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고(故)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의 장손이자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장남이 최근 신세계백화점 말단사원으로 입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의 장남 김오영(29) 씨는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인턴으로 입사해 6개월 과정을 거친 뒤 최근 신입사원으로 정식 발령을 받았다.

오영 씨의 입사 배경으로는 매일유업과 신세계백화점의 돈독한 관계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다. 두 회사가 전략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매일유업은 지난 2009년 커피전문점 ‘폴 바셋’ 운영을 시작하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에 매장을 오픈했다. 당시 신세계는 ‘폴 바셋’을 위해 계열사 ‘스타벅스’ 매장을 1층에서 5층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후 ‘폴 바셋’은 순항을 이어가며 현재 26호점까지 운영 중이다.

차후 경영권 승계가 유력한 재벌가 장남이 전혀 다른 회사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러나 이를 놓고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조금은 불편한 시선도 공존하고 있다.

◇ 신선한 경영수업 vs ‘회친아’의 민폐

일반적으로 오너 2·3세는 본사나 계열사에서 근무를 시작해 경영수업을 받는다. 재벌가 자녀들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다 경영진의 위치까지 올라가는 것은 흔하디흔한 일이다. 때문에 ‘특혜논란’이 일기도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오영 씨의 신세계백화점 입사는 단연 신선하다.

이를 두고 본사나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하기 보다는 유통업계의 생생한 현장에서 직접 경험을 쌓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제품업체 특성상 유통업계와는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신세계백화점의 규모 또한 매일유업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과거 경험도 오영 씨의 독특한 행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은 지난 1986년 매일유업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다가 1997년 사장까지 승진했는데, 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아들에게는 그 전철을 밟게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또 다른 불편한 시각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영 씨의 신세계백화점 입사는 경영수업의 일환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언젠가 떠날 사람’인 셈인 것이다. ‘회친아(회장친구아들)’ 오영 씨의 존재가 다른 동료직원들의 분위기를 해치거나 사기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매일유업 차기 경영자의 경영수업만 바라보다 다소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아무것도 안하고 130억 차익 본 ‘신입사원’

다소 이색적인 경영수업과 달리 오영 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 과정은 전형적인 ‘편법’ 양상을 보인다.

오영 씨는 현재 매일유업 계열사 제로투세븐의 3대 주주로 11.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7년 20대 초반의 나이에 아버지 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지분이다. 이 주식 증여를 놓고 ‘편법 승계’ 논란이 일고 있다.

오영 씨가 2007년 제로투세븐 주식 약 13만주를 증여받을 당시 그 가치는 약 6억5,000만원이었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지금, 오영 씨의 제로투세븐 주식 가치는 약 138억원에 달한다. 액면분할을 통해 주식 수가 10배로 늘어났고, 증여 당시 비상장사였던 제로투세븐이 지난해 2월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손쉽게 차익을 얻게 됐다.

그리고 오영 씨가 보유한 이 자금은 추후 매일유업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총알’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오영 씨가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과 ‘지분 맞교환’을 통해 매일유업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정완 회장의 동생이자 오영 씨의 숙부인 김정민 회장은 6.87%의 매일유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증여세는 겨우 수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재벌가에서 흔히 사용되는 비상장사를 통한 편법 증여가 이뤄진 것이다. 선대의 자금으로 상장이 유력한 비상장사의 주식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식이다.

한편, 오영 씨의 입사와 관련해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매일유업 회장 장남의 입사여부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일유업 홍보실은 수차례 전화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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