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추자현이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감독 장윤현)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 BH엔터테인먼트
배우 추자현이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감독 장윤현)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 BH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추자현이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감독 장윤현)로 관객 앞에 섰다. 선택적 기억 상실을 겪는 덕희로 분해 절제와 폭발을 오가는 감정 열연을 보여준 그는 “계산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오늘(20일) 개봉한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는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을 앓게 된 덕희(추자현 분)로 인해 행복했던 부부에게 불행이 닥치고, 남편 준석(이무생 분)의 알 수 없는 행적들이 발견되면서 진실을 추적해 가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접속’ ‘텔 미 썸딩’ 등을 연출한 장윤현 감독의 신작이다. 

추자현은 영화 ‘참을 수 없는’(2010) 이후 14년 만에 한국 영화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극 중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중 교통사고로 인해 선택적 기억 상실을 경험하는 덕희로 분한 그는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기억 상실로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감정, 남편 준석의 의문스러운 행적들을 추적해 가면서 절망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까지 세밀하면서도 폭넓게 소화하며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준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추자현은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서는 소감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남편 준석 역의 이무생과의 호흡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연기를 향한 식지 않은 열정을 드러내며 더 다채롭게 채워질 앞날을 예고하기도 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선택적 기억 상실증을 겪는 덕희로 분한 추자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선택적 기억 상실증을 겪는 덕희로 분한 추자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오랜만에 영화를 선보이는 소감은.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봤나. 

“한국에서 공백기가 길었고 돌아와서는 예능으로 복귀하고 드라마를 하다 보니 영화를 언제 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 ‘당신이 잠든 사이’는 멜로라 좋아서 하게 됐는데 그게 영화였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공개하니까 예전 생각이 나면서 정말 신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40대에 데뷔하는 신인.(웃음) 촬영한 지 2년 반 정도 지났다. 걱정하면서 봤다. 시나리오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재미에 빠질 순 없고 배우와 감독이 소통해서 만든 결과물이 과연 보는 분들에게 어떻게 공감을 줄까, 어떤 평가를 받을까 걱정하면서 봤다. 내 영화가 아니었다면 즐기면서 봤을 텐데 계속 전전긍긍하면서 봤다.”

-결과물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살면서 후련함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성향이 그렇다. ‘추자현’하면 당당하고 주관이 뚜렷하고 그런 이미지가 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걱정이 많은 성격이다. 어떤 신을 두고 계속 걱정하고 의심하는 편이다.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했는데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많이 걱정하는 스타일이다. 좋은 기사가 나와도 ‘회사에서 쓴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웃음) 대신 정말 열심히 한다. 결정하기까지 신중한데 결정을 하고 나면 앞뒤 생각하지 않고 투덜대는 것 없이 앞만 보고 간다. 경주마처럼.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해 후회하는 걸 너무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것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 결과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거나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다거나 내 역할이 돋보였으면 좋겠다, 흥행했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냥 지금 촬영하고 있음에 순간순간 감사하고 과정을 잘 즐기자는 마음이 더 크다.”

-굉장히 깊고 넓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시간적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떻게 접근했나.

“시간이 많았다면 나를 더 많이 괴롭혔을 거다. 오히려 (촬영 기간이) 짧아 다행이다. 저예산 영화라 열정만으로 시작했잖나. 시간적 여유가 없고 열악한 환경이기도 했는데 원래 약속했던 것보다 늦게 촬영에 들어갔다. 나와 이무생이 다음 작품 일정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 거기에 맞춰주느라 더 타이트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오히려 몰입하는 데 있어 늘어지지 않았다. 그 감정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하는 것도 힘드니까 확 들어갔다 빨리 나오는 그런 느낌으로 촬영에 임했다.”

깊은 감정 열연을 보여준 추자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깊은 감정 열연을 보여준 추자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었다.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은. 

”넋이 나간다고 하잖나. 너무나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 눈물도 안나고 혼이 나가잖나. 하늘이 노랗고 억장이 무너지고. 영화 속 상황과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덕희의 감정을 알겠더라.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배우의 숙제인데 일부러 계산하지 않았다. 연기할 때 분석도 많이 하고 설정도 하고 계산도 하고 여러 준비를 많이 해서 현장에서 감독과 소통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날 것’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동선만 이야기하고 그 순간 느끼는 감정에 집중해서 했다. 끝나고 나서 내가 대사를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더라. 손에 마비가 올 정도였다. ‘사생결단’을 찍었을 때도 힘든 장면을 찍고 나서 기억이 나지 않았던 적이 있는데 완전히 그 안에 들어갔던 것 같다. 한 번씩 ‘그분’이 올 때가 있나 보다.(웃음) 그 순간만큼은 후회하고 싶지 않고 나를 놔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실제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면서 공감하는 감정의 폭이 더 넓고 깊어지기도 했을 것 같은데.

