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G손해보험 노조가 지난 22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롯데그룹의 LIG손보 인수 포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LIG손해보험 인수 절차가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돌입한 가운데,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롯데가 LIG손보 노조에게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9일,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인수합병 최대 매물로 손꼽히는 LIG손보 매각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최종 인수전에 나서게 된 것은 KB금융지주와 롯데그룹, 동양생명(보고펀드), 일본 자베즈파트너스, 중국 푸싱그룹 등 5곳이다.

향방을 예측하긴 이르지만, 우선 롯데와 KB금융이 2파전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여기에 최근 KB금융이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롯데가 한층 더 유리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보여온 롯데의 행보 역시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탰다. 이에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롯데손해보험의 주가는 14%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 롯데 치부 드러낸 LIG손보 노조의 날선 비판

하지만 롯데는 이내 불편한 난관에 봉착했다. 매각과 관련해 꾸준히 롯데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LIG손보 노조가 “롯데만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LIG손보 노조는 지난 22일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LIG손보 노조는 롯데를 향해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일으킨 롯데카드, 안전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제2롯데월드,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쇼핑 등을 거론하며 롯데그룹 전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롯데의 보험업 경영능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LIG손보 노조는 “롯데그룹은 지난 2008년 대한화재를 인수한 후 지난 7년 동안 시장점유율이 4%대에서 3%대로 떨어졌고,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2013년 민원평가에서도 최하위 등급을 받아 고객가치제고에 있어서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롯데그룹 자체가 보험업 경영능력이 전무하다는 것과 고객보호에 있어서도 낙제점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LIG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든 롯데가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롯데 직원들이 놓인 환경도 빠지지 않았다. LIG손보 노조는 “롯데그룹은 재계 서열 5위이자,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직원들의 급여 및 복리후생은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있고, 비정규직 비율 역시 월등히 높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LIG손보 노조는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인 롯데는 안전, 고객보호, 경영능력, 정도경영, 윤리경영, 직원처우, 노사관계 등 어느 한 가지도 LIG손보를 인수할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인수 시도를 포기하라고 경고했다.

LIG손보 노조의 적나라한 비판은 롯데의 치부를 다시 한 번 드러내는 것이었다. 롯데 입장에서는 커다란 복병을 마주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LIG손보 노조가 기자회견을 가진 22일, 롯데손보의 주가는 9.83% 급락했다. LIG손보 노조의 결사반대 입장 표명과 더불어, 롯데가 제시한 금액이 KB금융과 동양생명에 미치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LIG손보 인수전에 뛰어든 롯데의 분위기는 불과 3일 만에 급반전됐다. LIG그룹과 골드만삭스는 다음주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7월초에는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롯데가 노조의 결사반대를 뚫고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앞으로도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롯데는 절대 안 된다’는 LIG손보 노조는 오는 28일 집회를 예고하는 등 ‘결사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여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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