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어벤저·쉐보레 이쿼녹스EV·캐딜락 리릭 올해 출시
전동화 모델 없는 포드·링컨, BEV·HEV 안 들여오는 이유

여러 미국 자동차 브랜드가 올해 한국 시장에 전기차 출시를 선언했지만, 포드·링컨은 여전히 전기차 투입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포드의 전기차 머스탱 마크-E. / 포드
여러 미국 자동차 브랜드가 올해 한국 시장에 전기차 출시를 선언했지만, 포드·링컨은 여전히 전기차 투입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포드의 전기차 머스탱 마크-E. / 포드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수입자동차 중에서 미국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전동화 모델(HEV·BEV) 투입이 더딘 상황이다. 그나마 올해는 미국차 브랜드에서도 전기차 출시 계획이 알려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미국차 브랜드 중에서 포드·링컨은 여전히 한국 시장에 전기차 출시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상대적으로 흐름에 뒤처지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둔화된 분위기가 감지되는 만큼 급하게 서둘러서 전기차를 투입할 필요는 크지 않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우선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지프와 쉐보레, 캐딜락 3개 브랜드가 올해 전기차(BEV) 모델을 국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출시 예정인 미국 전기차는 △지프 어벤저 △쉐보레 이쿼녹스EV △캐딜락 리릭 3종이다. 이 모델들 모두 SUV이면서, 순서대로 소형·중형·준대형 차량이다.

지프 어벤저는 지프 브랜드의 첫 번째 전기차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프만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전기차라는 점과 소형차인 만큼 국내 판매 가격이 5,500만원 미만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 많은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벤저는 아직 환경부의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은 거치지 않았지만, 배터리 용량이 뉴 푸조 E-2008과 동일한 54㎾h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평가기준 상온 복합 주행거리는 뉴 푸조 E-2008과 비슷한 310∼32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우리나라 정부가 주행거리 400㎞ 미만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하는 만큼 스텔란티스 코리아에서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어필하기 위해 국내 출시가격을 인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쉐보레 이쿼녹스EV는 크기가 국산차 중에서는 기아 쏘렌토보다 소폭 큰 것으로 알려져 넓은 실내공간이 기대된다. 배터리 완충 시 주행가능 거리는 북미 환경보호청(EPA) 인증 기준 513㎞로 평가됐다. 국내 인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나, 상온 복합 기준 440∼450㎞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내 출시가격도 합리적일 것으로 전해진다. 이쿼녹스EV는 미국에서 3만 달러(약 4,000만원)부터 가격이 책정돼 합리적인 전기차로 평가 받고 있다. 다만 이는 기본 모델이며, 국내 도입 모델의 경우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옵션을 추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작 가격이 6,000만원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상위트림과 비슷한 가격이지만 크기는 더 크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기대가 집중된다.

캐딜락은 준대형 SUV 리릭을 선보일 예정이다. 리릭은 국내 환경부 인증에서 배터리 완충 시 상온 복합 468㎞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됐다. 상온 도심 기준으로는 494㎞까지 주행이 가능해 주행거리는 소비자들 기대치를 충족했다. 다만 국내 출시 가격이 9,0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차 브랜드들이 전기차를 속속 출시하는 모습이지만 포드와 링컨 브랜드는 아직 전기차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여전히 수요가 꾸준한 내연기관 신차를 투입하면서 분위기를 살피고 전기차 투입 시점은 검토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포드코리아는 아직 국내 시장에 전기차 투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6세대 포드 익스플로러 F/L 모델로,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으로 알려졌다. / 포드
포드코리아는 아직 국내 시장에 전기차 투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6세대 포드 익스플로러 F/L 모델로,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으로 알려졌다. / 포드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포드코리아)는 앞서 지난해 11월말 올 뉴 링컨 노틸러스를 선보였으며,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 중순 국내 시장에 7세대 머스탱을 출시했다. 이어 올 하반기에는 현재 판매 중인 6세대 익스플로러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F/L) 모델을 투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모두 가솔린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모델이다.

포드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전동화 모델을 살펴보면 전기차로는 △머스탱 마크-E(마하-E) △F-150 라이트닝 2종이 있으며, 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로 △매버릭 HEV △F-150 HEV △이스케이프 HEV △이스케이프 PHEV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동화 모델의 한국 시장 출시 계획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포드코리아가 전동화 모델 투입을 주저하고 고심하는 이유는 가격이 일반 내연기관 대비 비쌀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수요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포드코리아도 HEV 모델 ‘익스플로러 PHEV(FHEV)’을 국내 시장에 들여오면서 전동화 라인업을 늘리려 시도를 한 바 있다. 그러나 판매량은 처참했다. 익스플로러 PHEV의 경우 2022년과 2023년 각각 248대, 34대 판매에 그쳤다. 익스플로러 전체 판매의 10%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PHEV 모델의 판매가 부진한 이유는 기존 내연기관 모델 대비 가격이 더 비싼 반면 연비 차이는 드라마틱할 정도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익스플로러 PHEV의 국내 판매 가격은 8,195만원이며, 복합 연비는 10.4㎞/ℓ다. 일반 가솔린 모델인 익스플로러는 엔진 종류에 따라 6,310만원, 7,160만원이며, 연비는 복합 8.3∼8.9㎞/ℓ다.

연간 2만㎞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시 복합 연비로 계산하면 익스플로러 PHEV는 유류비(1,600원/ℓ 가정)로 약 310만원 정도가 들고, 익스플로러 가솔린 모델은 약 360만∼385만원 정도다. PHEV 모델 구매 시 유류비로 연간 50∼80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지만, 최소 1,000만원이라는 차량 가격 차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을 타야 해 복합적으로 따져보면 내연기관 모델을 타는 게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또한 수입 브랜드들이 차량을 국내에 들여올 때 환경부 인증을 거쳐야 하는데, 파워트레인이 다르면 인증을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만큼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고심해서 들여온 HEV 모델이 전체 판매의 10%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회사 입장에서는 인증비용과 재고차량 관리비용 등을 고려할 시 수익성 보장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의 수요 및 성장세가 둔화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만큼 서둘러서 전기차를 출시하더라도 판매량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이 역시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할 시 포드코리아 입장에서는 당분간 내연기관 모델을 투입해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해 초 포드코리아의 판매 성적이 전년 대비 성장한 모습이다. 1∼2월 기간 누적 판매대수가 포드는 53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9% 감소했으나, 링컨의 실적이 50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3.7% 성장했다. 합계 판매대수는 1,04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9%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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