“그렇진 않았다. 만약 자녀가 없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조금 다른 결의 연기가 나올 수 있었겠지. 아무래도 상상했을 때 와닿는 게 다를 테니. 그런데 ‘내가 진짜 이런 일을 겪는다면’이라고 생각하면 숨이 쉬어지지 않더라. 시나리오만 봐도 숨이 안 쉬어지더라. 그 정도 영향은 받았는데 불행한 요소의 일에 내가 가진 배경을 활용하고 싶진 않았다. 그건 연기가 아니니까. 나이에서 오는 연륜, 그 내공은 쌓였으니까 그게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준석이를 보고, 이무생을 사랑해서 그 감정이 나온 거지 우효광(남편)을 떠올리진 않았다. 진심이다.(웃음)”

추자현이 함께 호흡을 맞춘 이무생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BH엔터테인먼트
추자현이 함께 호흡을 맞춘 이무생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BH엔터테인먼트

-이무생과의 호흡은 어땠나.  

“‘아름다운 세상’ 때 남편 박희순도 훌륭했고 이번에 이무생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그렇고 작품이든 현실이든 남편복은 타고난 것 같다.(웃음) 훌륭한 남편을 만났을 때 굳이 어색하지 않았다. 하하. 존재감이 좋은 배우를 좋아한다. 기교로 연기하는 것보다 등장만으로 존재가 보이는 배우들을 부러워하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데 이무생이 그런 배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존재감이 좋은. 아주 작은 신이라도 굉장히 기억에 남잖나.

한 번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었는데 이 시나리오를 받고 이무생이 첫 번째로 생각났다. 그런데 정말 한다고 해서 로또 맞은 것처럼 좋았다. 실제로 만나보니 이런 순둥이가 어떻게 그런 연기를 했지 의아할 정도로 예의 바르고 정말 착했다. 배려를 많이 받았다. 만약 이번 영화에서 나의 연기를 좋게 본 게 있다면 그것은 다 이무생 덕이다. 이번에 멜로는 해봤으니 다음에 다른 걸로 제대로 한번 붙어보고 싶다.(웃음)”

-이무생의 어떤 작품이 인상적이었나. 

“‘부부의 세계’ 때 놀랐다. 워낙 흥행했고 모든 캐릭터가 다 살아있었지만 이무생의 캐릭터가 세거나 그렇지 않고 옆에서 바라보고 따듯하게 위로해 주는 후배 의사였는데 존재감이 확 와닿는 거다. 연기 톤도 되게 차분했는데 너무나 와닿아서 시선이 많이 갔다. ‘서른, 아홉’에서도 멜로를 저렇게까지 한다고? 싶었고 ‘더 글로리’ 사이코패스 역할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 다 좋았다. 이번에 같이 작업하면서 더 반했다. 실제 인물에게. 그 친구를 더 알리고 싶다.”

-‘아름다운 세상’부터 ‘작은 아씨들’까지 복귀 후 선보인 작품들에서 연이어 좋은 평가를 얻었다. 

“아무래도 40대 중반이 되니 경험치도 많고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도 20대, 30대보다 조금 더 깊이 감이 있지 않을까. 모든 배우가 그럴 거다. 30대에 중국에서만 활동하다 보니 20대 시절의 나를 기억하는 분들은 40대 나의 연기를 보며 그때보다 많이 성숙해졌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거다.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도 그렇다. 잔잔하지만 묵직한 톤에 힘을 싣고 싶고 그런 연기에 대해 더 공부를 많이 하려고 했다. 그래서 전작 캐릭터도 다행히 존재감 있게 보인 것 같다.”

-앞으로 계획도 궁금하다. 어떻게 채워나가고 싶나.

“예전에는 해보고 싶은 역할이 없었다. 어떤 역할이든 주어지는 것을 열심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나의 연기관인데 매력 있는 역할, 매력 없는 역할이 정해진 게 아니라 어떤 역할이든 내가 매력 있게 소화해 내면 처음 대본에서는 매력이 보이지 않더라도 결국 매력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배우의 힘이라고. 내가 가진 능력치와 태도로 매력 있게 만들어서 보여주는 게 나의 가치이자 무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생겨나더라. 이 캐릭터를 내가 내 것으로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 추자현이 만든 덕희가 있는 것처럼 나만이 해석해서 보여주고 싶은 역할이 생기더라. 그래서 기다려진다. 다음에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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