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차기 회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삼성그룹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그룹 계열사간 사업영역을 조정하고 지분 관계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가운데, 이번엔 삼성SDS까지 상장하겠다고 ‘깜짝 발표’한 것이다. 삼성의 밑그림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이건희 회장 귀국 이후 눈에 띌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마치 좁은 골짜기를 훑고 지나가는 계곡물처럼 그 속도가 거침없고, 힘 역시 강력하다.

◇ 경영권 승계 위한 수조원 실탄 마련

사실 삼성SDS는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계열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연내 상장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그룹 차기 회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 삼성가(家) 3세들이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SDS의 주주는 삼성전자(22.6%), 삼성물산(17.1%), 삼성전기(7.9%), 이재용 부회장(11.2%), 이부진 사장(3.9%), 이서현 사장(3.9%)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삼성SDS 상장이 현실화되면 이건희 회장 자녀들은 수조원의 상장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경영권 승계에 드는 상속 증여세 등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7일 장외가 종가인 14만9,50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11조 5,600억원 수준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보유 가치는 1조3,000억원,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지분 가치는 각각 4,500억원에 이른다. 향후 상장 과정에서 정해질 공모가격과 상장 이후의 주가 흐름에 따라 이건희 회장 세 자녀의 보유주식 가치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룹 ‘경영권 승계’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삼성가 3세 입장에선 그룹 지배구조 하단에 놓인 삼성SDS 지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들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하거나 맞교환해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삼성SDI가 지분 7.18%, 삼성생명이 4.65%를 갖고 있는데, 두 회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가치는 1조2,000억원 가량이다. 삼성SDS 지분을 현물로 출자하거나 팔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삼성물산의 지분을 확보할 여력이 생긴다는 얘기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핵심 계열사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대 관건인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삼성SDS 상장이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삼성SDS의 상장이 ‘지분율 끌어올리기’를 위한 신호탄으로 분석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들. (사진 좌로부터)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더욱 속도 내는 이건희 ‘마하승계’

증권가에서도 삼성SDS 상장을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핵심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상장 전 일반공모를 통해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구주 매출 등으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런 면에서 삼성SDS 상장은 경영승계와 맞물린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삼성SDS 상장 후 경영승계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 순환출자·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하고 이서현·이부진 사장은 삼성SDS 지분을 넘기고 비(非) IT계열사 지분을 받는 식으로 계열사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삼성SDS 상장은, 회사 측의 설명대로 단순한 ‘해외진출을 위한 투자자금 마련 차원’보다는, 이건희 회장이 초스피드로 속도를 내고 있는 ‘마하승계’ 결정판에 가깝다.

재계에서는 삼성SDS의 상장 결정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지배구조 변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실제 삼성SDS는 지난 3월 주주총회까지만 하더라도 상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가 불과 두 달 만에 연내 상장 추진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물론, 상장을 위한 대표 주관회사조차 선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랴부랴 SDS상장 발표를 한 것이다. 상장이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하기 힘든 ‘타이밍’이다.

그만큼 이건희 회장이 3세 경영 구도 확립을 위한 사전포석 작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건희 회장이 초강력 ·초고속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마하승계’가 과연 어떤 진용을 갖추게 될 지, 이 회장이 꺼내놓을 다음 카드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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