 경우, 올 상반기에만 투자자들은 5조원대의 손실을 볼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손실 사태는 불완전판매 논란과 맞물려 은행권의 신뢰도를 뒤흔들었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현장검사 결과, 다양한 불완전판매 사례가 확인된 것으로 드러나 곱지 않은 시선을 키웠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전 홍콩 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11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검사결과,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과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및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다양한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되, 판매사의 고객 피해 배상 등 사후 수습노력은 참작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금감원은 판매사와 투자자간 분쟁이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검사결과 확인된 내용 등을 기초로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했다. 해당 분쟁조정안을 보면 배상비율은 우선 기본배상비율(20~40%)을 뒀다. 여기에 판매사별 가중 3~10%, 투자자별 가산 혹은 차감 최대 ±45%로 제시했다. 또 가산‧차감항목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안이나 일반화하기 곤란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기타 조정요인(±10%p)으로 반영되는 구조다.  

조용병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그는 우선 “금융소비자법도 도입됐는데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한 점 죄송스럽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내부통제가 실질화될 수 있도록 협회가 노력하겠다”며 “자율규제의 범위를 넓히고 깊이를 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분쟁조정안에 대해선 조심스런 입장을 전했다. 그는 “분쟁조정안은 시장과 소비자, 당국간 소통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며 “각 은행이 수용 여부와 대내외적 소통 방안 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당국, 은행과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회장은 이날 취임 100일 소회와 함께 업계 내 애로사항도 전했다. 그는 “은행의 역할에 대한 사회 각계의 기대는 커지고 있으나 수익성 제고 노력에 대해선 사회적으로 관심이 적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느껴진다”며 “이에 은행들이 위축돼 있고 신사업 진출도 보수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논의된 혁신 방안들이 탄력을 받고 진행될 수 있도록 소통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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