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중기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으로 돌아왔다. / 넷플릭스
배우 송중기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으로 돌아왔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송중기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으로 시청자 앞에 섰다. 탈북자 로기완으로 분해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삶을 그려낸 송중기는 “예쁜 휴머니즘, 사랑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하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송중기가 열연한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의 만남과 헤어짐, 사랑을 그린 영화다. 실력파 신예 김희진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했다. 지난 1일 공개 후 공개 2주 차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13일 기준)에 등극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극 중 송중기는 탈북자 로기완으로 또 한 번 변신을 선보였다. 기완은 가진 것 하나 없이 떠나온 머나먼 유럽의 낯선 땅 벨기에에서, 유일한 희망인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물이다. 김희진 감독이 “대체불가였다”고 했을만큼 송중기는 냉혹한 현실에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마주하지만 그럼에도 살아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닌 인물을 깊게, 섬세하게 빚어내며 극을 이끈다.  

송중기는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로기완’을 택한 이유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마리 역의 최성은과의 호흡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호불호 반응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송중기가 ‘로기완’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 넷플릭스
송중기가 ‘로기완’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 넷플릭스

-7년 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거절했다고. 다시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인가. 

“공감이 안가는 부분이 있어서 하고 싶다고 했다가 번복했다. 기완의 어머니가 그렇게까지 희생하면서 아들을 살리려고 하고 잘 살아남으라는 유언을 남기는데 살아남는 그 과정에서 사랑을 할 때인가 싶었다. 살아가는 것 말고는 사치가 아닌가 싶더라. 공감이 안 됐다. 그때는 그게 사치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었는데 세부적인 설정은 바뀌었지만 큰 줄기는 같았다. 다시 볼 때 걱정했는데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더라. 내가 생각하는 게 바뀐 거겠지. 그 당시 배우 송중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에 관심사를 두고 살았는가가 지금과 달랐으니 그렇게 판단을 내렸을 텐데, 다시 봤을 때는 다르게 다가왔다. 

소용돌이 속 살아남았고 살아남았으면 잘 살고 싶을 것이고. 그렇다면 잘 사는 건 무엇일까, 사람이니까 사람과 부대끼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남녀 간의 사랑이든 친구와의 우정이든 어쨌든 사랑을 해야지, 부대끼고 살아야지 생각하니까 확 이해가 되더라. 로맨스에 대한 불호 반응도 있더라. 나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한다. 다만 나는 이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예쁜 휴머니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공감이 되지 않았다면 내가 7년 전 그랬던 것처럼 나중에 한 번 더 보고 그때는 공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진 걸까.

“나도 모르겠다. 뭐가 달라졌는지. 나는 그렇게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오감이 자극되더라. 너무나 상처를 받은, 모든 풍파를 겪고 있는 기완과 마리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부대끼는 그 정서가 좋았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송중기 스틸. / 넷플릭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송중기 스틸. / 넷플릭스

-기완은 탈북자였다. 어떻게 준비했나. 

“김희진 감독이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에 나오는 비슷한 상황을 겪은 분들을 만나 취재를 했다고 들었다. 나는 북한말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북한말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더 큰 개념의 총괄 디렉터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업계에서 북한 소재 관련된 작품에 엄청난 경험이 있는 선생님이다. 웬만한 신인 PD보다 현장을 더 잘 안다. 정말 베테랑이다. 그분이 이 작품에 애정이 깊다고 느꼈다. 그동안 북한과 관련된 작품이 많았지만 장르적인 것에 치중됐잖나. 그런데 이번에는 본인의 실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실제 있었던 사연을 이야기해 주기도 했는데 슬프고 아픈데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서 더 슬프더라. 그런 모습을 보며 기완이를 저렇게 표현해야겠다고 콘셉트를 잡았다. 그분의 정서를 계속해서 카피하려고 했다. 9할 이상이 그분이었다.”

-제작에도 참여했다. 더 남다른 책임감을 느꼈겠다. 

“내 성격이 그런 것 같다. 공동제작이든 아니든 껴서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 안에 들어가서 같이 하려고 한다. 이러든 저러든 책임감을 갖고 하는데 공동제작이라는 타이틀이 들어가면 이름이 걸려있으니 더 책임감을 갖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같이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할 거면 진짜 제대로 공동제작을 하는 것 같다. 돈만 나누는 공동제작이 아니라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가서 같이 으쌰으쌰 해서 함께 만드는. 그 경험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감사한 것은 김희진 감독님이 열려 있는 분이라 의견을 잘 받아줬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정성껏 들어준다. 의견에 동의가 안 되면 아니라고 바로바로 말한다.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그릇이 큰 분이다.” 

송중기가 호불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 넷플릭스
송중기가 호불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 넷플릭스

-말한 것처럼 기완과 마리의 멜로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무엇을 느꼈을까. 어떤 고민을 했나.  

“(최)성은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엄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신에서 엄마라는 공통점이니 서로에게 시선이 가겠다 싶었는데 막상 찍어보니 그 장면이 아니더라. 창가에서 마리가 담배를 피우는 신에서 ‘이 신이다!’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텍스트로 봤을 때 그냥 그런 신이구나 했던 밥 먹는 장면에서 감정이 왔다. 그때 약간 멜랑꼴리한 게 있었다. 정사를 나누는 장면도 나오는데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대화가 중요했다. 행복할 자격이 있나 하며 죄책감을 기완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행복해질 자격 있다고, 그런 존재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말을 누가 해주느냐가 중요했다. 그 지점이 인상 깊었다.”

-최성은과의 호흡은 어땠나. 

“최성은의 칭찬이라면 한 시간도 더 할 수 있다. 처음 최성은이라는 배우를 보고 ‘우와’ 했던 것은 드라마 ‘괴물’이었다. 분량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가 대단하더라. 저런 친구가 있구나 생각했다. ‘안나라수마나라’를 보면서 스펙트럼이 되게 넓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니까 정말 맞았다. 그 친구에게 배운 것은 타협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오케이가 됐는데도 더 파고 들어간다. 나는 이 정도면 됐다고 좋아하는 편인데 다시 가겠다고 하더라. 와, 타협을 안 하더라. 그 친구의 집요함이 배우로서 부러웠다. 그러니까 연기를 잘하는 거구나. 김희진 감독님이 입바른 말을 하는 분이 아닌데 오디션을 보고 마리를 찾았다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냥 마리가 걸어들어왔다고. 그런 친구인 것 같다.”

-‘화란’부터 ‘로기완’까지 최근 영화에서는 조금은 다른 결의 작품, 캐릭터를 선택해 오고 있다. 이유가 있나. 

“드라마를 하고 나면 영화를 하고 영화를 하고 나면 드라마를 하고 그런 밸런스를 좋아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삐그덕 하긴 했지만 그렇게 선택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마이너에 있는 정서를 다루는 게 드라마에서는 사실상 하기 힘들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것을 더 표현할 수 있는 매체라서 (스크린에서) 배우의 욕심을 더 부려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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